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성진
▶ 강력한 피킹+표현력
▶ 존 페트루치 조차 그의 연주에 ‘엄지척’
▶ 아버지는 지휘자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 프랙탈 오디오 시스템 엔도서
▶ 롤 모델은 존 페트루치와 앤디 티먼스
▶ 2일 자신의 유튜브에 ‘Lost Not Forgotten’ 영상 공개
▶ ‘Lost Not Forgotten’ 완주는 국내 첫 시도
▶ 자동차를 사랑하는 카매니아이기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드림씨어터(Dream Theater)와 존 페트루치(John Petrucci) 열혈 애호가들 사이에선 “드림 씨어터 음악엔 카피 방지 코드가 있다”는 말이 오간다. 기술적으로 난이도 높은 연주임에도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 또 다른 난이도 높은 연주로 인해 카피를 더욱 어렵게 해서 나온 말이다.

기타리스트 김성현(33)은 지난 10여 년 동안 드림 시어터의 거의 모든 곡을 완주해오고 있으며 어느덧 드림씨어터 애호가들 사이에선 ‘갓성현’으로 통하고 있다. 약 2만 8000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김성현의 유튜브 채널은 완성도 높게 카피한 드림시어터의 곡들이 주를 이룬다.

그는 강력한 오른손 피킹과 표현력으로 국내 팬은 물론 이미 해외에까지 알려져 있다. 그의 유튜브 연주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심지언 드림씨어터의 조던 루디스(건반)도 김성현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와 “great job(정말 최고다)”이라고 댓글을 달 정도다.

2019년엔 존 페트루치가 ‘메틀석스(metalsucks)’라는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김성현 연주를 소개하기도 했다. 존 페트루치는 이 온라인 방송에서 “그는 오른손 피킹이 뛰어난데, 특히 피킹 뉘앙스가 좋아 표현력이 출중하다”고 극찬을 했다.

또한 2017년경 김성현이 유튜브에 올린 앤디 티먼스 연주 영상을 보고 앤디 티먼스가 직접 댓글을 달며 극찬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피크 등이 담긴 선물을 김성현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이미 EP 앨범을 발매했고 이외에 다양한 공연/세션 등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현이 자신의 음악보다 드림씨어터라는 유명 밴드, 더 구체적으론 존 페트루치 카피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존 페트루치는 현대 일렉트릭 기타사의 독보적인, 산맥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창의적이고 난이도 높은 연주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영향력 또한 대단하죠. 저는 존 페트루치의 그러한 사운드와 연주를 최대한 완벽에 가깝게 완주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많은 노력을 통해 이렇게 대단한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완주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또 이것은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사명감과도 같은 것이죠.”

김성현은 2일(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드림씨어터의 ‘Lost Not Forgotten’ 완주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아직 국내에 이 곡 완주해서 올린 사람은 없고 세계적으로도 단 2명만 완벽에 가깝게 완주했을 정도로 어려운 곡입니다. 드림씨어터/존 페트루치를 오랫동안 카피하며 연구/연습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이 곡은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김성현의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Lost Not Forgotten’ 기타 솔로에선 몇몇 색다른 연주가 귀를 자극한다. 특히 속주에 버금갈 만큼 빠르게 이동하는 옥타브 주법은, 마치 피치시프트 이펙터를 사용한 프레이즈로 오해할 수 있을 만큼 경이적이다. 이외에 ‘위대한’ 연주자이자 ‘크리에이터’로서의 존 페트루치의 번뜩이는 아이템들이 가득 담겨 있다.

김성현은 이젠 대세가 된 프랙탈(Fractal) 오디오 엔도서일 뿐만 아니라 머큐리얼(Mercurial), 포지티브 그리드(Positive Grid) 등의 기타 플러그인 엔도서로도 활동 중이다.

