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조이앤시네마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로맨틱 코미디는 전 세계적으로 사장돼가는 장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제 관객들이 입장권을 사서 극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게 아닌 TV 드라마용 장르로 매체가 한정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 개봉되는 샤를리즈 세런-세스 로건 주연의 ‘롱샷’은 오랜만에 눈길을 끌 만한 할리우드산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어린 시절 인연이 있는 미 대선 후보와 괴팍한 성격의 실직 기자가 20년 만에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을 담는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로맨틱코미디에서 권력이나 부를 가진 쪽이 남자이고 상대방이 여자였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롱샷’은 성별이 바뀌었다. 샤를리즈 세런이 연기한 샬롯이 모든 걸 가졌지만 마음은 외로운 미 대선 후보다. 세스 로건이 가진 건 쥐뿔도 없지만 시니컬한 유머감각과 순수함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흔드는 프레드를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한다.

영화는 타협을 모르는 성격 때문에 직장을 잃은 기자 프레드가 현직 미 국무 장관이자 대선 후보가 된 첫사랑 베이비시터 샬롯을 20년 만에 우연히 만나 그의 연설문 작가가 되면서 탄력을 받는다.

제목 ‘롱샷’(Long shot)이란 ‘거의 승산이 없는 도전’이란 뜻으로 우리말로는 ‘오르지 못할 나무’로 해석될 수 있다. 프레드가 누가 봐도 절대 오를 수 없는 나무로 보이는 첫사랑 누나 샬롯의 마음을 사로잡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이상만 앞섰던 프레드가 이상을 현실에 담으려 노력하는 실용주의자 샬롯과 함께 일하며 현실 정치의 이면을 경험하고 성장해가는 과정도 곁들여진다.

사진제공=조이앤시네마
어쩌면 시쳇말로 '너드미'가 넘치는 프레드에게 모든 걸 다 가진 ‘여신’ 샬롯이 빠져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관객들이 이 설정을 이해하려면 프레드를 연기한 세스 로건의 시니컬한 유머감각과 특유의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매력에 빠져들어야 한다.

사실 남녀가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른 건 모두가 아는 사실. 대부분의 남자가 외모에 집착힌다면 여자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이끌린다. 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미 정치가에서 늘 가면을 쓰고 살던 샬롯에게 가식은 1%도 없는 프레드의 진정성이 초심을 되찾아주며 급격한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세스 로건이 구사하는 유머가 지극히 미국적이어서 일반적인 한국 관객들이 설득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볼수록 덩치만 큰 귀여운 심술궂은 소년 같은 느낌이 들며 그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퀸카'의 위엄을 보여주는 샤를리즈 세런의 무한매력은 여전하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다운 탄탄한 연기력과 45세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빛나는 미모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하며 영화의 중심축을 확실히 잡아준다.

‘롱샷’을 재미있게 보려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잠시 논리나 개연성을 잊고 두 남녀의 케미에 중점을 두고 봐야 한다. 그런다면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으면 빛나는 멋진 두 배우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케미에 빠져들며 행복한 125분을 보낼 수 있다.

사진제공=조이앤시네마
사진제공=조이앤시네마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