배우 이승기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은 찾아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여행심리는 잔뜩 위축됐다. 그럼에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이 가운데 온라인으로 떠날 수 있는 이른바 '랜선 여행'(온라인으로 떠나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여행 버라이어티 '투게더'는 이런 시류에 꼭 들어맞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국적인 풍광 위에 펼쳐지는 배우 이승기, 류이호의 청량한 여행기가 답답한 시국 속 시원한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승기는 '투게더' 촬영 소회와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지난해 가을에 2주 정도 촬영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예상 못했어요. 저희가 갔던 여행지를 많은 분들도 가보셨으면 했는데 아쉬워요.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투게더'로 위안 받고 대리만족하셨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투게더'는 인도네시아의 욕야카르타, 발리, 태국의 방콕, 치앙마이, 네팔의 포카라와 카트만두까지 6개 도시를 돌아다니는 두 남자의 아시아 여행을 담았다. 앞서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을 연출하고 넷플릭스에서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와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등을 제작한 예능 제작사 컴퍼니 상상이 만들었다.

"한국 제작진이 만든 한국 예능이고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하는 것이니까 최대한 잘 만들어서 내놓고 싶었어요. 욕심도 나고 책임감도 컸는데 힘든 점도 있었죠. 저는 여러 명이 모여서 왁자지껄한 방송에 익숙해져있는데 '투게더'는 단 둘이서 오디오를 채워야했거든요. 국적도, 문화도, 언어도 다른 친구랑 만드는 버디 예능이란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촬영하다 막히면 소통해서 풀어나가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근데 언어가 안 통해도 소통할 수 있더라고요. 리액션, 표정, 몸짓으로 더 열심히 소통했고 금세 마음을 나눌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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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호는 '안녕, 나의 소녀', '모어 댄 블루' 등으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대만 배우다. 앞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 단발성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한국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은 그에게도 첫 도전이었다. 이승기에겐 외국인이자 예능 초보인 류이호를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졌을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류이호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류이호 씨는 잘 하진 못해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랑 비슷하죠. 적응력이 뛰어나고 매사 밝고 긍정적이라 방송에 잘 녹아든 것 같아요. 다만 아무래도 예능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류이호 씨가 많이 놀라더라고요. 촬영이 끝나면 각자 호텔로 가서 쉬는 줄 알았대요. 둘이 한 방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굉장히 깜짝 놀랐죠. 그래도 긍정적인 성격이라 빨리 적응했고 저희 둘도 시간이 갈수록 편해져서 마지막엔 굉장히 친해졌어요. 모든 건 위화감 없이 한국 예능을 사랑해준 류이호 씨 덕분이죠."

‘투게더’ 제작진은 여러 나라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는 물론 여행 루트를 짜준 팬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두 남자가 거쳐야 하는 고난도 미션 또한 빠뜨리지 않았다. 엉뚱한 미션에 매번 당황하지만 이내 팬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열정적으로 미션에 임하는 두 배우의 모습은 절로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여기에 네팔, 인도네시아 등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독한' 미션이 균형감 있게 담겨 재미를 더했다.

"'투게더'는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달라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팬들이 추천해준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우리를 초대해준 팬의 집에 가서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도시 위주의 먹거리나 쇼핑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란 걸 느꼈어요. 그 나라만이 가진 자연경관이 경이롭고 신선하게 다가왔죠. 각 나라마다 문화, 종교가 다 달라서 한 군데만 꼽기 어려울 만큼 좋았어요. 다만 액티비티 체험이 많아서 다른 것보다 약을 많이 챙겨갔어요. 결국 모든 건 체력싸움이더라고요."

사진=넷플릭스
'투게더'가 생애 첫 예능 프로그램도 아닌데 이승기는 신인 시절 못지않게 긴장했다고 고백했다. 데뷔 후 17년간 쌓아온 경험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지만 연차가 더해질수록 함께 늘어가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고. 그럴 때마다 개그맨 유재석, 강호동 등 선배 MC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털어놨다.

"'꽃보다 누나' 때는 일만 하다가 처음 외국에 간 것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했어요. 지금은 경력이 쌓여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죠. 그럼에도 방송은 어려워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역할과 대중의 기대가 커지니까요. 선배들처럼 잘 가고 있나 되돌아보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해요. 예능은 무대 위 쇼처럼 한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늘 옆에 있는 친구, 음식이라면 밥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예능을 하려면 진짜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 같고요. 저는 신인 때부터 예능을 좋아하지만 여러모로 부족했어요. 실제로 데뷔 초엔 '1박2일' 촬영 중에 도망가고 싶고 '한마디도 못하겠는데?'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아량 넓은 선배들이 백업 포지션을 자처해주신 덕에 핸디캡을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었죠. 저도 아직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잘 받쳐줄 수 있는 방송인으로 남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이 '이승기랑 같이 해서 더 돋보일 수 있었다'고 하는 날까지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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