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서 채송화 열연

연기 고민 끝에 드라마 오디션 도전

장르 구분 없이 도전하고파

배우 전미도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캐릭터는 정겹고 스토리는 따뜻하며 배우들은 신선했다. 마지막회까지 뜨거웠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그 중심엔 신원호PD와 그가 선택한 배우 전미도가 있다.

28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이하 '슬의')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전미도는 신경외과 전문의 채송화를 연기했다.

"기존 의학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기들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어요. 예를 들면 1회 첫 장면에 석형(김대명)의 집에서 전기기사님이 전구 갈아주시다가 사고나는 장면이요. 보통 드라마면 막 긴박하게 돌아갈텐데 감독님, 작가님은 반대로 생각하셨어요. 실제 전문직이라 오히려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해결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우리 드라마의 차별점이었고, 송화의 성격을 보여주는 신이기도 했죠. 호흡 면에서도 달랐어요. 보통은 의사, 환자에 중점을 뒀다면 '슬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5명 친구들의 일상, 취미생활을 다뤘죠. 병원이 주요 배경이지만 뻗어나가는 가지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처음 '슬의'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캐스팅 라인업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매번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굴했던 신원호PD가 이번엔 어떤 얼굴들을 선택했을지 기대가 쏠렸다.

그리고 마침내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전미도 등 주인공들의 이름이 공개됐을 때 모두가 이 낯선 배우의 이름에 호기심을 느꼈다. 바로 전미도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스타는 아니었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해 어느덧 15년째 무대에 서고 있다. 이미 대학로에서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그가 갑자기 드라마로 눈을 돌린 이유는 연기에 대한 갈증과 고민 때문이었다.

"공연하면서 상도 받고 좋은 시절을 보냈음에도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있었어요. 내가 너무 머물러있는 것 아닌가 싶고 데뷔 초 느꼈던 감사함도 사라진 것 같고 갈수록 연기가 정형화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영화 '변신', tvN '마더'를 잠깐 경험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더해보고 싶어서 '슬의'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처음엔 그냥 의사인가보다 하면서 제 톤대로 대본을 읽었는데 오디션 이후 1달 넘도록 연락이 없었어요.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좋은 인상을 남겼으니 언제라도 나를 떠올려주지 않을까 하던 중에 2차 오디션 연락을 받았죠. 다시 갔더니 굉장히 많은 대사들을 주신 거예요. 그때 눈치 챘죠. '아, 비중이 좀 있는 역할이구나!'(웃음)"

사진=tvN
전미도가 오디션 이후 캐스팅 확정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린 데엔 나름의 사연이 숨어있었다. 재밌는 캐스팅 비화도 있다.

"2차 오디션 때쯤 신원호 감독님이 '같이 하고싶은데 아직 이름이 신인에 가까워서 비중있는 역할을 주자니 모험 같아 고민된다'고 하시더군요. 그렇다고 경력이 많은 배우를 단역으로 쓰기도 애매하다고. 그 시점에 기가 막히게 (조)정석오빠가 나타났어요. 오빠는 제가 오디션을 본 건 모르고 감독님께 '추천하고 싶은 배우가 하나 있는데 해도 될까요?' 하셨대요. 감독님은 속으로 '전미도는 아니겠지' 했는데 진짜 오빠가 제 이름을 얘기해서 너무 놀라셨대요. 그 이후로 또 유연석 씨가 감독님께 '미도 누나 오디션 본 것 같은데 좋은 결과 있어요?'라고 물어보셨다더라고요. 예전에 제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았다고 해요. 감독님이 '넌 또 전미도를 어떻게 알아?' 하시면서 놀라신거죠. 연석씨까지 한마디를 얹어준 덕분에 제가 캐스팅된 것 같아요."

그렇게 전미도는 필연적으로 채송화 캐릭터와 만났다. 채송화는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신경외과 교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똑 부러지는 능력으로 '귀신'이라는 별명마저 붙었다. 여기에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인간미까지 갖췄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다.

"직업의식 면에서는 닮은 점이 많아요. 저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죠. 제게 일을 맡겨주신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처음에 감독님이 설명해주실 때 채송화는 이성적이고 차분하지만 내면에 따뜻한 면이 있다고 하셨어요. 너무 냉정해보일 수도 있어서 엉뚱한 모습으로 약간의 변주를 줬죠. 어떻게보면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송화랑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연애요! 지금은 결혼했지만 저는 연애 잘 했거든요(웃음)"

이야기의 큰 축은 의대 동기 5인방의 병원 일상과 가족이었지만, 그 사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러브라인은 또 다른 관전포인트였다. 이혼, 이별 등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40대 친구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으며 조금씩 관계의 변화를 겪는 과정은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감독님, 작가님이 40대 어른들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20~30대의 즉흥적이고 풋풋한 사랑과는 다르겠죠. 결혼 경험이 있거나 이혼의 아픔을 경험해본 사람들, 함께 세월을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요. 그래서 더 담백하고 슴슴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슬의'는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다섯 번째로 함께 하는 드라마였다. 두 사람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자극적인 설정 없이 순한 캐릭터, 착한 이야기로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자체를 전했다. 이혼, 싱글대디, 직업적 고민 등 무거운 소재들도 가벼운 코드로 풀어내면서 직장과 가정의 연결 고리 사이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법한 에피소드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반응은 곧 시청률로 이어졌다. '슬의' 마지막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14.1%, 최고 16.3%를,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는 평균 9.1%, 최고 10.4%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가구, 타깃, 1050 전 연령대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닐슨코리아 제공)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전미도 역시 더욱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배우로서 분명 좋은 일이지만 갑자기 찾아온 유명세는 낯설기 마련이다. 전미도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잃는 것도 있지만 이제 즐길 수 있다"며 웃었다.

"처음엔 유명해지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죠. 한번은 길가는데 어떤 분이 한참 보다가 '....맞으시죠?' 하길래 뭔지도 모르면서 '아...아니요'라고 대답한 적도 있어요. 이젠 이렇게 된 이상 감사하게 여기고 즐기려고요. 지금은 누가 알아보면 '네 맞아요'하고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슬의' 이후로 러브콜이요? 일단 지금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준비 중이에요. 제가 굉장히 신뢰하고 좋아하는 팀이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침체된 공연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다시 대학로 연습실에 가서 연습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좋은 작품을 마다할 배우는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연극, 영화, 드라마 장르 구분 없이 좋은 기회가 오면 다 해보고 싶어요. 많이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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