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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이희준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쇼박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18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히 따라가는 이야기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의 과열된 ‘충성 경쟁’을 담담하게 쫓아간다.

“10·26 사태 같은 게 이미 여러 번 다뤄진 이야기이지만 ‘남산의 부장들’은 대본부터 좀 달랐어요. 프랑스 멜빌 감독의 영화를 보면 큰 사건이 없는데도 계속 긴장되는 느낌이 있거든요. 우민호 감독님도 그런 걸 지향하신다고 하셨고 또 다른 우리만의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저도 두 번 보니까 영화의 의도를 알겠더라고요.”

배우 이희준이 연기한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은 ‘박통’의 존재를 신념처럼 여기고 충성하는 인물로, 실제 당대 대통령의 곁을 지켰던 경호실장을 모티브로 했다. 이희준은 곽상천 캐릭터를 위해 무려 체중 25kg을 증량하며 완성도를 더했다.

“저도 웬만하면 안 찌우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늘 체중에 대한 긴장감이 있는데 잡고 있던 줄을 놓는다는 게 두려웠어요. 한 2개월 정도는 매일 아침 배를 보면서 ‘괜찮아 배 나와도 돼’라고 스스로 심리적 허락을 하곤 했죠. 무한대로 먹으면서 100kg을 찍으니까 맞춤 정장도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근데 영화를 보니 안 찌웠으면 허전했을 것 같아요. 각하를 100% 믿고 따르는 인물인데다 거의 다 소리지르고 윽박지르는 대사밖에 없거든요. 대본부터 이 인물의 우직한 덩어리감이 있어요. 그 정도의 비주얼은 필요했다고 봐요. 점점 살찌니까 ‘어? 허벅지가 이렇게 됐네’, ‘어? 이 대사가 한 호흡에 안 되고 숨이 차네?’ 이러면서 신체적 가면을 즐긴 것 같아요.”
  • 사진=쇼박스
곽상천은 청와대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은 경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심야 도심에 탱크를 운행할 정도로 공포 경호까지 실시한다. 무대포처럼 밀어붙이는 곽상천의 모습은 뜻밖의 웃음까지 터트리게 만든다. 이희준은 “대본 읽자마자 ‘나 곽상천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데’ 싶었다”고 털어놨다.

“여러 대사들도 그렇고, 마지막 장면의 행동도 전혀 이해가 안 됐어요. 저는 이해가 안 되면 연기를 못 하는 편이라 확 두려워졌죠.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이 사람이 어떻게 각하를 만났고, 왜 진짜 아버지처럼 모시게 됐는지 그런 캐릭터의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막 소리만 지르는 사람 같지만 그 사람은 진짜 믿고 있거든요. 감독님께서도 곽상천에 대해서 ‘희준씨, 사람이잖아요’ 하시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아 사람이니까 그 상황에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아마 평소에 저는 곽상천 같은 사람을 현실에서 만났다면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고 말도 섞지 않을 거예요. 근데 이 영화를 하면서 자기가 100% 맞다고 믿는 사람들, 자기 신념이 강한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됐어요. 평소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을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됐죠.”

특히 ‘남산의 부장들’이 주목받는 건 다시 없을 화려한 라인업 덕분이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의 이병헌,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의 곽도원 등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쉴 틈 없이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전망. 이희준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병헌, 이성민 등에 대해 언급하며 “경이로울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 사진=쇼박스
“이병헌 선배님의 도청신, 마지막 신은 정말 놀랐어요. 그 순간은 저도 관객 입장에서 ‘와! 좋다, 더 보고싶다’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 싶었죠. 특히 이성민 선배님의 연기도 기억에 남아요. 진짜 그 40일을 살았던 사람처럼 점점 지쳐가는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하시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남산의 부장들’은 올해 초 최고의 기대작답게 개봉 닷새째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고의 흥행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저희 메이크업 스태프가 20대인데 영화 어땠느냐고 물어보니까 좀 멀게 느껴지는 역사이지만 마지막 순간의 사건은 아니까. 언제 총을 쏘는지 알고 보는데도 긴장됐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이미 다 아는 사건이지만 네 명의 심리, 갈등을 지켜보면서 전해지는 긴장감이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설 연휴 때 ‘남산의 부장들’ 보면 가족끼리 나눌 얘깃거리도 많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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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01/28 07: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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