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수진. [사진=조성진]
▶ 패턴화된 프레이즈 지양, 록의 감성 내포한 재즈 기타
▶ 영국 에든버러 출생
▶ MI GIT 졸업…‘최우수 연주자상’ 수상
▶ GIT 연주 조교 및 LA 중심으로 연주 활동
▶ 3월부터 백석예술대 강의
▶ 공연, 세션, 강의 등 왕성한 활동
▶ 올 하반기 새 솔로 싱글앨범 발매
▶ 펜더 빈티지 스트라토캐스터, 15년째 메인기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미국 LA 할리우드에 위치한 MI(Musicians Institute)는 세계적인 실용음악 명문 학교다. 그중 기타를 배우는 GIT(Guitar Institute of Technology)는 MI를 대표하는 학과로 폴 길버트, 프랭크 갬발리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시간이 지나며 GIT 출신의 한국 뮤지션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MI GIT 출신의 국내 기타리스트 중 필히 주목해야 할 뮤지션 중의 하나로 이수진(40)이 있다.

이수진은 2010년 MI GIT 최우수 연주자상(Outstanding Player Award)을 받았는데, MI 선생들이 그해 베스트 플레이어를 뽑아 선정하는 이 상은 MI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겐 최고의 영예다. 또한 이수진은 졸업과 동시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MI 연주 조교로도 활동했고, 블루웨일(Blue whale), 카타리나(Catalina) 등등 LA 내 고급 공연클럽 무대에도 정기적으로 서며 이름을 알렸다.

이수진은 귀국 후 장혜진, 윤종신, 김연우, 알리, 딘, 조관우, 변진섭, 원미연, 현진영, 박승화, 강수지 등등 다수 가요 세션을 했고 자라섬재즈, 서울재즈페스티벌 등의 대형 축제에서 재즈클럽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발한 공연 활동을 이어갔다. 현재에도 그는 월평균 10회 이상의 공연을 할 만큼 공연 무대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다.

2010년 MI '아웃스탠딩 플레이어' 상을 수상할 당시의 이수진.
이수진의 연주는 재즈라는 큰 틀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강렬한 감성과 기술적인 면에서 록의 기운도 자주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확 들어올 만큼 노골적인 록의 이디엄이 아닌, 살짝 숨겨 놓았다가 비수를 들이대듯 슬며시 꺼내거나 또는 갑자기 록의 강렬함으로 치고 나오는, 표현상의 다양한 방식이 흥미롭다.

특히 딜레이 등을 비롯한 공간 계열의 이펙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솔로 사운드메이킹은 그의 기타세계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수진은 기자에게 C메이저 스케일에서의 일반적인 솔로 유형 대신 템포나 그 외 설정을 달리해 새로운 뉘앙스의 솔로 패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판에 박힌, 다시말해 ‘패턴화’된 재즈기타 솔로 프레이즈를 싫어하는 단적인 예를 알 수 있게 하는 순간이었다.

본 코너를 위해 서울 신촌 인근에 있는 이수진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기타리스트 이수진은 1980년 2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이수진이 2010년 MI '아웃스탠딩 플레이어' 수상자로 호명되자 시상식 무대 전광판에 그의 이름이 노출되고 있다.
건축설계사였던 아버지가 당시 에든버러 대학에서 건축공학 박사과정에 있었는데 이수진이 이즈음 태어난 것. 에든버러 대학은 건축공학 분야 세계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다. 어머니는 35년째 서울 외국인학교 선생으로 재직 중인 교육자다.

영국에서 태어난 이수진은 6살 때 귀국했고, 중학교에 들어가며 성당에서 미사를 보다가 기타라는 악기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당시 통기타(어쿠스틱기타)로 찬송가를 연주하던 선배를 보며 처음으로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

이후 ‘기타 코드집’을 구입해 기타의 기본을 익히다가 98년 대학(경원공대 산업공학)에 입학하며 일렉트릭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입학하며 처음 산 일렉기타는 B.C.리치(카피모델)였다. 그는 이 기타로 라디오헤드, 메탈리카, 펄잼 등을 카피했다.

대학 1학년을 마친 그는 군에 입대(군악대)했고, 2001년경 휴가를 나온 어느 날 당시 200만 원대의 고가 기타인 펜더 스트라토 커스텀샵을 구입하게 된다. 이수진 하면 연상되는 펜더 기타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2년에 제대한 이수진은, 본격 음악인의 길을 가고자 자퇴를 했다. 그리곤 서울재즈아카데미 기타학과에 이어 JAS를 거치며 기타와 이론 전반을 배웠다. 졸업과 동시에 밴드 활동을 하던 중 선배 음악인의 추천으로 2005년 KBS ‘개그콘서트’ 하우스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게 된다. 이 와중에도 그는 2007년 그룹 크리스탈레인 1집을 발표하는 등 밴드 활동을 이어갔다.

