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볼 때마다 관객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잔뜩 심어주는 배우였다.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 제작 어바웃필름) 개봉을 앞둔 배우 전여빈은 매 작품 극명하게 다른 얼굴로 등장해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배우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은 매 작품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보여주는 것일 터. 전여빈은 항상 이 배우의 한계는 어디까지고, 실제로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

‘해치지 않아’는 파산 직전인 동물원 ‘동산파크’에 새로 원장으로 부임한 태수(안재홍)와 직원들이 빚 때문에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코미디. 전여빈은 동물원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동물 탈을 쓰고 ‘자이언트 나무늘보’로 변신하는 사육사 혜경 역을 맡았다. 소심하면서도 우유부단한 혜경은 전여빈에게는 다소 낯선 캐릭터.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친구를 버린 친구의 전 남편을 응징하기 위해 낫 들고 전력 질주하던 은정의 걸크러시는 찾을 수 없다. “매 작품 너무 달라 같은 사람인지 몰라볼 뻔했다”고 말하자 폭소를 터뜨렸다.

“정말 배우에게 최고의 칭찬인데요. 배우 개인으로서 개성이 드러났다기보다 극 중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이야기잖아요. 배우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잘했다는 이야기로 들려 기분 정말 좋네요. 그러나 어쩌면 관객들 뇌리에 각인이 안 되는 외모 때문일 수도 있어요.(웃음) 사실 요즘도 길가에 나가도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세요. ‘멜로가 체질’이 방송될 때 제주도에서 영화 촬영 중이었는데 그때 조금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전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혜경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다하는 소원도 매력적이죠. 그러나 혜경은 제가 이제까지 맡아본 적이 없는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어요.”

선입견을 갖고 봐서일까? ‘해치지 않아’는 영화가 공개된 후 출연배우들과 그들이 연기한 동물들의 높은 싱크로율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전여빈은 캐스팅 당시부터 나무늘보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여빈은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손재곤 감독님의 팬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전화 하셨어요. 드라마 ‘구해줘’와 문소리 감독님의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 나온 제 모습이 자신과 차를 마셨던 사람과 너무 달라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하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신인배우인 제가 뭐라고. 정말 감동이었죠. 그런데 동물원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나무늘보 역할이라고 하셔 영화가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으니 정말 재미있어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전여빈은 ‘해치지 않아’서 달달한 멜로의 중심에 선다. 이기적인 남자친구 성민(장승조)과의 오래 된 연애에서는 이용만 당하며 질질 끌려 다니고 자신을 짝사랑하는 동료 사육사 건욱(김성오)의 마음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역시 ‘멜로가 체질’인가 보다. 전여빈은 든든한 두 선배 김성오와 장승조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김성오 선배님과 첫 미팅 때 많이 긴장했어요. 워낙 센 역할들을 많이 하셔 무서울 줄 알았거든요. 선배님이 보자마자 저한테 ‘나무늘보와 닮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말에 무장 해제돼서 ‘선배님도 고릴라와 똑닮았다’고 말씀드렸죠. 장승조 선배님은 역할과 달리 매우 상냥하고 젠틀한 분이세요. 그런데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살려내시더라고요 고릴라가 나무늘보를 업는 어부바 장면 정말 사랑스럽죠? 제 최애장면이에요.”

전여빈은 충무로 ‘대세배우’답게 2020년에 ‘해치지 않아’를 시작으로 쉬지 않고 새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결정을 기다리는 영화와 드라마 대본들이 소속사 사무실에 쏟아지고 있다. 오랜 기다림과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값진 결과물이다.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 싶었고. 갈망해왔기에 느리더라도 차분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밟아가고 싶었어요. 그래도 서른이 되기 전 자리를 못 잡는다면 재능이 없는 걸 인정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가족과 약속을 했었죠. 다행히 하늘이 도와줘서 좋은 작품을 만나 연기를 계속 하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저도 알아요. 지금은 일이 술술 풀려가는 듯하지만 몇 년 후에는 어려운 일도 닥치겠죠. 그래도 전 지금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전여빈은 이제 확실히 스타덤에 올라 한 영화를 책임질 만한 주연 배우 반열에 올라섰지만 아직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인터뷰 내내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건 실제 인성의 영향인 듯하다. “인간 전여빈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영화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예전에 단편 영화제 트레일러를 찍은 적이 있어요. 명동에서 소 탈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역할인데 전단지를 나눠주는데 사람에게 밀어 넘어지는 설정이었어요. 그때 고양이 탈을 쓴 알바가 촬영인지 모르고 달려와 저를 일으켜주더라고요. 일으켜주다 ”여자잖아“라며 놀라더니 ”힘내요“라고 말하고 가버더라고요. 정말 영화적인 체험이었어요. 우린 촬영이었는데 미안하더라고요. 그 친구의 진심어린 따뜻한 위로가 오랫동안 잊히지 않아요. 저도 그 친구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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