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영화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8월 중순으로 접어든 극장가, 제작비 100억 원대 한국 영화들이 모두 공개됐지만 기대하던 만큼의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신과함께-인과연’이 단숨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 호황을 주도한 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인 분위기다.

지난 7월 하순부터 극장에 걸린 여름 텐트폴 영화는 총 4편이다. 가장 먼저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배우 송강호, 박해일 등 신뢰감 있는 배우들이 포진해 천만 흥행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정설 대신, 신미스님이 한글 창제에 주도적인 공을 세웠다는 가설을 토대로 한 내용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면서 발목을 잡혔다. 이후 조철현 감독이 공식입장을 내고 “세종대왕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관객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나랏말싸미’는 7월 한 달간 90만 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 94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용히 퇴장했다. 7월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관객 수가 100만 명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04년 7월 22일 개봉한 '늑대의 유혹'이 81만 명을 기록한 이후 15년 만이다.

기대작이었던 ‘사자’의 성적 역시 신통치 않다. '사자'는 지난 2017년 ‘청년경찰’로 565만 관객을 모은 김주환 감독의 신작인데다 호러 판타지 오컬트라는 장르적 특성, 배우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등 캐스팅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뿌렸고 올 여름 대규모 관객을 끌어 모을 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작은 좋았다. 지난달 31일 개봉 첫날 3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청년경찰’의 오프닝 스코어를 넘고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듯했다. 하지만 소재와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영화적 재미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혹평이 이어졌고 결국 부진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1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손익분기점(350만 명)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사자’와 같은 날 개봉한 ‘엑시트’가 개봉 14일째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12일 기준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에 박스오피스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막강한 저력을 과시 중이다. 가장 늦게 여름 대전에 합류한 ‘봉오동 전투’ 역시 선전하고 있다. 개봉 9일 만인 광복절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엑시트'의 기세를 꺾었고, 최근 사회적으로 불거진 반일감정과 맞물려 전 세대 관객들의 호감도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접전을 벌이면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사진='엑시트', '봉오동 전투' 스틸
하지만 지난해 ‘신과함께-인과연’이 개봉 14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가 흥행호조를 보여주고 있지만 규모가 큰 대작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았고, 이렇다 할 흥행작이나 화제작도 없는 만큼 극장가는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실제로 14일 공개된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2008년 이후 최저치인 334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8.0%(205만 명) 감소한 수치다. 지난 7월 한국영화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42.7%(189억 원) 줄어든 254억 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2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개봉하면서 이 시기를 전후로 경쟁력 있는 한국영화가 개봉을 피했고, '나랏말싸미'의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영화 관객 수가 평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2004년 이후 최저치인 15.2%를 기록했다.

반면 7월 외국영화 관객 수는 7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1858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9.1%(419만 명) 증가한 수치다. 한국영화가 7월 말, 8월에 몰리면서 7월은 외국영화에겐 무주공산과 같았다. 덕분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796만 명을 동원하며 7월 전체영화 순위 1위에 올랐고, 이어 '라이온 킹'이 414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5월 23일 개봉해 3달째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 중인 '알라딘'과 6월 20일 개봉한 '토이 스토리 4'가 각각 366만 명과 113만 명을 모아 전체 순위 3위, 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영화의 부진이 여름 대목까지 이어진 가운데,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한국영화들이 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15일 개봉하는 ‘암전’을 비롯해 21일 ‘변신’, 28일 개봉을 앞둔 ‘유열의 음악앨범’ 등이 막바지 여름 극장가를 책임진다. 이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짓눌린 충무로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각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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