‘프랙탈 오디오’ 국내 유통사인 세르지오뮤직(대표 정민형) 후원으로 2020 윈터 남(NAMM)쇼를 관람하기도 했다. 김성현은 몇몇 부스를 찾아 악기를 살펴보는 가운데 기타 연주를 했는데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몰려었다고 한다. 물론 개중엔 “어라, 동양인이잖아”라며 인종차별적 시각을 가진 현지인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그의 연주에 굉장히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걸 보곤 제 연주가 현지에서도 먹힌다는 걸 알았습니다. 너무 기뻤죠. 각 부스마다 볼륨 제한을 둘 뿐 아니라 이런저런 제약이 있다 보니 공식 무대가 아니면 마음껏 자유로이 연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쇼에서 제 연주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성현에게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 레슨은 잠시 ‘휴업’ 상태지만 코로나 이전까지 레슨생이 월 평균 30여명이나 될 만큼 인기 기타 선생이기도 하다.

김성현은 1986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부모 역시 음악인으로 아버지(김일호)는 지휘자로 활동했고 어머니(우지숙)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다.

이처럼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과 첼로를 8년간 익혔고 중3 때부터 기타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통기타(어쿠스틱)는 한 달 정도만 잡았고 곧바로 일렉기타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 산 일렉기타는 ‘가와사미’였다.

기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메탈리카의 세계에 심취한 김성현은 ‘Master of Puppet’ 한 곡만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다. 원래부터 그는 어느 한 곡을 완주할 때까지 그 곡만 연습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다가 고1 때 드림씨어터의 ‘Images & Words’를 접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부터 드림씨어터와 존 페트루치는 그의 ‘인생 아이콘’ 같은 존재가 됐다.

어릴때부터 모범생이던 김성현은 고교(제주일고)에서도 전체 20위권 안에 들 만큼 우수생이었다. 그는 외교관을 꿈꾸며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려 했다. 그러나 대입을 망치는 바람에 목표로 했던 서울대와 연세대는 포기해야 했다. 당시 집안 상황이 어수선하던 관계로 재수도 어려웠던 그는 하향 지원을 통해 2005년 홍익대(영문학)에 입학한다.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입학하지 못한 그는 자괴감에 빠져 입학 후에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의 매일 술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곤 휴학을 하고 육군(포병)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

홍대에 재학중이던 2014년 그는 드립씨어터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드림씨어터를 카피하는 밴드라는 의미로 지은 그룹명이다. 기타의 김성현 외에 김정환(건반), 이승우(드럼), 이영호(베이스), 서정윤(보컬) 등 5인조 라인업이다. 드립씨어터는 출발부터 출중한 연주력으로 주목받아 클럽 공연에서 록페스티벌 등 크고작은 무대에 섰지만 김정환이 버클리 음대 장학생으로 유학 가며 잠정적으로 활동 중지에 들어갔다.

밴드 활동을 계속 하고 싶은 그는 멤버를 새로 영입해서라도 다시 프로그레시브메틀 지향의 그룹 활동을 하길 원한다.

“김정환은 출중한 실력으로 졸업 후에도 현지에서 활동할 거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건반 연주자를 뽑는게 시급한 것 같아요. 조던 루디스같은 엄청난 실력파가 아니더라도 음을 절제할 줄 아는 건반주자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드러머 등 타 섹션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밴드 활동시엔 드림씨어터 스타일을 지향하지만 자신의 솔로 앨범 등 솔로 플레이어로선 앤디 티먼스 스타일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앤디 티먼스는 존 페트루치와 함께 제 기타 인생에서 꼽는 두 사람입니다. 앤디 티먼스는 피킹 강약 등 피킹 전반의 뉘앙스가 탁월해요. 피킹의 표현력이 좋다보니 그만큼 연주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기타리스트죠. 이색적인 코드톤도 대단합니다.”

김성현은 매일 일정 시간을 꾸준히 연습하는 타입이 아니다. 어느 날 ‘필이 꽂히면’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벼락치기 스타일이다. 연습시간도 많이 해야 1시간 이상이며 대신 엄청난 집중력으로 짧고 굵게 연습한다고.

