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배우 최민식, 한석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역대급 만남에 연말 극장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들이 그려낼 세종과 장영실에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이하 '천문')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최민식, 한석규와 허진호 감독이 참석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으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은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날 허진호 감독은 "천문학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해서 자문을 많이 구했다. 자격루를 재현하면서 고증도 많이 받았다. 이과적인 이해가 필요해서 저도 열심히 공부했다. 기록에 의하면 장영실이 만든 안여가 부서지고 나서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게 제겐 질문으로 다가왔다. 세종은 항상 인재를 버리지 않고 등용했고 두 사람은 굉장히 가깝게 지낸 사이다. 심지어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열었다는 건 정말 큰 업적인데 왜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졌을까,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이 영화의 시작은 안여사건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의 조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꼭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만드는 건 감독으로서 재미가 없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는데 영화적 허용을 어느 정도 해주실지는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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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은 그 동안 한번도 다뤄진 적 없었던 조선의 두 천재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심도 있게 그려낸다. 누구보다 장영실을 총애했지만 한 순간 그를 내친 세종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장영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장영실을 연기한 최민식은 "남자나 여자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가장 높은 왕이 나를 알아주고 본인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게 배려해준다는 게 천민으로서 어떤 의미였을까. 그 정도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무한한 애정, 충성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다. 세종의 넓은 가슴과 지혜가 있었기 때문에 장영실이 있었을 거다. 그 안에서 장영실은 행복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세종의 부름을 받고 아랍에서 가져온 코끼리 그림을 설명할 때, 임금이니까 감히 고개를 못든다. 근데 세종께서 고개를 들라고 하고 아이콘택트를 한다. 그때 장영실의 마음은 어땠을까. 거의 뭐 황홀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왕 앞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브리핑을 하는데 너무 떨렸을거다. 그때 난 임금의 용안을 유심히 관찰하는 연기를 했다. 근데 과감히 편집됐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저는 역사물의 의미는 만드는 사람들의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꼭 묘한 뉘앙스, 성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흠모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 그게 이 영화에서 장영실이 보여줘야 할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노는 것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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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이후 또 한번 세종 캐릭터를 맡은 한석규는 "극 중에서 '자네 같은 벗이 있지 않나' 그런 대사가 나온다. 친구라는 게 우리 둘,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 같은 꿈을 꾸는 사이라고 본다. 그런 군주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과연 누구였을까. 장영실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봤다. 그런 상상을 풀어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이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도 많고 직업도 연기자라 상상력과 '왜?'라는 질문이 참 중요하다. 역사 왜곡은 민감한 부분이라 걱정되는 부분이 있긴 한데 기록이 진실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는 어떤 게 진실이고 사실인지 모른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너무나 달라진다. '천문'은 조심스럽게 그런 실록에 기반한 사실을 가지고 상상력을 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민식과 한석규에겐 지난 1999년 영화 '쉬리' 이후 20년 만의 재회다. 조선 최고의 두 천재 세종과 장영실로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가 크다. 허 감독은 "연말에 동화 같이 따뜻한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세종과 장영실이 서로의 신분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우정과 신뢰를 나누고 하나가 되는 과정이 복잡한 시기에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천문'은 오는 12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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