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리즈서 중전 캐릭터 열연

연기력 논란 딛고 성장

국내 넘어 해외 팬들 사랑에 감사

배우 김혜준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중전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뻐요. 시청자들 반응은 다 찾아보는 편인데 특히 '중전이 나라 다 해먹자', '중전이 다 가져라' 그런 반응이 재밌고 좋았어요."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이하 '킹덤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혜원 조씨 일가의 탐욕 아래서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왕세자 창(주지훈)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배우 김혜준은 조학주(류승룡)의 딸이자 내면에 큰 야망을 품고 있는 중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시즌1 때부터 이어져온 감정선을 유지하려고 신경썼어요. 마냥 아버지 손바닥 위에만 있는 캐릭터는 아닐 거라고 짐작하긴 했는데 이렇게 대범하고 악랄한 캐릭터가 될 줄은 몰랐죠. 그래도 이유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성장 환경이 충분히 드러나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저 역시 중전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었고 한편으론 연민도 느꼈죠."

'킹덤2'의 각본을 맡은 김은희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린 나이에 50세가 넘은 왕에게 시집을 갈 수밖에 없었던 소녀의 한을 표현하기 위해 김혜준을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신예였지만 김혜준 특유의 풋풋하면서도 개성 있는 마스크가 가진 잠재력을 믿었다고.

"중전은 야망이 커요. 아버지가 중전 자리에 앉혔을 때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어요.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서는 주체적으로는 움직이고 있었죠. 특히 '하찮았던 계집이 모든 것을 가질 것'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중전이 늘 마음 속에 꾹꾹 눌러왔던 생각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너무 감정적으로 표현하면 욱하는 느낌일 것 같아서 담담하면서도 차갑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3년간 애정을 쏟은 캐릭터라 중전의 결말은 좀 안쓰러웠어요. 물론 악의 무리들은 대가를 치러야하지만요. 중전은 누구보다 위에 있었는데 생사역이 되는 순간 똑같이 처절해졌잖아요. 당연한 일이지만 마음은 안 좋았어요."

사진=넷플릭스
'킹덤2'는 공개와 동시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해외 언론과 시청자들은 ‘킹덤2'를 ‘왕좌의 게임’, ‘워킹 데드’ 등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레전드 시리즈에 견주며 집중 조명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지금까지의 좀비물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킹덤’ 시즌2의 좀비들은 AMC 좀비 드라마 속 좀비처럼 꾸물거리지 않고 훨씬 빠르다. 다시 한번 ‘워킹 데드’를 뛰어넘다”고 극찬했다. 특히 한국의 사계을 담은 미장센을 비롯해 궁궐, 한복, 갓 등 전통 의복과 건축의 아름다움이 큰 관심을 받았다. 등장인물들 중 가장 화려한 착장을 선보였던 중전 캐릭터는 김혜준의 동양적인 마스크와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 분들이 의상이나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 게 느껴졌어요. 자세히 보면 디테일한 고증들이 담겨 있어요. 한복의 자태, 궁궐의 선, 작은 비녀 하나까지 고풍스럽고 아름답더라고요. 그런 걸 해외에서 독특하고 새롭게 느낀 것 같아요. 사실 대례복과 대수머리는 정말 무거웠어요. 한복은 최대한 퍼뜨려서 그림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한번 왕좌에 앉으면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았어요. 쉬는 시간에 일어나면 또 다시 옷을 정리해야하니까 그 자리에서 낮잠도 자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죠."

특히 중전과 아버지 조학주의 서사는 '킹덤2'에서 큰 변곡점을 맞는다. 중전은 한때 조학주의 꼭두각시처럼 그려졌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그를 능가하는 야망과 강단을 드러내면서 부녀 관계에도 잔인한 변화를 몰고온다. "중전에게 아버지는 세상 가장 큰 존재였어요. 그런 아버지를 독살하는 행동이 쉽진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찻잔에 물을 넘치게 따르는 행동 등으로 두려움을 티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아버지를 독살하는 설정을 보고 저도 놀라긴 했는데 한편으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류승룡 선배님도 재밌어하셨죠. 사실 처음엔 선배님의 딸을 연기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는데 막상 실제로 뵈니 편안했어요. 늘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죠. 선배님 덕분에 불안함을 덜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사진=넷플릭스
지난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데뷔한 김혜준은 SBS '다시 만난 세계',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KBS 2TV '최고의 이혼' 등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차근차근 얼굴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영화 '미성년', '변신' 등에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며 차세대 충무로 스타로 급부상했다.

굵직한 흥행작들에 연달아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았다. '킹덤 시즌1'에서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김혜준은 1년 뒤, '킹덤2'에서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완벽히 뒤집었다. 오는 6월엔 MBC 미니시리즈 '십시일반'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향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만날 김혜준의 약진에 기대가 쏠려 있다.

"연기력 칭찬이 뿌듯하다기보다 저는 당연히 성장했어야 했어요. 그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시즌1의 연기력 논란 때문에 부담감이 굉장히 컸고 겁도 많이 났어요. 그래서 더 모든 장면에 영혼을 갈아넣듯 신경을 많이 썼고요. 함께 해주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 선배님들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됐죠. '킹덤2'는 배우로서 책임감이 뭔지 깨닫게 된 작품이에요. 이전엔 연기가 즐겁기만 했는데 이젠 제가 출연한 작품, 제가 나오는 화면은 오롯이 제가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킹덤2'으로 얻은 것들이 앞으로도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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