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의 고두심(왼쪽), 이정은(가운데), 김강훈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동백꽃 필 무렵'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주조연의 경계가 낮은 것을 넘어서, 주인공이 주지 못한 또 다른 감동을 주변 캐릭터들로부터 받는다.

신드롬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종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로맨스부터 스릴러에 이르는 연출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주인공들과 합을 이루는 신스틸러의 활약은 드라마의 탄탄한 기반이 됐다.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생작'을 선사해준 특별한 조연들의 활약을 되짚어 봤다.

■ '국민 엄마' 고두심의 저력

고두심은 이번 작품에서도 엄마였다. 황용식(강하늘)의 모친 곽덕순으로 등장해 과부로서 삼형제를 키워낸 강인한 여성이다. 특히 유복자인 용식이는 특히 더 아픈 손가락으로 키웠다.

특히 자신의 이미지이기도 한 ‘국민 엄마’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황용식과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고 투닥거리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도 우리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만든다. "버리라는데 어쪄. 버려줘야지. 내 속에는 그냥 웬 갓 못을 30년을 때려 박고도 지 속에는 못 하나 박히는 게 디지게 싫다는데 으쪄. 해 줘야지. 내 새끼 가슴에 맺힌다는지"라는 대사는 보는이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 신스틸러 이정은의 묵직한 존재감

동백(공효진)에게 엄마 정숙(이정은)은 애증의 존재다. 27년 전 자신을 버린 장본인이 다름아닌 엄마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기분과 냄새, 엄마의 말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동백에게 갑자기 찾아와버린 정숙의 존재는 그렇기에 반갑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숙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동백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무뚝뚝한 듯 쉽게 쉽게 행동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언제든 동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복합적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이정은에게 2019년은 특별한 해다. JTBC '눈이 부시게'에 이어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어 OCN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까지 잔혹함과 자상함을 오가는 매력으로 작품을 채워가고 있다. 팔색조 같은 분위기가 앞으로의 이정은을 더욱 기대케 만드는 요소다.

■ '작은 거인' 아역 김강훈

동백의 아들 필구(김강훈)는 가장 소중한 존재다. 작은 어린이이지만 존재감은 물론, 내뱉는 말을의 면면을 보면 깊이가 있다. "우리 엄마 진짜 착해요"라는 한마디와 함께 어린이용 음료를 꺼내놓는가 하면, 엄마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덤덤하게 내뱉곤 뒤돌아 펑펑 우는 모습으로 애틋함을 자아냈다.

극 초반 불현듯 나타난 용식과 관련된 일에서도 또 다른 내면을 비춰냈다. "엄마도 용식이 아저씨랑 결혼이나 하라고 해. 왜 나만 두고 다 결혼하냐"며 슬퍼하는가 하면, 동백 지킴이 1호로서 엄마를 지키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김강훈의 연기가 호평받는건 아역 배우임에도 성인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친모자를 방불케 하는 공효진과의 케미는 물론, 가슴 절절한 감정연기를 선보이는 김지석과의 신, 친근함과 경계를 오가는 강하늘과의 합도 흥미롭다. 최근에는 차기작을 MBC '더 게임:0시를 향하여'로 선정해 바쁜 필모그래피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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