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의 내연녀 여다경 역

"여다경은 큰 도전,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고민 있었다"

"김희애 선배 뒤통수 때리는 장면, 가장 충격적 장면"

사진=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혜성 같은 등장이었다. '부부의 세계' 속 최고의 수혜자라는 평가를 들은 만큼 호평 받은 배우 한소희는 이전 작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큰 존재감으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을 맡은 한소희는 비밀스러운 내연녀로 등장해 유부남 이태오(박해준)와의 연애, 사랑, 결혼, 그리고 파혼까지 그리며 열연했다. 그리고 신드롬적 인기를 끈 드라마와 함께 한단계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 9월부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길고 긴 시간이 끝났어요. 감독님 스태프 분들과 정말 많이 정이 들어서인지 행복하고 후련한 감정보다는 슬프고 우울한 느낌이 더욱 커요. 이렇게 아쉬운 만큼 앞으로의 동기부여도 많이 되기도 하고요. 지금껏 한 작품들 중 가장 각별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어요."

한소희가 연기한 여다경은 간단히 말해 매우 강렬한 캐릭터다. 불륜녀라는 기본적인 프레임을 제외하더라도 극한의 감정을 연기해야 했다. 또 시청자들과 주변 지인들에게까지도 장난스레 욕을 먹을 만큼 얄미운 인물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역할이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법도 했다.

"제게 여다경은 정말 큰 도전으로 다가왔어요. 사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신선한 캐릭터로 느껴졌고 대본을 읽은 순간 '시청자들이 무조건 흥미를 느끼겠다'는 확신이 드는 소재였어요. 여다경의 매력을 꼽자면 순수함이에요.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부모도 등질만큼의 무모함, 또 2년 뒤의 시퀀스에서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더라고요."

어쩌면 드라마 속 불륜녀 중 가장 미움 받지 않는 인물이 여다경일지도 모른다. '불륜'이라는 행동은 분명 잘못됐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상처 등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그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말요? 여다경이 사랑을 받았나요?(웃음). 저는 사랑 받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아마 동정의 감정이 아닐까요. 결국 여다경은 이태오를 사랑한 죄밖에 없고 제니라는 어린 딸이 있으니까요. 도덕적으로는 불륜이 절대 안되는 일이지만, 이상하게 여다경이 이해가고 불쾌하면서도 측은한 감정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사진=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여다경의 모습을 대표하는 몇가지 장면들이 있다. 강렬하면서도 묘한 첫 등장부터 작품 말미 평범한 20대로 돌아가기까지 한소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부의 세계' 속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분들이 김희애 선배님의 뒤통수를 때렸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사실 그때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아요. 왜, 큰 충격을 받으면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대본을 읽은 순간부터 장면에 대해 계속 생각했고, 당일날 아침부터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NG 없이 한번에 마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됐듯 '부부의 세계'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게 작품 속 배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비혼 장려 드라마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만큼 미혼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 건 분명 사실일 것이다.

"저와 여다경의 유일한 공통점은 사랑만으로도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이 드라마를 하면서 결혼과 가정은 사랑만으로 묶어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자존감을 다져야 하고 단단해져야지만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 수 있겠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제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로 스타덤에 올랐고 데뷔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도 재조명됐고, 일각에서는 잡음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소희는 "그 모습도 나고, 지금도 나다"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그저 배우 일을 오래 하고싶다는 한소희의 차분함 이면에는 연기에 대한 욕심도 담겨 있었다.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드라마가 너무 잘 돼버렸고, 정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 만큼 부끄러워요. 정말로 제가 잘해서 잘된 작품이 아니거든요. 거품처럼 끝나지 않게 잘 유지하고 싶어요. 유명해지고 싶고, 많은 인기를 얻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기초 공사가 튼튼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거예요."

사진=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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