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영탁·이찬원 실력에 깜짝

'미스터트롯' 대박 시청률, 예상 못해

TV조선 젊은 층 대거 유입, 전율 느끼기도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 / 사진=TV조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그야말로 '핫'했다. 지난 3월 12일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첫 회 시청률 12.5%로 시작, 방송 5회만에 20%를 돌파했고 마지막회에서는 무려 35.7%(닐슨코리아 기준)의 대기록을 세우며 예능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썼다.

그 중심엔 방송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이 있다. SBS에서 '송포유', '동상이몽' 등을 연출했던 서 국장은 2018년 TV조선으로 이적한 뒤 '아내의 맛', '연애의 맛'에 이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까지 연달아 히트시키며 예능계의 판도를 바꿨다. 지난 3월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디지털큐브에서 서 국장과 만났다.

"처음 예상한 시청률은 20% 정도였어요. 25%면 잘 된 것이라고 생각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많이들 집에 계셔서 시청률이 폭발한 것 같긴 한데 30%를 넘는 건 예상 못했죠. '이게 어디까지 가는거야?' 싶고 좋으면서도 무서웠어요.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대중들의 요구도 다양해지니까 그때부터 '이제 고난들이 생기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죠."

실제로 '미스터트롯'은 방송 내내 국내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다. TOP7를 비롯한 몇몇 출연자들은 여느 인기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까지 확보하며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팬덤이 붙지 않으면 힘이 없을 거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팬덤이 많이 붙어줘서 더 많은 이야기를 생성했죠. 그게 계속 화제성을 터트리는 효과를 준 것 같아요. 저희도 팬덤과 소통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찬또', '갓찬또', '영웅이 영웅했다' 이런 자막들 모두 팬들이 쓰는 말이에요. SNS나 커뮤니티에서 팬들이 캐릭터라이징한 것들인데 자막으로 활용하면서 '우리도 소통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죠. 오글거리지만 자막 칭찬 많이 들었답니다."

당초 성공 여부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예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스터트롯'은 첫방송부터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남다른 실력에 톡톡 튀는 끼까지 두루 갖춘 출연자들은 연일 화제를 모았고 젊은 층까지 흡수한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때 비주류로 밀려났던 트로트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이다.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트로트가수들은 지방을 돌면서 꾸준히 기회를 만들고 있었어요.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등 소위 '레전드'로 불리는 가수들의 시대가 오래됐잖아요. 댄스트로트를 하는 새로운 친구들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댄스트로트 외에도 태권도, 봉춤, 에어로빅 등과 접목한 트로트들을 선보이면서 퍼포먼스 끝판왕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사실 폴댄스는 단시간 내에 되는 게 아닌데 결국 해내더라고요. 물론 퍼포먼스가 세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이건 쇼에요. 보여주는 걸 배제할 수는 없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바도 트로트를 어떻게 다양하게 소화할 것인가 그 길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어요. 그 기획의도에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의 성공 이후 방송가는 트로트 전쟁터가 됐다. 세대를 초월한 트로트의 인기에 방송사별로 트로트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트로트 음반을 내는 스타들도 늘어났다. 트로트의 인기에 편승해 한방을 노리는 '트로트 코인'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미스터트롯'은 포맷의 장점이 있었어요. 서바이벌 시스템과 트로트가 결합해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냈고 신선한 인물들의 매력이 강력했죠. '미스트롯' 때와 달리 남자들 특유의 특이한 점들이 있더라고요. 경쟁심을 드러내는 걸 창피해한달까요. '내가 센 놈이랑 붙으면 존재감이 더 빛날거야!'라고 믿는 거죠. 남자들만의 허세요. 그래서 예상 밖의 1대1 매칭이 나왔고, 재밌는 브로맨스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는 다같이 '으샤으샤'하는 분위기였어요. 경쟁 속에서도 화합 정신이 있었죠."

특히 서 국장은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TOP3를 비롯해 출연자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영웅, 영탁은 예선 때부터 절대 강자였어요. 워낙 노래를 잘 해서 잘 될 거라고 예상했죠. 이찬원은 예상 못한 인물인데 왜냐하면 신동부 안에 실력자들이 많았거든요. 김수찬도 퍼포먼스에 능하잖아요. 하지만 이찬원의 풋풋함, 장인 같은 노래 실력이 통한 것 같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아서 대중과 접점을 만드는 게 결국 팬덤을 형성하고 그게 출연자에게 힘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찬원은 대중과의 '케미'가 좋은 출연자였어요. 정동원도 기억에 남아요.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정말 좋은 의미의 승부욕도 있었어요. 어리지만 경쟁의 냉정함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요. 도전의 아이콘이 된 김호중도 인상 깊었죠."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은 남자 트로트 신예들을 대거 발굴한 것은 물론,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를 대중문화의 주류로 끌어올려 전례없는 부흥기를 이끌었다. 나아가 TV조선 채널의 이미지를 젊고 활기찬 느낌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층이 많이 유입됐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현장 투표할 때 오신 분들의 연령층이 확실히 어려졌더라고요. 저희는 늘 '요즘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짤(사진)에 우리가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살거든요. 근데 팬들이 무수한 이야기와 짤을 만들고 소통하는 걸 보면서 전율을 느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마지막으로 서 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저도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기획하면서 트로트의 다양한 매력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이 장르는 표정이나 호흡법, 맺고 끊는 센스, 이 모든 것들이 집합적으로 필요해요. 정말 어려운 장르죠. 그냥 노래방에서 잘 부르는 수준으로는 게임이 안 되고 정말 많은 곡을 듣고 연습한 사람, 진짜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트로트 시리즈요? 한 번은 더 할 건데 출연자들의 성별이나 구체적인 부분은 미정이에요. '미스터트롯'이 너무 강렬해서 다음엔 뭘 해야 힘이 빠지지 않을지(웃음) 한 달 쯤 뒤에 다시 모여서 의논도 하고 차차 세팅해보려고요.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대중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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