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암전'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8년째 데뷔 준비 중인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이 있다. 단편 영화로 인정받은 후, 하루 빨리 성공적인 데뷔작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미정은 어느 날 너무 잔혹해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한 영화에 대해 듣게 된다. ‘귀신이 찍었다’는 소문이 돌 만큼 기묘한 이 문제작은 미정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는 영화의 실체를 깊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겨우 찾아낸 그 영화의 감독 재현(진선규)은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말라며 의미심장한 경고만 남긴다. 하지만 그의 경고를 무시한 미정의 집착은 점점 심해진다. 그 영화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한 신인 감독의 집착, 그리고 극장에서 죽은 여배우에 대한 괴담을 음산하게 풀어나가는 공포 스릴러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폐극장에 감춰진 핏빛 사연과 최고의 공포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의 그로테스크한 광기가 얽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에 대한 호기심, 한편으로는 순수해 보일만큼 집요한 젊은 감독의 집념, 섬뜩하리만치 폐쇄적인 광기에 대해 빠른 템포로 묘사한다.

80년 만에 폐쇄된 전북 최초의 극장인 군산 ‘국도극장’에서 촬영해 실감 나는 공포를 극대화했다는 점은 공포물 마니아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다. ‘폐극장’과 ‘폐가’라는 공간에 집중하는 동시에 ‘극장 귀신’ 괴담을 적절히 섞어 공포를 배가시킨 감각도 높이 살만하다. 극장 곳곳에 서린 서늘한 기운이나 끔찍한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도 충분히 오싹하다.

사진='암전' 스틸
‘암전’의 긴장 상태를 이끄는 건 광폭한 캐릭터들인데, 미정과 재현의 영화에 대한 애증의 감정은 엽기적이고 의뭉스러운 비밀로 가득하다. 그 비밀이 서서히 선명해지면서 섬뜩한 공포가 피어나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갖고 싶었던 대상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치명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이런 캐릭터들에 숨을 불어넣은 배우 서예지와 진선규는 ‘암전’의 가장 결정적인 힘이다. 서예지는 나약한 듯 강인한 영화감독 미정을 연기하면서 뼛속 깊이 스며드는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냉소적이고 어딘지 기이한 진선규의 연기도 흥미롭게 스며들었다.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암전’은 공포영화로서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중반부 이후로 긴장이 삽시간에 풀려버리는 허탈함은 지울 수 없다. 지나치게 과장된 캐릭터와 다소 뜬금없는 전개 탓에 끝까지 집중하기 쉽지 않은 점도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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