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슨 기타로 시연 중인 김진이.
▶ 고교 시절부터 이미 다수 음악경연 입상
▶ 재즈, 펑크, 록을 오가는 다양한 세계 추구
▶ 느리고 묵직한 비브라토, 호흡이 매우 긴 솔로 프레이즈
▶ 롤 모델은 제프 벡, 지미 헨드릭스
▶ 3월에 에이퍼즈 신곡 발매 예정
▶ 올해 안에 록 성향의 솔로앨범도 발표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2000년대 초반 ‘닥터밴드’는 고교생으로 구성된 팀이었음에도 국내 유명 음악경연에 입상하며 주목을 끌었다. 정통 하드록/메틀을 추구하던 닥터밴드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이미 개인기와 끼로 충만한 록그룹으로, 특히 리드기타의 기량이 돋보였다.

이후 이 팀의 리드기타는 한양여대(실용음악)에 입학했고 2007년 ‘우수 졸업’ 후 팀 활동을 하다가 2010년 미국의 실용음악 명문 MI(Musicians Institute)로 유학해 기타(GIT)를 전공한다. MI에서 더욱 체계적인 기타의 이론과 실제를 익히고 귀국한 이 리드기타는 현재 국내에선 흔치 않은 여성 실력파 록/재즈 기타리스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될성싶은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이 리드기타는 현 에이퍼즈(A Fuzz) 밴드의 리더 김진이(32)다.

이 코너를 위해 양천구 목동 부근에 위치한 김진이의 개인 연습실을 찾았다. 마침 그녀는 페달 세팅 일부를 추가해,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 테스트에 몰두하던 중이었다.

김진이의 메인기타 중 하나인 PRS408
김진이는 MI에서 스캇 헨더슨, 로스 볼튼, 댄 길버트, 진시 오자키, 딘 브라운, 앨런 하인즈 등 세계적인 선생에게 기타 전반을 배우며 실력을 업그레이드해갔다.

“진시 오자키는 일본인이었음에도 서구 그루브를 완벽하게 갖고 있어 충격받았죠. 그에게 펑크 리듬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딘 브라운은 제게 일종의 ‘뮤지션 에티튜드’ 또는 ‘뮤지션 마인드’ 같은 걸 일깨워 준 스승이죠. 앨런 하인즈 또한 제게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김진이는 GIT에서 공부하며 음악적 지식 전반, 음악을 듣는 폭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고 코드톤 등 제반 분야도 디테일있게 알게 됐다.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김진이는 2014년 ‘에이퍼즈’를 결성했다. 에이퍼즈라는 밴드명은, 펑크(funk)의 ‘fu’와 재즈(jazz)의 ‘zz’, 그리고 재즈펑크 분야의 에이스(Ace)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에이스의 ‘a’를 합친 것이다.

에이퍼즈는 출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다수 경연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었다. 2014년 부산 해운대 재즈페스티벌 대상, 2015년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및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 K-루키 우수상 등등. 고교 시절부터 여러 음악경연 입상을 하던 김진이의 진가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퍼즈는 그린플러그드 인 서울, 네이버 온스테이지 7주년 공연, 서울재즈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 트라이포트 재즈페스티벌(2016) 및 2016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그리고 2018년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재즈페스티벌과 중국 베이징 투어 등 국내외 다수 무대를 누비며 시선을 끌었다. 이러는 가운데 김진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MI 서울 라이브 오디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오는 3월 재즈 펑크 타입의 싱글을 발매 예정인 에이펑크는, 이제 여기저기에서 섭외 1순위가 된 실력파 인기밴드로 자리매김했다.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김진이는 현재 백석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일 만큼 자신의 분야에 대한 배움의 열정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타리스트로서 김진이의 특장점 중 하나는, 느린 템포로 육중하게 걸리는 비브라토와 함께 호흡이 매우 긴 솔로 프레이즈다. 드라이브가 걸린 기름진 음색의 솔로는 재즈와 로벤 포드 스타일, 그리고 록적인 필을 오가며 남성을 방불케 할만큼 선이 굵은 연주를 들려준다.

김진이는 1987년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다.

중학 2학년 때 TV를 보던 중 기타라는 악기에 매력을 느꼈고 이후 학교 밴드부에 가입한다. 그러나 당시 김진이는 전혀 기타를 다룰 줄 몰랐음에도 학교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싶어 기타 잘 친다고 속이고 지원했던 것.

그녀는 오디션 당일만 되면 왼팔에 붕대를 감고 “팔을 다쳐서 오늘 오디션은 힘들다”는 등의 핑계를 대가며 차일피일 오디션을 미루었다. 그 사이에 시간을 벌어가며 계속 기타를 익혀 나갔다. 결국, 시간이 지나 오디션을 보고 무사히 합격해 밴드부 기타리스트로 합격하기에 이른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음악인이 되겠다고 선포한 김진이는 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성악(소프라노)과 바이올린을 했던 어머니가 김진이를 지지해 위로가 됐다.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게 한 건 담임 선생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공연이 있었는데, 이때 밴드부 기타리스트로 무대에서 연주하던 김진이를 본 담임 선생이 아버지에게 “진이 표정을 보셨는지요?”라며 “기타를 연주하는 순간 저렇게 행복해하는데 그러면 된 거 아니겠어요?”라는 말로 그녀의 아버지를 설득시킨 것이다. 여기에 할아버지까지 그녀가 음악을 하는 것에 성원을 보내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가족의 지지를 받은 김진이는 고교에 입학하며 하드록/메틀에 심취했다. 딥퍼플, 레인보우, 아이언메이든 등을 카피하며 록 기타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강화해 갔다. 록그룹 ‘닥터밴드’를 결성해 리드기타를 맡은 것도 이 무렵이다.

