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베나리 기타로 연주하고 있는 오지현.
▶ 고교 때부터 각종 경연서 두각
▶ 여러 악기업체와도 홍보 영상 촬영
▶ 2016년 ‘몬스터 오브 기타’ 오프닝 연주
▶ 거스리 고반/그렉 하우/폴 길버트 카피하며 스킬 강화
▶ 롤 모델은 리치 코젠
▶ 인스트루멘틀 첫 싱글 발매 예정
▶ 5월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도 오픈
▶ “연주-노래-작곡까지, 유능한 싱어송라이터 꿈”
▶ 메인기타는 헝가리 핸드메이드 ‘피베나리’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몇 년 전 한 여고생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었다. 펑키 등을 비롯한 다양한 리듬과 빠른 솔로잉의 이 기타 영상은 짧은 시간 동안 13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여고생은 이후 몇 편의 기타 연주 영상을 더 공개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 나이 또래의 여자뿐 아니라 그간 국내 여성 기타리스트를 통틀어도 보기 힘든 어려운 테크닉을 구사하며 연주력을 뽐내던 그녀는 심지언 소위 ‘기타 테크닉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저 어마무시한 거스리 고반(Guthrie Govan)의 곡까지도 카피해가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오지현(21)이란 이 학생은 뮤지션의 길을 가고자 2018년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고 현재 또 다른 기타 연주 스타일과 자신의 음악세계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오지현은 고교 2학년 때 한국예술원(KAC) 주최 실용음악경연에서 래리 칼튼의 ‘Room335’(엘렉스 허칭스 버전)로 우승을 차지했고, 고교 3학년 때엔 경향실용음악콩쿠르에 도전하기도 했다. 오지현은 이 경향실용음악콩쿠르에서 거스리 고반 곡으로 예선을 쉽게 통과하고 그렉 하우 곡으로 본선도 통과했다. 여고생이 이렇게 어려운 연주자들의 곡을 선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돋보이는 연주력으로 오지현은 이미 고교 때 악기판매업체 ‘프리버드’ 영상 촬영을 시작으로 홀리원, 뮤직포스 등 여러 곳과 연주 영상을 찍기도 했다. 뮤직포스에선 PRS, 타일러, 존 서 등 고가의 기타로 무려 4곡이나 영상을 찍었다.

헥스(Hex) 어쿠스틱 기타
또한 오지현은 지난 2016년 4월 15~16일 홍대 V홀에서 마티 프리드먼, 스튜어트 햄, 김세황 등이 함께한 ‘몬스터 오브 기타(Monsters Of Guitar, MOG)’ 공연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오지현은 1999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용인으로 이사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줄곧 그곳에서 생활했다.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멋있게 여겨져 중1 때부터 기타를 배웠다. 일렉트릭 기타는 중2 때부터 치기 시작했다. 섬41(Sum41)과 그린데이(Green Day)로 리프/리듬기타 등을 익히던 어느 날 학원 선생이 메탈리카를 카피해 보라고 해 헤비메틀 기타와 솔로 연습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메탈리카에 이어 중3으로 올라가며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걸 본 학원 선생은 오지현에게 미스터빅(Mr. Big)을 연습해 보라고 하며 알려준 곡이 ‘Green-Tinted Sixties Mind’였다. 물론 오지현은 이 곡도 어렵지 않게 카피했고 이어서 스티브 레이본, 그렉 하우 등등 많은 슈퍼 기타리스트들을 연습하며 연주력을 향상시켰다.

“용인에 있는 JMA라는 실용음악학원에 다녔는데 그 학원 원장님이 넥스트 4기 드러머였던 이용준 선생님이었어요. 음악적인 능력이 출중한 분이라 비록 전공은 달랐지만 많은 것을 배웠죠. 또한 원장님 아내가 학원 실장님이었는데 음악을 듣는 귀가 좋아 정확한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어요. 내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힘들어할 때 이 두 분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오지현이 고교 때 연주한 유튜브 기타 연주영상 한 장면.
대학 입학 전까지 오지현은 3명의 선생을 거쳤다. 그들 모두 오지현에겐 선생 이상의 특별한 그 무엇을 가르친 사람들이다. 첫 번째 선생은 입시 위주가 아닌 음악과 연주 그 자체에 집중하는 교수법을 강조했고 오지현의 재능을 간파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기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에게 메탈리카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들을 연습해 보라고 시각적으로 눈을 뜨게 해줬던 것.

두 번째 선생을 통해 미스터 빅 등 몇몇 슈퍼 뮤지션들을 알게 됐다. 세 번째 선생은 현 한스실용음악학원 한승주 원장이다.

