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1'서 애니메이터로 '겨울왕국2'서 슈퍼바이저로 참여

이현민 슈퍼바이저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한국에서만 1273만 관객을 돌파했고 전세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탄생하게 된데는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을 위시해 목소리 연기를 맡은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등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담겨있다.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역대급 여성 캐릭터 엘사와 안나는 물론이고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하고 있는 올라프, 스벤 등 색다른 캐릭터들까지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의 손끝에서 탄생이 된 가운데 한국인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겨울왕국2'의 탄생 과정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냈다는 사실이 반갑다.

'겨울왕국2'의 개봉 이후 내한한 이현민 슈퍼바이저와 만났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겨울왕국’(2014) 1편에서 주인공 안나의 애니메이터였고 '‘겨울왕국2’에서는 안나를 총괄하는 슈퍼바이저로 활약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월트 디즈니에 6개월 인턴쉽으로 입사해 바로 애니메이터로 승격했다.(월트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를 채용하는 과정은 개인에 따라 조건이나 인턴십 수료기간에 차이가 난다)

이 수퍼바이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 '위니더 푸', '빅 히어로', '주먹왕 랄프'의 애니메이터로 활약했고 '주토피아'의 애니메이터와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 '겨울왕국2'에서 안나를 구상할 때 1편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 엘사에게는 초능력이 있는데 안나는 왜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안나에게도 초능력이 있다. 2편에서 안나가 지닌 포용력이 바로 초능력이다. 1편에서 너무 철없어 보였을 수도 있다. 별로 두려울게 없고 직진만 하는 왈가닥이었다. 안나가 잃을 게 없기에 직진만 했다면 2편에서는 평생 기다려온 모든 걸 가지고 있는 상태다.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아렌델 성의 문이 열려 백성들과 교류도 하고 있다. 정말 잃을 것이 많아진 행복한 상태다. 안나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렌델을 지키기 위해 늘 밝은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또 갈등도 겪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힘의 근원이 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 어떻게 자신을 믿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내면의 힘을 끓어내 뚫고 나가는가를 보여드리려고 했다. 늘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았던 안나가 자신의 내면의 힘과 존재감에 대해 각성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 슈퍼바이저는 애니메이터와 차이가 무엇인가. 이번 작품에서 이 슈퍼바이저가 맡은 역할은.

▲ 디즈니 모든 일은 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나와 엘사의 캐릭터 또한 한 사람만이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낸 캐릭터다. 캐릭터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녀, 스토리 보드를 짜는 사람도 있고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도 있다. (목소리 출연)배우가 캐릭터의 연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들이 미리 녹음한 내용을 들으며 해당 대사에 맞춰 '인물이 어떤 표정을 짓고 몸동작을 하는가' '안나는 어떻게 움직이는 캐릭터이고 어떤 습관을 가졌고 걸음걸이는 어떤지 웃을 ㄸㅒ 어떤 입모영을 짓는지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애니메이터들이 다 만들어낸다.

보통 애니메이션 한 편에 애니메이터와 슈퍼바이저, 헤드업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다. 애니메이션 부분에 총괄 감독이 따로 있다. 직급 체제라기보다 90명의 애니메이터가 다 실력이 뛰어나고 서로 잘 하는 부분이 다르기에 필름마다 헤드업 애니메이션, 수퍼바이저에 지원할 수 있다. 감독들이 인터뷰를 해서 각자 특징이나 성격, 가장 잘 하는 일에 맞춰 적합한 사람을 뽑는다. 필름 한 편의 작업이 끝나면 다시 애니메이터로 돌아간다. 슈퍼바이저나 헤드업 애니메이션 모두 관리가 많아서 애니메이션을 할 시간은 줄어든다. 실력이 엄청난데도 오직 애니메이션만 하려는 사람도 있고 실력만으로 리더를 맡아 본보기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겨울왕국2' 한 편이 만들어지는데 애니메이터나 슈퍼바이저의 인력 구성이 궁금하다.