펜더 블루스주니어 앰프
부모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김진이에겐 이제 무서울 게 없었다. 고1 때 이미 백만 원대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57년 리이슈 모델을 구입할 정도였으니. 그녀는 펜더 스트라토에 이어 깁슨 클래식으로 기타를 바꿨다. 그리곤 얼마후엔 ESP 호라이즌을 구입하며 하드록/메틀 기타에 더욱 집중했다. 고교 때 이미 매일같이 낙원상가에 놀러 가 기타를 구경하는 게 하루 중 가장 행복했던 김진이였으니 이러한 유명 일렉트릭 기타에 대한 호기심은 얼마나 왕성했겠는가.

현재까지 김진이는 일렉트릭 6대, 어쿠스틱 1대 등 모두 7대의 기타를 소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깁슨 기타를 애용해오다 보니 어느덧 김진이 하면 깁슨 브랜드가 연상될 정도다. 현재 그녀는 깁슨과 함께 PRS를 메인기타로 사용하고 있다.

PRS 513 모델을 처음 사용하던 중 PRS 기타 국내 유통을 총괄하는 뮤직포스와 인연을 맺고 2016년부터 기타 협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부터 2년간 PRS SC-256 기타를 사용했어요. 일단 무게가 가볍고 연주하기가 편했죠. 소리도 따뜻하고 전체적으로 PRS만의 매력을 고루 갖춘 기타였어요.”

김진이의 이펙트 세팅. 자세한 내용은 본문 참조.
“2019년부터 PRS 408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 모델은 록 사운드 만이 아니라 활용 범위가 넓은 기타인 것 같아요. 소리도 따뜻하고 네크 감도 아주 좋습니다.”

“탐 앤더슨도 갖고 있는데, 이 기타 역시 네크 감도 탁월하고 전체적으로 연주 시 느낌이 좋아요.”

“꽤 오랫동안 깁슨 기타를 연주하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너무 그쪽으로만 한정을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우 답답하죠. 기회만 된다면 다른 브랜드의 기타들을 경험하며 나의 또 다른 면을 결합해 보고 싶습니다.”

최근 김진이는 펜더 텔레캐스터 타입으로 제작된 ‘테이강’이란 국내 브랜드 기타를 접하게 됐다. 네크 및 전반적으로 하드웨어의 감촉은 물론 소리의 질감 등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테이강 기타는 MI에서 ‘기타크래프트’ 과정을 최우수 졸업한 강태훈이 만든 소규모 기타 공방이다. 현재 ‘존 서’ 기타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브라질 출신의 마테우스 아사토(Mateus Asato)가 테이강 기타에 매료돼 자신의 SNS에 이 기타를 연주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진이는 지난 2013년에 구입한 펜더 블루스 주니어를 현재까지 메인앰프로 사용하고 있다.

테이강 기타로 시연 중인 김진이.
이펙터는 메인트라이브로 La Grange를 애용한다. “어느 스타일에도 고루 사용할 수 있을만큼 전천후이고, 로우부터 하이까지 고른 음역대, 그리고 마샬앰프의 게인(Gain) 질감이 느껴진다는 것도 매력이죠.”

“부스트용도로 사용하는 아날로그맨 King of Tone은 소리가 알맹이 있고 펀치감도 좋을 뿐 아니라 라 그란지(La Grange)와 믹스해서 사용하면 최고죠.”

“Cali76 컴프레서는 소리를 잘 채워줄 뿐 아니라 잘 잡아주는데, 마치 스튜디오 질감의 컴프레서 느낌이 날만큼 퀄리티가 아주 뛰어납니다.”

“Collider는 딜레이와 리버브가 하나로 결합돼 사용 편의성이 좋습니다.”

“볼륨페달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드들이 많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윤일’ 볼륨페달을 쓰면서 그 어떤 글로벌 볼륨페달이 부럽지 않게 됐어요. 힘이 살아있고 톤 깎임도 덜한 편이죠.”

“가장 존경하는 기타리스트이자 롤 모델은 제프 벡과 지미 헨드릭스입니다. 악기로 말을 하는 듯한 연주와 그의 모든 것이 제겐 최고로 다가옵니다. 지미 헨드릭스야 뭐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 없죠.”

올해 계획, 꼭 이루고 싶은 일들
“에이퍼즈 활동을 열심히 하는 가운데에서도 기타리스트로서 솔로앨범 등 개인 작업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요. 솔로앨범의 경우 블루지가 잘 내포된 록 기타 사운드가 주가 될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잘 뻗어 나가는 사운드 같은. 이외에 창작(작곡) 등 개인 활동에 대한 외연을 좀더 넓히고 싶습니다.”

“MI 졸업 후 귀국하면서부터 살이 찌기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계속 살이 찌다 보니 체력 등 지구력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이젠 안 되겠다 싶어 얼마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원하는 만큼 꼭 체중이 감량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에이퍼즈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이제 개인 유튜브도 시작했으니 여기에도 관심 부탁드려요,”

김진이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특히 즐긴다. 이와 함께 영화감상도 취미 중 하나.
“최근에 ‘조커’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봤어요.”


좌우명
“지치지 말자.”

김진이에게 기타란?
“새로운 삶이다.”


사용장비


▶ 기타
깁슨 57 히스토릭 (2005년)
PRS 408
PRS SC-256
탐 앤더슨
깁슨 ES-335 (85년)


▶ 앰프
펜더(Fender) 블루스 주니어

▶ 이펙트
아날로그맨 King of Tone
La Grange 부스트
Cali76 컴프레서
Collider (딜레이 & 리버브)
윤일 볼륨페달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