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으로 전세계 팬 동시에 만나는 신나는 경험해
"이제훈·박정민, 내 마음 속 버킷리스트 1번 형들"
"윤성현 감독은 거짓 싫어하는 섬세한 분"

배우 최우식 /사진=숲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덕분에 배우 최우식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 최고의 영화상 수상을 함께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기생충'만 놓고 보자면 하루 아침에 파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로 오인될 수 있지만 최우식이 시트콤부터 독립영화 등을 포함해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다양한 작품들에 도전하며 오늘의 영광을 안은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박서준과 최우식이 함께 호흡해 오늘의 우가 패밀리를 있게 한 KBS2TV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부터 그의 진가를 영화계에 알린 작품 '거인'(김태용 감독), 딱 자기 또래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던 '부산행'(연상호 감독), 잔인함과 개구짐을 동시에 연기하며 새로운 악역을 창출한 '마녀', 신앙심은 깊지만 겁 많은 사제로 출연해 또렷한 인상을 남긴 '사자'(김주환 감독), 그리고 해외 진출 첫작품인 '옥자'(봉준호 감독)까지 어찌 보면 공기처럼 내 주위에 항상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한데 반대로 보면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슬라임처럼 한 작품의 딱맞춤한 캐릭터로 눈 깜짝할 사이에 녹아들어 있었다.

외모만 놓고 보면 파리 한마리 못죽일 것처럼 순둥순둥해 보이고 봉준호 감독이 '짠하게 생겼다'며 그를 캐스팅한 일화처럼 측은지심과 연민을 자아내는 분위기도 배우로서는 꽤 큰 자산이다. 12세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10년이 넘도록 캐나다에서 지낸 탓에 영어 소통이 자유롭고 사고 방식 또한 꽤 열려있는 편이다.

배우 최우식 /사진=숲엔터테인먼트 제공
2011년작 '파수꾼'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소통의 부재와 존재의 위태로움에 관해 날카롭게 포착해냈던 윤성현 감독은 9년만의 차기작 '사냥의 시간'에서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으로 갈 길을 잃은 채 헤매는 20대 청춘들의 방황을 매섭게 묘사해냈다.

최우식은 극 중 준석(이제훈)이 세우는 무모한 계획에 동참하는 기훈 역을 맡아 충무로 차세대 대세임을 입증시켰다.

- '기생충'으로 1년 넘게 최고의 시간들을 보냈다. 소감은.

▲ '기생충'으로 오랜 시간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SAG 배우조합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생각난다. 실제로 수상 트로피의 무게가 엄청나다. 그 때 "이 무게감을 느껴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배우로서 생각도 많아지고 게을러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 '기생충'으로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는데 때 마침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공개로 다시 한 번 해외 팬들에게 작품을 보이게 됐다.

▲ 항상 조금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 해외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해외 팬들에게 좋은 작품들을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작품을 선보일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걱정과 고민, 긴장이 많은 편이다. 점점 부담도 더 생기고 다음에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큰데 이번에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사냥의 시간'이 촬영에서 개봉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부모님이 넷플릭스로 작품을 보시고 반가워 하셨다.

- 극 중 기훈은 이전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거칠고 센 캐릭터다.

▲ 그래서 더 걱정이 많았다. 연기를 과장하면 부담을 느낄 것 같았고 덜하면 소화를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그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형들은 그동안 항상 같이 연기해보고 싶었던 제 버킷리스트의 형들이었다. 이들과 연기할 때 튀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도 컸다.

- 막상 함께 해보니 어떤 소감이 드나.

▲ 정말 어마무시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꼭 같이 하고 싶던 사람들이라 현장 자체가 치열했다. 이들 친구 무리에서 혼자 튈 정도로 연기를 못하기는 정말 싫었다. 연기 욕심이 더 생기더라. 다들 자기 바운더리 안에서 상대방의 위치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불꽃 튀는 연기들을 펼쳤다. 각자의 연기 욕심이 엄청났다. 서로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즐겁게 농담 따먹기도 했지만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엄청난 시너지를 서로 줬다. 배우 최우식으로서 엄청난 경험이었다. 학습적으로, 연기적으로, 또 인간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이제훈 형의 만형으로서의 리더십이나 안재홍, 박정민 형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것 등 배울 것이 많았다.

