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더 무비'로 스크린 데뷔

선배 김상중, 마동석, 김아중과 호흡 영광

장르불문 소화 가능한 배우로 사랑받고파

배우 장기용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분홍색 장갑을 낀 박웅철(마동석)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남자들을 가볍게 제압한다. 싸움의 중심엔 독기 가득한 고유성(장기용)이 있다. 체격도 분위기도 압도적인 둘이 맞붙었더니 격렬한 파열음이 스크린을 꽉 채운다. 두 남자의 강렬한 액션으로 오프닝을 연 이 영화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다. 지난 2014년 OCN 역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한 동명의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모티브로 했다. 기존 멤버였던 오구탁(김상중)과 박웅철의 색은 더욱 선명해졌고 곽노순(김아중), 고유성 캐릭터가 새롭게 추가돼 재미를 더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배우 장기용이다. 지난 2012년 모델로 데뷔해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한 그에게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스크린 데뷔작이다. 장기용은 첫 상업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눈부신 존재감으로 선배 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줬다. 주목할 만한 신예의 탄생이다.

“영화관에서 제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조금 큰 TV로 드라마 보는 느낌이더라고요. 데뷔 초에 '언젠가 나도 영화를 찍을 날이 올까' 막연하게 꿈꾸기만 했는데 정말 이뤄져서 신기해요. 첫 작품인데 이렇게 큰 영화의 주연이라 감사하고요. 늘 그래왔지만 잘 해내고 싶었어요. 최대한 신인같지 않게, 뻔뻔하고 대담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가만히 서있을 때도 어떻게 해야 ‘나쁜 녀석들’의 일원처럼 보일까, 선배들의 분위기에 잘 융화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손용호 감독은 고유성 캐릭터의 젊은 패기, 독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선한 얼굴을 찾던 중 장기용을 발견했다. tvN ‘나의 아저씨’에서 사채업자 광일을 연기했던 그의 서늘한 눈빛에서 흥미로운 가능성을 봤다. “제 안에 독한 모습을 최대한 끄집어냈어요. 감독님께서 ‘고유성은 한번 나올때마다 임팩트가 클 테니까 독종 같은 모습을 잘 표현해달라’고 주문하셨고, 말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고유성의 성격을 또렷하게 그려보고자 했어요. 고유성을 연기하면서 속이 후련했어요. 어릴 때부터 낯가림도 심하고 소심했거든요. 크게 화를 내본 적도 없고 기분이 안 좋아도 혼자 삭히는 편이라. 근데 연기하면서 타격감 있는 펀치도 날려보고 욕도 거침없이 하고 막 고함을 쳤더니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원래 액션물을 사랑해요.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고요. 영화 준비하면서 액션스쿨에 다닐 때도 뭔가 배우면 흡수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었어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제 안에 있던 액션 본능을 깨운 것 같아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장기용이 연기한 고유성은 경찰대 수석 출신 엘리트 형사다. 그는 소매치기를 쫓다 범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탓에 과잉 진압에 의한 폭행치사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는다. 이후 탈주 사건이 일어난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고유성은 오구탁과 인연을 맺고 탈주범들을 잡아들이는 데 앞장선다. 특히 영화 중반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몽둥이를 휘두르는 장면은 그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여준 신이다.

“원래 대본엔 없었는데 ‘좀 껄렁껄렁할 것 같은데 껌 씹어도 되냐’고 감독님께 여쭤보고 넣은 장면이에요. 방망이를 들고 문열고 들어가는 신에서는 좀 절제했어요. 힘을 좀 빼고 강약을 조절하면 더 독해보일 것 같았거든요. 상대방을 대리고 씩 웃을 땐 20대 특유의 젊은 느낌을 넣으려고 했고요. 굉장히 다채로운 매력이 표현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다만 거울에 씹던 껌을 붙이는데 침 때문에 잘 안 붙어서 좀 애먹었죠.(웃음) ”

말로는 ‘긴장되고 고민도 많았다’고 하지만 장기용은 인터뷰 내내 신이난 듯 밝게 웃었다. 신인으로서 김상중, 마동석, 김아중 등 이름만으로 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선배들과 나란히 서는 행운을 꿰찼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장기용은 “선배들의 영화를 보고 자란 입장이라 현장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공부고 값진 경험이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마동석 선배님의 힘을 제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어요.(웃음) 단둘이 찍는 신에서 케미가 더 돋보일 수 있게 많이 챙겨주셨어요. 선배님과 마주보고 섰을 때는 위압감이 느껴져서 연기인 걸 알면서도 무섭긴 하더라고요.(웃음) 촬영 내내 선배님들이 먼저 농담도 해주시고 친한 형들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막내라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은 했는데 워낙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해서. 그래도 현장에서 당이 떨어질 때쯤 커피나 초콜릿을 챙겨드리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다가갔죠.”

사진=CJ엔터테인먼트
목표물을 향해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하는 고유성은 장기용과 닮은 면이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 뭐든 가능성만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면은 꼭 닮았다고. 평소 호기심 많고 근성 있는 태도도 장기용의 실제 성격과 다르지 않단다. 남다른 추진력에 187cm의 훤칠한 키, 잘생긴 외모까지 갖췄으니 데뷔 과정도 순탄했을 것 같지만 실제 그가 마주했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울산 촌놈이에요.(웃음) 키만 컸지 아무것도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어떤 패션쇼 영상을 보고 모델이 되려고 20살에 서울에 올라왔어요. 무작정 모델 에이전시를 찾아갔는데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한동안 일이 없어서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으로 김밥만 먹고 살았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전에는 그냥 키가 크니까 쳐다본 것 같은 느낌인데 그래도 요즘은 얼굴을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식당에 가면 이모님들 반찬 서비스가 좀 늘었고요.(웃음) 점점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니까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초중고 시절 발표 시간만 되면 숨느라 바쁠 만큼 내성적이었던 장기용은 이제 패션쇼에 서고, 드라마 남자주인공으로 사랑받고 스크린에서 더 많은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고백부부’, ‘나의 아저씨’, ‘이리와 안아줘’, ‘킬잇’,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그리고 첫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까지. 달콤한 연하남, 거친 남자 등 어떤 캐릭터든 100% 소화 가능한 배우라는 걸 스스로 천천히 증명해내고 있다.

“한동안 대학교 훈남 선배 느낌의 캐릭터 제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그때 선택한 게 사채업자 역할이었던 ‘나의 아저씨’였어요. 색다른 캐릭터를 맡을 때 제가 어떻게 바뀔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앞으로도 ‘장기용이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라는 걸 끊임없이 확인시켜드리고 싶어요.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죠. '장기용이 액션물에서도 괜찮네?' 그런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추석이요? 별다른 계획은 없어요. ‘고백부부’ 이후 쉴 틈이 없었는데 요즘 좀 체력이 떨어진 것 같아서 저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연휴가 짧아서 가족들은 못볼 것 같아요. 대신 혼자 한강 가서 조깅도 하고 산에도 가고. 자연 속에서 재충전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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