“한참 열심히 연습하던 때에도 3~4시간 이상은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장시간 기타 연습을 한다고 해서 실력이 월등히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얼마만큼 질적으로 효율성 있게 연습하느냐가 관건이죠.”

“처음부터 빨리 치려고 연습하기보다 음 하나라도 천천히 정확하게 치는 훈련이 선행돼야 합니다. 스피드는 그 다음부터 해도 늦지 않아요. 좋은 피킹이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죠.”

고가의 기타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시각을 견지한다.

“악기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연주하는 사람의 손이 문제인 거죠.”

김성현 하면 드림씨어터/존 페트루치를 떠올리게 되므로 그는 뮤직맨 기타만 연주한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뮤직맨 외에 잼 시리즈와 RG 등등 아이바네즈 기타도 다양하게 사용한 바 있다.

“사람들은 저를 존 페트루치와 뮤직맨으로만 단정짓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제 존재가 너무 한쪽으로만 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브랜드 기타로 드림씨어터 이외의 작품들도 연주하며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요.”

현재 그의 메인기타는 뮤직맨 JP11와 뮤직맨 Majesty다. 이외에 콜트(Cort) G250, 스윙 기타, 덱스터 베이스 등등 8대의 기타를 보유하고 있다.

악기업계 쪽에선 세르지오뮤직 정민형 대표와 18년 넘게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드림씨어터 때문에 알게 돼 형-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프랙탈 오디오는 여타 멀티이펙터들에 비해 높은 사운드 퀄리티를 연출할 뿐 아니라 순서 배열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는 등 편의성이 탁월합니다.”

자동차는 김성현이 기타/음악 만큼 인생에서 큰 비중을 두는 분야다.

“2012년 무렵 선배가 타던 BMW M3를 시승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때부터 BMW와 M 시리즈의 팬이 됐어요. 자동차 매니아가 된 계기죠.”

그는 2016년 BMW 320을 시작으로 530, 그리고 얼마 전 M340i까지 오로지 BMW만 구입해 타고 있다.

BMW를 좋아하다보니 관련 자동차 카페 활동도 열심이다. 현재 그는 네이버 BMW 동호회 ‘비머베르크’의 열혈 회원이다.

“자가 정비할 수 있는 코너도 있고 회원 수가 상당함에도 상업적이기보다 커뮤니티로서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운영진의 고집도 엿보여 비머베르크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등 여러 기종도 타봤지만 BMW가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물론 페라리를 가장 좋아하지만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아직 소유하진 못하고 있어요. 그 특유의 배기음은 정말 환상이죠. 특히 저는 페라리 슈퍼패스트를 드림카로 꼽고 싶어요.”

자동차 외에 자전거도 그의 취미 생활 중 하나다. 처음엔 ‘생활 자전거’로 시작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원거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게 됐는데 그때 자전거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현재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자전거는 1000만 원대가 넘는 전문가용 브랜드 캐논데일(Cannondale)이다.

우연히 실내낚시터에 갔다가 매력을 느껴 2016년부터 취미 생활로 낚시도 즐기고 있다. 레슨/강의가 많을 땐 한 달에 한 번 하기도 힘들지만, 코로나로 강의/레슨이 없는 요즘 일주일에 2~3회 충남/충북 등지로 가서 낚시를 즐긴다고. 낚싯대는 에버그린을 사용한다.

주량은 소주 1~2병 정도.

고양이를 좋아해 ‘루치’라는 페르시아 고양이와 생활하고 있다. ‘petrucci’에서 애완동물을 의미하는 ‘pet’을 빼고 ‘rucci’라 이름 지은 것. 그런데 이 고양이와의 만남이 눈물겹다.

김성현은 ‘털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 증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는 길가에 버려져 있던 이 고양이가 불쌍해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털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 털을 깎아서 키우고 있지만 1년에 한두 번은 알레르기로 기절해 병원에 실려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몇 년째 이 루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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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

김성현에게 기타란
“내 전부다.”

사용장비

▶ 메인기타
뮤직맨 JP11
뮤직맨 Majesty

▶ 프랙탈 오디오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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