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치지 않아'서 동물원 원장 태수 역 열연

윤성현 신작 '사냥의 시간'서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과 호흡

배우 안재홍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들은 대부분 대표작의 한 캐릭터로만 기억되기를 싫어하는 법이니 안재홍으로서는 이제 '응답하라 1988'의 맘씨 좋은 6수생 정봉이라는 캐릭터를 대중들의 뇌리에서 지우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배어 나오는 '정봉'이라는 인물이 안재홍이라는 이름에 새긴 인장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족구왕'에서의 홍만섭도, '응답하라 1988'의 정봉도 심지어 여성 팬들에게 "안재홍을 보고 마음이 설렌 본격적 작품"이라는 만장일치의 호평을 받은 '멜로가 체질'의 잘난 척 대마왕 손범수 PD마저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사랑스럽고 정이 간다. 깍아 놓은 조각 같은 꽃미남 혹은 자글자글한 잔근육으로 가득한 몸짱이어서가 아니라 순딩순딩한 외모와 독기라고는 1도 담기지 않은 선한 눈매, 비음이 살짝 섞인 귀여운 말투가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금 이 시대 어디엔가 있을 법한 세상 때에 찌들지 않은 정감가는 청년이다.

신작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에서는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인 동물원 동산파크를 구해야 하는 생계형 변호사 강태수 역을 맡았다. 동물이 대부분 팔려 나간 상황 속에서 관람객 유치를 위해 일부 동물원 직원들과 동물 탈을 쓰고 위험한 모험을 강행하기로 하는데 이 엉뚱한 상황마저 안재홍의 제안이라면 한 번 기꺼이 그 여정에 동참해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 들게 마련이다.

'돈키호테 같은 이 남자는 과연 나를 어떤 곳으로 안내할까' 하는 호기심이 절로 일게 하는 힘, 그것이 안재홍이 가진 매력이다.

- '해치지 않아'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 제 고향과도 같은 제작사 '광화문 시네마'의 대부분 감독들이 손재곤 감독님 팬이다. 저도 '달콤 살벌한 연인'도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이층의 악당'이다. 예전에 이야기 하기도 했고 주위에 '이층의 악당'을 추천한 적도 많다. '해치지 않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앞면에 각본, 감독에 손재곤 감독님 성함이 쓰여 있기에 글 만으로 흥분되고 이미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보니 마음이 와 닿았다. 손 감독님과 함께 촬영해보니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함께 하고 싶은 감독님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잘 해내고 싶었다. 손 감독님은 자상하고 차분하신 성격인데 디렉팅이 명료하시다.

- 북극곰의 탈을 쓰고 연기하는 장면이 많다. 어려움이 컸을 텐데.

▲ 배우의 연기가 가려질 수 있다고 우려하시던데 오히려 반대였다. 더 신났다. 마음껏 북극곰을 표현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탈 안에 들어 있는 인물이 태수이기 때문에 북극곰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태수를 보고 이입하고 즐거워 할 거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구분하려고 하지 않았다. 가면을 쓰고 수트를 입고 '안재홍'이라는 자연의 모습을 감추고 북극곰으로 동작과 행동을 할 때 오히려 더 신났다. 탈이 엄청나게 사실적이라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 다른 배우들도 비슷한 반응인가.

▲ 강소라도 언제 사자를 해보겠나 싶었다고 하더라. 박영규 선생님도 '하다하다 북극곰을 할지 몰랐다'고 하셨지만 재미있어 하셨다. 전여빈은 평소 굉장히 차분한 성격인데 마치 '스타워즈' 츄바카처럼 생긴 나무늘보 탈을 쓰고 하니 재미 있더라. 손 감독님이 의도하신 게 아이러니에서 오는 웃음과 재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 북극곰으로서의 태수는 어떤 감정을 표현하려 했나.

▲ 인물들이 진지하고 절박할수록 코미디가 오히려 더 유발된다. 태수라는 인물에 집중하려 했다. 자연스럽고 진실되게 표현하고 싶었다. 탈을 쓰는 태수가 웃프지 않나. 그런 재미를 잘 가지고 가고 싶었다. 이 인물이 탈을 쓰는데는 명확한 동기가 있어야 했다. 태수에게는 해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다소 황당해 보일수 있기에 탈을 쓰자는 설정에 태수가 가진 절박함이 잘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동물의 행태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 모션 디렉터 감독님이 북극곰 영상을 보내주시며 행동을 익혀 달라고 하셨다. 막상 촬영하며 든 생각은 북극곰 안에 있는 태수에 집중해야 된다는 점이었다. 북극곰의 동작을 익히돼 그 안의 태수의 심경을 표현하고 싶었다. 동물원에 갑자기 관람객이 문전성시를 이룰 때 태수 생애에서 느끼지 못한 희열감, 자신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태수가 얼떨결에 로펌에서 인정받기 위해 동물원 원장이 되지만 동물원 식구들과 뭔가를 이뤄가면서 짜릿함을 느끼기를 바랐다.