- '사냥의 시간' 속 주인공들은 직업도 불분명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 실제 살아오면서 삶에 대한 불안을 느낀 적이 있나.

▲ 저 또한 불안의 시간들이 있었다. 배우로서 산다는 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마어마하다. 신인 때는 오디션 잡는 것부터 불안했고 오디션도 2차, 3차를 통과하는게 불확실했다. 내일 뭐가 있을지 모르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이 있었이게 그동안 몇 작품을 하면서 꾸역꾸역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올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역할을 해봤던 옛날의 그 시간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 그런 시간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들이 즐겁고 행복한 것 같다. 좋은 과정만 생각하며 꾸역꾸역 해오고 있다.

- 윤성현 감독과 함께 한 소감은.

▲ '파수꾼'도 배우로서는 욕심나는 작품이다. '사냐의 시간'은 '파수꾼'과는 다른데 윤 감독님은 배우들과 호흡을 정말 중요시하는 감독이셨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호흡이 너무 중요했다. 배우들과 나이 또래가 비슷해서 마치 친한 형한테 이야기하듯 연기적인 걱정과 고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의 가장 좋은 점은 거짓말을 절대적으로 싫어한다. 연기적으로 뭔가를 하는 척 하는 걸 싫어하셨다. 저도 마찬가지다. 행동 하나, 대사 하나에도 진심으로 느끼고 연기하길 바라셨다. 배우로서 너무 좋은 현장이었다. 보고 느끼고 말할수 있는 것이 많았다.

- 기훈 캐릭터를 계획한 과정이 궁금하다.

▲ 기훈이를 상상했을 때 진짜 쿨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친구라 생각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말이다. 부모님과 식사하다가 같이 나가서 담배도 피울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랐을 거라 생각했다. 저 또한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랐다. 기훈은 타투도 할 것 같고 그런 걸 뽐내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설정했다. 시나리오상 인기도 많고 친구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친구였다. 제가 캐스팅이 되면서 무리들 중 키 큰 양아치로 설정됐다. 타투나 귀걸이 등으로 외적으로도 꾸미는 친구로 설정했다. 감독님이 기훈의 헤어 스타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 시절 헤어를 하자고 하시더라. 영화 속 제 헤어스타일이 바로 그거다. 타투는 매번 2시간 넘게 분장을 하고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또 한참 지워야 했다. 이번에 타투를 하면서 대리 만족도 됐던 것 같다. 거울 앞에 서서 사진을 많이 찍어뒀다.

- 감정적 표현을 강하게 하는 역할이 아닌 물에 흐르는 듯 스며드는 연기가 늘 인상적이다. 최우식만의 연기 노하우가 있다면.

▲ 제가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연기는 액팅이 아니라 리액팅이라고 하더라. 제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 때 항상 상대 연기자나 주변 인물들에게 더 의존을 하게 된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상대 캐릭터에 반응하면서 뭔가가 더 생겨나는 것 같다. 집에서 혼자 연습할때보다 현장에서 연기를 주고 받다 보니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지금 계속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제 단점 중 하나가 어떤 주어진 틀이 있으면 잘 못만들어내는 거다. 아직 제가 메쏘드 연기 단계까지는 못간 것 같다.

- '기생충' 이후 배우로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

▲ 확실히 그 이후 효자가 됐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부모님이 늘 웃으며 저와 대화를 나누신다. 그 전에는 속 썩이는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효자 중의 효자가 됐다. 좋게 바뀐게 너무 많다. 연기할 때 자신감도 붙었고 관객들이 제 연기를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제가 성격상 걱정과 고민이 많은데 부담도 많이 커졌다. 하지만 그런 부담들이 좋은 채찍질처럼 느껴진다.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차기작을 택할 때 고민도 더 커졌다. 부담이 생긴 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해외에서 작품 제안도 많아졌고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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