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라미란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NEW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40대 여성배우가 원톱으로 나선 코미디 장르가 거의 없어요. 이렇게 절 캐스팅해주시고 띄워주실 때 넙죽 받아야 뭐라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 라미란이 돌아왔다. 그의 주특기로 자리잡은 코미디 장르, 영화 ‘정직한 후보’다. 영화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2014년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동명의 영화를 한국적으로 리메이크했다. 라미란은 국회의원 주상숙으로 분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코미디가 제일 어려워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웃을지 모르니까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거든요. 여러 개를 찍고 한 가지만 골라야 할 때도 ‘이게 더 재밌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되고 무엇보다 웃음을 강요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근데 이번 영화는 강요 덩어리였어요. 제발 한번이라도 웃어달라, 뭐라도 걸려라 그런 욕심을 담았죠(웃음) 사실 제가 코미디 전문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라미란표 코미디’는 재미없을 거예요. 실제로 저는 무딘 사람이라 모든 일이 제겐 별일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불리한 성격이기도 하죠. 그래도 ‘정직한 후보’라면 도전하기 좋은 작품이겠다 싶었어요. 다채롭게 다 던져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라미란이 연기한 주상숙은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이다. 겉으로 보기엔 청렴결백하고 믿음직한 정치인이지만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당황하게 된다. 라미란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주상숙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너무 솔직해서 얄궂은 주상숙이 오히려 통쾌하고 사랑스러웠던 건 라미란의 설득력 강한 연기 덕이다.

“주상숙은 능수능란하고 사회에 좀 찌들어있는 인물인데 그런 면은 저랑 닮았어요. 심지어 극 중 주상숙 나이랑 제 실제 나이가 거의 비슷한데 보통 이 정도 나이까지 살면 다들 조금씩은 때가 묻어 있잖아요. 그래서 누구나 주상숙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이랑 상관없이 누구든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는 거니까요. 영화를 보면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될 거예요.”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의 연기력과 매력에 많은 부분 기댄 영화다. 대중들이 익히 아는 라미란식 코미디는 기본이고 여기에 김무열, 윤경호, 나문희 등 쟁쟁한 배우들과 ‘김종욱 찾기’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유정 감독의 세련된 감각이 녹아들어 2월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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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에 따라서 누군가는 정말 심각한 정치 풍자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근데 저처럼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못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웃을 수 있을 거고요. 공감하는 지점들이 다 다를 거예요. 우린 정치색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도망가려는 건 아니고, 정말 뭔가 느껴달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여러 사건들이 혼재돼있고 누군가 특정한 사람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누굴 떠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영화에요. 목적도 없고 선동하려고 만든 영화는 더더욱 아니니까요. 그저 재밌게 웃어주셨으면 해요.”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한 라미란은 ‘괴물’, ‘미쓰 홍당무’, ‘박쥐’, ‘국제시장’, ‘미쓰 와이프’, ‘히말라야’, ‘대호’, ‘봉이 김선달’, ‘덕혜옹주’, ‘특별시민’, ‘상류사회’, ‘내안의 그놈’ 등 수많은 흥행작들의 조·단역으로 활약했다. 특히 2018년엔 영화 ‘걸캅스’로 데뷔 후 첫 원톱 주연으로 나서 작품의 흥행을 이끌었다. ‘걸캅스’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한번 주연을 맡은 ‘정직한 후보’는 의미가 깊다. 국내에서 40대 여배우가 단독 주연을 맡는 경우가 전무한 상황에서 라미란이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많은 후배들에게 희망이자 등대가 되기 때문이다.

“조·단역일 때랑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오히려 조연일 때 짧은 시간 안에 존재감을 표현해야하고 편집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힘들었죠. 지금은 현장에선 더 좋아요. 전 현장에서 오래 있는 게 꿈이었거든요. 무명일 때도 현장에 오래 있는 게 좋아서 저 뒤에 서있어도 되니까 오래 있게만 해달라고 하곤 했어요. 그런 시간들을 지나서 이제 여성 원톱 배우로서 후배들의 희망이지 않느냐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에이 대단한 사명감은 없어요. 대신 제가 앞에 나와 있는 입장이니까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은 있죠. 그래야 또 여성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들이 생길테니까요. ‘정직한 후보’도 원작은 남자주인공이었는데 성별을 바꾼 거거든요. 그게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웃음) 그동안 작은 영화들은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경우가 많고 장르적으로 편협한 경향이 있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좀 다양한 영화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녀의 잣대를 넘어서서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가 나오는 추세로 계속 변화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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