- 극 중 실제 북극곰에게 공격 받는 장면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래버넌트'를 연상시킬만큼 격렬하던데.

▲ 그 장면을 촬영하기 전날 정말 '래버넌트' 생각이 나더라. 인간이 곰에게 공격당하는 걸 실제 보여주는 영화가 그것 밖에 없기는 하다. 모션 디렉터를 맡으신 김흥래 형이 100kg 거구의 체격인데 파란색 타이즈와 헬멧을 쓰고 실제 저와 합을 맞췄다. 롱테이크의 원테이크였기에 방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바탕 뒹굴고 공격에서 빠져 나오는 장면까지 한 커트로 촬영했다. 그 형님은 한국 동물 연기의 대가시다. '미스터 고'에서 고릴라 링링 역을 하셨던 분이다.

-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내셔널지오그라피 채널을 팔로우하던데. 동물이나 환경적인 것에 관심이 많나.

▲ 원래 동물을 좋아한다. 내셔널지오그라피는 물론이고 나무늘보 계정도 팔로우하고 있다.(웃음) 원래 취향도 동물을 좋아하고 그래서 시나리오에 동물이 나오는 영화여서 정말 새로웠다. 꼭 출연하고 싶었다.

- '족구왕' '응답하라 1988' '멜로가 체질' 등 필모그라피를 보면 현시대 청춘의 표상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그런 작품들을 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족구왕'에서 복학생을 연기했고, 이번에도 변호사는 변호사인데 수습이다. 정직원이 되기 위해 강력한 미션을 받는 인물이다. 역할을 고를 때 꼭 청춘의 얼굴을 대변할 의도는 없었다. '족구왕' 때 잃어버린 낭만에 집중할수록 '청춘 드라마' '청춘 영화'로 와닿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때는 청춘영화라기보다 캠퍼스 스포츠물을 만들려는 의도였다. '해치지 않아'도 절박한 청춘의 얼굴을 그리려는 마음보다 강태수에 집중하려 했다. 친구가 내미는 손은 쉽게 거절하고 회사 대표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그런 인물이 발버둥치고 절실해질수록 짠한 느낌이 있었다. 그게 우리 모습 같았다. 특별히 청춘을 그리려고 고집하지 않았지만 인물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

-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여심을 훔쳤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 긴 대사가 많았는데 이병헌 감독님이 의도를 가지고 한 문장씩 공들여 쓰신 느낌이 들었다. 잘 소화하고 싶었다.제 임의대로 뭔가 추가하거나 ?면 안될 것 같았다. 손범수 PD를 정말 잘 소화하고 싶었다. 건조했던 사람의 마음에 사랑의 싹이 트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릴수록 공감해주실 것 같았다. 표현의 농도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표현하고 싶었다.

- 강하늘, 옹성우와 함께 한 JTBC '트래블러-아르헨티나'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아르헨티나 여행 소감은 어떤가.

▲ 너무 좋았다. 아르헨티나에 대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메시, 이과수 폭포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체험하고 경험하니 굉장히 버라이어티하고 다채로웠다. 몰랐던 세상에 가본 느낌이다. 강하늘, 옹성우도 너무 좋고 재미있었다. 너무 멋진 곳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운 여행이 됐다. 기대해주셔도 좋다. 몰랐던 세상이 열린다. 아르헨티나가 4계절이 다 있는 곳이더라. 정말 좋았다.

-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 등과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으로 2월 관객을 만난다. 기존의 선한 캐릭터들과는 다르다던데 소감은.

▲ 기존 제가 캐릭터에 접근했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하려 했다. 이제훈이 연기한 준석의 오른팔 같은 인물인 장호 역을 맡았다. 인물에 다가가기 위해 삭발과 탈색을 감행하기도 했고 피부도 거칠게 보이려 분장의 도움도 받았다. 눈썹도 살짝 밀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색다른 인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눈앞의 흥행이나 인기보다는 순간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멋 훗날의 안재홍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 제가 영화의 시작을 광화문시네마라는 제작사 분들과 함께 했다. 광화문시네마 첫 작품인 '1999 면회'라는 작품인데 그 때 이후 '족구왕' 등을 찍으며 계속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첫 작품을 철원에서 합숙하며 찍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소중하게 자리 잡았다. 좋은 분들과 시작해서 이 일을 행복하게 이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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