샤도스키 SS-15 시연을 보이고 있는 이수진.
이수진은 조 패스, 짐 홀 등 정통 재즈기타는 무언가 심심하다고 여겼고 거기에 록기타도 가미된 연주 스타일을 해보고 싶었다. 이런 고민은 스캇 헨더슨, 로벤 포드를 접하며 “바로 이거다”라고 느꼈다. 그리곤 4년간의 ‘개콘’ 하우스밴드 활동을 마치고 2009년 미국으로 건너가 MI에 입학했다.

“MI에 가보니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또한, 잘 알려진 프로 연주자뿐 아니라 직업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도 놀라울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닌 사람들도 많았고요. 기타를 더욱 잘 치기 위해 도미했던 것인데 이처럼 현지에서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은걸 알고 이때부터 마인드가 바뀌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나만의 플레이를 찾자와 같은 것 말이죠. 즐기면서 연주를 하다 보니 ‘더욱 잘 쳐야겠다’며 무식할 만큼 연습에 매진할 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연주의 또 다른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스캇 헨더슨, 로벤 포드, 존 스코필드, 팻 메스니 등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큰 이수진이지만 롤 모델 기타리스트는 따로 있다.

“내 인생의 명 기타리스트는 지미 헨드릭스, 제프 벡, 마이클 랜도죠. 헨드릭스와 제프 벡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펜더의 명인입니다. 또한 마이클 랜도는 현재 펜더 기타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이들 이후 세대에선 찰스 알투라(Charles Altura), 커트 로젠윙클(Kurt Rosenwinkel), 줄리안 라지(Julian Lage) 등을 꼽고 싶어요. 찰스 알투라는 놀라운 연주력의 플레이어입니다. 주로 이코노미 피킹에 기반한 속주 구사가 많으며, 솔로 프레이즈 패턴은 새로운 어법으로 종종 J.S.바흐 등의 클래식 랭귀지까지 섞는 등 정말 대단한 연주자입니다. 커트 로젠윙클은 탁월한 작곡력, 그리고 기존에 없던 걸 하는 기타리스트죠. 줄리안 라지는 연주력과 감성이 정말 일품입니다.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테에 이르는 표현력의 섬세함은 정말 감탄할 정도죠. 줄리안 라지가 무아지경의 연주에 몰입할 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말 궁금해요.”

깁슨 ES-335
이수진은 그간 많은 기타를 사용했지만 언제나 1순위로 꼽는 메인악기는 펜더 빈티지 스트라토캐스터다. 그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67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는 지난 2005년 미국에서 구입한 것이다.

“67년 스트라토는 요즘 펜더에선 느끼기 힘든 빈티지 특유의 따뜻한 소리, 그리고 풍성한 울림이 인상적입니다.”

“펜더는 굉장히 민감한 악기죠. 그때그때 연주자의 기분,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해주는 기타입니다. 오늘 기분이 차분하다면 펜더도 그렇게 반응하는 반면 다소 불안하다거나 화가 나 있다면 펜더 또한 그렇게 소리로 반응해요. 살아있는 유기체, 다시 말해 진짜 인간적인 악기입니다.”

“미국에서 구입한 깁슨 ES-335도 종종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335 모델에 비해 더 어쿠스틱한 느낌이 매력이죠.”

“서(Suhr) 스탠더드 아치탑 기타는 챔버바디라 더욱 어쿠스틱한 느낌이 매력입니다. 공명도 좋아요.”

서(Suhr) 스탠딩 아치탑
“샤도스키 SS-15(2015년)는 풀할로우 바디 기타를 갖고 싶어서 뭘로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사게 됐어요. 따라서 내 첫 풀할로우 바디 기타죠. 솔리드바디에선 얻을 수 없는 소리, 즉 더욱 어쿠스틱한 소리가 매력적입니다.”

“돈 그로쉬(Don Grosh)는 가요/팝 등을 연주할 때 사용하고 있어요. 어느 환경에서도 항상 그 소리가 난다는 게 장점이죠. 롤라 임페리얼 마이클 랜도 픽업(리어) 탑재로 험버커임에도 싱글코일의 느낌이 나는 게 매력적이며, 프론트에 부착된 존 서 마이클 랜도 픽업 또한 밝은 음색으로 피킹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원음 클래식 기타도 15년 넘게 오래 사용하다 보니 이젠 내 손에 정말 잘 맞는 기타란 생각이 듭니다.”

