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주'와 '남산의 부장들'서 명불허전 연기 선보여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배우들은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것과 실제 모습이 간극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가끔 예상한 것과 완벽히 똑같아 놀랄 때도 있다.

올 설 극장가에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 제작 리양필름㈜, 이하 ’미스터주‘)와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젬스톤픽처스)에서 극과 극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성민이 바로 그런 경우다.

두 편의 영화 개봉 직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모두가 예상하는 소박하고 신뢰감 가는 소시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가까이 가기 힘든 톱스타가 아닌 우리 동네 호프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를 연상시켜 더욱 친근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극본 이영미, 연출 김상호)까지 최근 방송을 시작해 최고의 주가를 과시하고 있는 이성민. 우쭐할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출연작들이 경쟁하는 현재의 상황이 매우 민망한 모양이었다. 소탈한 성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개봉시기가 이렇게 겹치는 건 정말 예상치 못했고 의도한 일이 아니에요. 2018년 ‘목격자’와 ‘공작’이 같은 시기에 개봉했을 때도 정말 양쪽에 다 미안했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이 생겼네요. 그 때 한 영화의 200만 돌파 축하 인증샷을 찍으면서도 마음이 기쁘기보다 불편하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때처럼 양쪽 제작진들이 잘 이해해줘 고마울 따름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양쪽 무대 인사를 다니며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웃음)”

‘미스터주’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이성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사람이 아닌 군견 알리와 파트너를 이뤄 사라진 VIP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 영화. 이성민은 영화 속에서 군견 알리와 꿀 케미를 이루며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아무리 잘 훈련된 동물이어도 서로 연기 합을 맞추는 건 쉽지 않은 일. 더군다나 이성민은 평소에 개를 무서워해 이번 영화는 더욱 고난도 미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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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가 새로웠어요. 이제까지 한국 영화에서 없던 장르여서 더욱 흥미가 갔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목격자’ 때도 개를 안고 있어야 하는 장면에서 진경씨가 저 대신 안아야 했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아기도 시간을 두면 친숙해져 연기하기 수월해지듯이 개도 제가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전 홍대의 한 애견 카페에서 제 상대 ‘개배우’ 알리와 상견례를 했어요. 교관이 만져 보라 했을 때 처음에 두려웠는데 반복하니 거부감이 사라지더라고요. 나중에 알리가 저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핥는 신도 거뜬히 촬영했어요. 알리와 몇 달 함께 해보니 이제 집에서 애완견을 한번 키워볼 마음까지 생겼어요.”

300만 관객을 넘어서 연일 흥행순위 1위를 유지 중인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정치 영화. 이성민은 매우 도발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 속에서 ‘명불허전’이란 찬사가 어울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아무리 연기지만 이성민이 연기한 박통이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만큼 부담이 컸을 듯하다.

“우리 딸이 제가 박통 역을 맡았다고 하니까 ”헐“이라며 놀라더라고요. 고등학생이 보기에도 무게감이 남다른 인물인가 봐요.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박통이란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욕망에 관한 영화였어요. 권력자들이 어설프게 쌓아 올린 모래성 위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기존에 박 전 대통령이 나온 영화들을 살펴보니 모두 외모가 닮은 분들이 연기를 했더군요. 제가 가장 닮지 않았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귀 분장을 하고 잇몸을 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분의 자세와 걸음걸이, 제스처를 따라 하는 것이었죠. 자료 영상들을 보며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어요.”

이성민이 배우인생을 걸어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 한 번이라도 도움을 얻은 사람의 부탁은 잘 거절하지 못한다. ‘머니게임’의 연출자 김상호 감독은 가난한 연극배우였던 이성민을 안방극장으로 불러들인 인물. 충무로 대세답게 러브콜이 쏟아지는 가운데서 김감독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오랜만에 안방극장 컴백을 결정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한 작품이 아니에요. 김감독은 연극배우였을 때 저를 발굴해 단막극에 출연시킨 분이었어요. 그 이후에도 작품을 하실 때마다 저를 불러주셨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일들이 이어질 수 있었어요. 제가 연기하는 허재라는 인물은 매우 개혁적이면서 어쩌면 혁명가적인 인물이에요. 익숙한 스토리가 아닌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만한 드라마예요. 저도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경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어요. 시장주의, 신자유주의, 개방경제 등 처음 듣는 말들이 뭔지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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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넓은 평야를 우직하게 혼자 경작하는 소처럼 이성민은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2020년에도 여전히 바쁘다. 이제 그의 나이도 50대 중반.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을까?

“일을 할 때는 잘 몰라요. 오히려 일을 안 할 때 몸이 아프죠. 모든 사람들이 매일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잖아요. 배우가 촬영장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공작’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탄 후 어떻게 하다 이런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됐나 복기를 한 적이 있어요.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에요. 그 중 누구 하나라도 인연이 어그러졌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거예요. 그래서 인연이 있는 사람이 하자고 하면 거절을 못해요. 쉬어가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당분간 쉬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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