▲ 저는 안나 슈퍼바이저이고 우리 영화에 슈퍼바이저만 총 6명 있다. '겨울왕국 2'의 엘사, 크리스토프, 올라프 등 각자 다른 캐릭터를 맡고 있다. 애니메이터 89~90명 가량 된다. 그 중에서 제가 하는 일은 안나의 애니메이션을 맡은 애니메이터들을 제가 도와드리면서 안나의 행동이나 표정들에 대해 조언한다. 저는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님들과 훨씬 이전부터 작업을하며 감독들의 뜻을 전달하는 중간 다리 역할도 하고 다방면에서 안나의 캐릭터가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감독들이 캐릭터와 스토리 전체를 만들어 냈다면 그걸 이어 받아 캐릭터의 외면적 행동이나 표정을 지을 때 내면이 발현되는가에 집중하는 것도 슈퍼바이저의 일이다.

- 어떤 과정을 거쳐 슈퍼바이저자리까지 올랐나?

▲ 2007년에 디즈니사에 입사했다. 사람들마다 길이 다양하다. 저는 6개월 인턴쉽으로 시작했다.. 인턴쉽 과정은 대학 졸업 후 3년 이내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다. 저는 6개월의 인턴이 끝나고 '공주와 개구리'의 애니메이터로 작업을 했다. 애니메이터라 해도 애니메이션만 하지 않고 스토리보드를 할 수도 있고 저는 캐릭터 디자인도 좋아해서 프로덕션 기간 중간에 캐릭터 디자인에서 비주얼 디벨롭먼트를 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맨' '피스트' 등에서 슈퍼바이저를 하기도 했다. 애니메이터와 슈퍼바이저 작업을 번갈아 하다가 '겨울왕국' 1에서 애니메이터로 작업했고 2편에서 슈퍼바이저로서 더 깊게 관여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다. 면접 때 어떤 캐릭터라도 좋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애정을 가진 안나에게 배정이 됐다.(웃음)

- 디즈니사 입사 전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고3때 수능 시험을 보고 한국에서 대학을 한 학기 다니고 나서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공부를 하게 됐다. 한국에서 대학교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셨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다가 혼자 멀리 미국에 떨어져서 도전하게 됐지만 한국에서 가족들이 큰 지원을 해주셨다. '겨울왕국2'에서 안나가 '넥스트 라잇 띵'을 부를 때 옆에 아무도 없어도 혼자 해나가야 한다고 결심 하잖나. 그 때 제 모습도 생각이 났다. 그렇게 어려운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그럴 ㄸㅒ 관객들이 힘을 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엘사와 안나의 동작이나 행동을 표현할 때 특별한 비결 등이 있다면.

▲ 안나와 엘사 모두 행동하는데 있어서 양면적인 부분이 있다. 엘사는 1편에서 평소 중심을 잘 잡고 침착하게 있다가도 마법을 쓸 때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 면이 그녀를 자신있게 행동하지 못하게 했다면 2편에서는 자신감 있게 큰 동작으로 마법을 쓰는 모습 표현했다. 안나는 항상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면이 있는데 디즈니랜드에 공주 역 하시는 분들의 행동 양태 등을 유심히 관찰했다. 엘사가 웃을 때도 가만히 서서 미소짓는다면 안나는 몸을 앞으로 내민다던가 팔도 크게 들고 큰 몸동작을 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 안나 캐릭터에 영감을 준 사람이 있나.

▲ 목소리 연기를 맡은 크리스틴 벨의 녹음하는 모습을 전부 비디오를 찍어서 제공 받았다. 그 때 입모양이나 연기 등에 참고를 많이 한다. 슈퍼마켓 등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안나 같은 동작을 한다던가 할 때 잘 기억하고 있다가 스케치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애니메이터가 직접 연기를 해보고 비디오로 찍어서 래퍼런스로 쓰기도 한다.

- 디즈니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재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보나.

▲ 월트 디즈니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영감을 줘야한다는 걸 중요시해서 표현했다더라. 언제든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 을 추구한다. 그래서 우리들도 그 정신을 이어 받아서 항상 일한다. 직원들 대부분 어릴 때 디즈니 작품에 큰 영감을 받아 이 회사에 들어온 만큼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크다. 우리 서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꼐 보면서 일을 한다. 그리고 또 우리의 재산을 후세에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이 강점이다.

- '겨울왕국2'를 완성한 후 가장 만족했던 지점은.

▲ 우리 영화는 남녀노소 누구든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믿고 의지하면서 내면의 힘을 키워나가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그런 점들을 관객들이 호응해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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