“라리비(Larivee) 어쿠스틱 L-03R은 예쁘고 깔끔한 소리가 좋아요.”

이수진이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앰프는 펜더 디럭스 리버브(2009년)와 폴리톤(Polytone) 메가 브루트다.

돈 그로쉬 기타
이펙터는 처음 출시될 때의 오리지널 아이바네즈 튜브스크리머(Ibanez Tube screamer)를 비롯해 RC부스터 스캇 헨더슨 모델, Proco RAT, 아날로그맨 ‘프린스 오브 톤’, 스윗 볼륨페달 등 다양하다. 공간 계열의 이펙터, 특히 딜레이와 코러스 쪽 장비를 좋아하다보니 이펙팅 방식도 필요에 따라 딜레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나눠 사용한다. 스트리몬(Strymon)의 타임라인Timeline)과 모비어스(Mobias) 등.

“아날로그맨 이펙터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따뜻한 소리가 창출돼 마음에 듭니다.”

“그간 세계의 유명 볼륨페달도 많이 사용해 봤는데 지금 사용하는 스윗 볼륨페달이 최고인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톤 깎임이 적어요.”

이수진은 장안대 실용음악과에 이어 3월부턴 백석예술대에서 강의한다.

“학생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걸 가르치는 게 너무 즐거워요.”

개인 레슨 또한 15년째 해오고 있다.

“월평균 3~4명 정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실용음악과를 준비하는 입시생이나 전공생이 주가 되고 있지만, 실용음악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연습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틀에 박힌 연주가 아닌 자신만의 장점,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으니까요.”

“1:1 레슨시, 보다 효과적으로 지판에서 연습하는 방법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예를 든다면 판에 박힌 코드톤 스케일 등이 아니라 그걸 좀 더 효과적으로 응용/연습하는 노하우 같은 것 말이죠.”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
“첫 번째,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재미있다고 여길 만큼 서로 잘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론, 솔로앨범 발매죠. 작년에 첫 솔로싱글을 발매했는데, 올해에도 두 번째 솔로싱글을 발매 예정입니다. 전반적으로 올해엔 좀 더 내 개인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취미는 영화감상.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선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를 인상깊에 봤어요. ‘벌새’는, 기타로 표현한다면 딜레이와 리버브 등 모든 게 다 빠진 담백한 사운드와 같은, 꾸밈없고 솔직한 영화라서 좋았어요. ‘그레이트 뷰티’는 영상미의 화려함이나 촬영기법은 물론 음악과 대사, 심지언 배우들의 명연까지 모든 게 돋보였던 참으로 스타일리쉬한 작품이었습니다.”

펜더 디럭스 리버브 앰프(2009년)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기회가 된다면 영화음악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만의 스타일을 살린 공간감 있는 사운드가 배경에 깔리는. 예를 들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나 이창동 감독의 ‘버닝’ 같은 작품의 영화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음주는 맥주 500cc 한잔으로 계속 가는 편이다. 거의 술을 안한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듯. 담배는 아주 가끔 피우는 정도.

이수진은 10박 11일 예정으로 24일(월) 네팔로 출국한다.

“네팔은 아직도 문명이 들어오지 않은 영역 중 하나라서 그곳에 가면 기존의 삶의 방식이나 사고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네팔 특유의 감성을 접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싶어서 떠나는 겁니다.”

죄우명
“즐겁게 살자.”

폴리톤 앰프
이수진에게 기타란
“(기타를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기에) 나를 재미있게 살게 해주는 도구.”

사용장비

▶ 기타
펜더(Fender) 스트라토캐스터(67년)
깁슨(Gibson) ES-335(73년)
샤도스키(Sadowsky) SS-15 (2015년)
돈 그로쉬(Dom Grosh)
존 서(John Suhr) 스탠딩 아치탑
원음 클래식 기타
Larivee L-03R 어쿠스틱 기타

▶ 앰프
펜더 딜럭스 리버브(2009년)
폴리 톤(Polytone) 메가 브루트

▶ 이펙트
아이바네즈 튜브스크리머
RC 부스터 스캇 헨더슨 모델
proco RAT 85년
아날로그맨 ‘Prince of Tone’
스트리몬(Strymon) 타임라인, 스트리몬 모비어스
디젤 파워서플라이
스윗 볼륨페달
와미(Whammy) 페달

이수진의 이펙터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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