“한선생님은 스파르탄 교수법을 강조해서 당시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연습하는 방법 전반에 많은 걸 배우게 해준 분인 것 같아요. 시연을 보일 때 그분의 손을 보면 정말 너무 단단해서 틈이 없을 정도였어요. 음악 전반에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못질이나 뭘 만드는 걸 좋아하던 오지현의 어릴 때 꿈은 건축가나 목수였다. 그래서 대학도 건축학 쪽으로 전공할 예정이었으나 음악에 대한 의지가 너무 강해 결국 실용음악으로 결정하게 된 것.

그러나 오지현은 동덕여대 1학년을 마치고 휴학에 들어갔다. 고교 때부터 주목받던 그녀는 어느 순간 자신이 유명 기타리스트들의 난이도 높은 곡만 찾아 연주하는 ‘카피 머신’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과연 연주자로서의 내 정체성은 무엇일까?에 대해 의문을 갖고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클럽 공연을 앞둔 상태에서 합주하는 데에도 흥이 나질 않았고 기타를 친다는 자체가 재미가 없었어요. 유명 연주자들을 계속 이렇게 카피만 해야 하나 하며 회의가 들기 시작했죠. 주변 선생님들에게 고민을 얘기하니까 당분간 기타를 놓고 쉬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결국 휴학을 하게 됐어요.”

당분간은 기타라는 악기와 떨어져 있고 싶다는 생각에 오지현은 휴학과 동시에 기타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자카야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이른다. 몇 개월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타를 잊고 지내던 오지현은 어느 날 스스로에게 놀라고 만다.

“아르바이트 중 잠깐 쉬는 시간에 기타 동영상을 찾아서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너무 놀랐습니다. 기타를 잊고 지내는 시간을 갖고자 했던 것인데 여전히 내 무의식에선 기타가 자리하고 있었던 거죠.”

다시 심기일전한 오지현은 올해 동덕여대에 복학했다.

“하루 6시간 이상은 꾸준히 기타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작곡에도 관심이 많아 블루스와 발라드 등을 중심으로 멋진 곡을 써서 내가 직접 노래하며 연주하는 유능한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따라서 지금 가장 절실한 건 노래 부르기입니다. 가창/발성 등을 좀더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보컬트레이너들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오지현의 최근 페달보드
“영향을 많이 받고 지금도 여전히 존경하는 기타리스트를 꼽자면 먼저 리치 코젠을 꼽을 수 있습니다. 리치 코젠은 연주면 연주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뮤지션이죠. 특히 그가 곡을 쓰는 방식도 너무 좋아하고요. 리치 코젠은 또한 제 롤 모델이기도 합니다.”

“그렉 하우 역시 완벽하게 카피하기 정말 어려운, 산맥과도 같은 존재로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하는 연주를 들려줍니다. 폴 잭슨 주니어도 연구하고 카피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기타리스트라 제겐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이외에 알렉스 허칭스, 로벤 포드도 너무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오지현은 2018년부터 헝가리 핸드메이드 ‘피베나리(Fibenari)’를 메인기타로 사용하고 있다.

“피베나리는 처음 칠 때부터 내 손에 잘 맞는 기타였어요. 소리 밸런스도 좋습니다.”

피베나리와 함께 카빈(Carvin) 앨런 홀스워스 모델도 즐겨 사용한다.

“카빈 기타는 소리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러면서도 단단한 소리를 연출합니다. 넥감 또한 좋고요.”

오지현은 예전엔 멀티이펙터 ‘라인6’를 사용했지만 최근엔 페달보드를 새로 꾸며 애용하고 있다. (사진 참조)

올해에 꼭 이루고 싶은 것
“먼저, 내 첫 싱글앨범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물론 기타 연주가 주가 되는 인스트루멘틀 작품이죠. 두 번째는 5월경 개인 유튜브를 개설해 활발하게 연주 영상을 포스팅할 계획입니다.”

취미
“독서를 워낙 좋아해 1주일 평균 몇 번은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독서모임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최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눈 먼 자들의 도시’도 기억에 남습니다. 독서 외에 영화감상 및 미술 전시, 박물관 등 각종 전시회를 보러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오지현에게 기타란
“(매일 싸우고 또 사랑하는)애증의 관계.”

사용장비

▶ 기타
피베나리
카빈(Carvin) 앨런 홀스워스
헥스(Hex) 어쿠스틱 기타

▶ 이펙트
테크21 리치코젠 시그니처 Fly Rig RK5
A3 커스텀 톤 솔루션
아이바네즈 튜브스크리머
보스(BOSS) 블루스 드라이버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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