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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난 가끔 네가 악당인지 경찰인지 헷갈린다니까”

범인을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하는 형사 한수(이성민)가 있다. 그걸 눈치챈 건 라이벌 형사인 민태(유재명)다. 둘의 성격과 수사방식은 극과 극이다. 민태가 원칙이 우선이라면 한수는 직감과 본능이 먼저다.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둘의 경쟁에 불이 붙는다. 이때 한수 앞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난다. 정보원이자 막 출소한 춘배(전혜진)다. 춘배는 살인범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내밀며 자신의 살인을 덮어달라고 요구한다. 결국 춘배와 위험한 거래를 한 한수. 어느 순간 한수의 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이는 민태에게 기회가 된다.

지난 2005년 프랑스 자국영화 최고 관객수를 기록한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한 ‘비스트’는 깊이 있는 스릴러 장르에 목마른 관객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영화다. 극악무도한 살인범을 잡기 위해 미묘한 전쟁을 펼치는 두 라이벌 형사 한수, 민태의 심리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수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로 빠져버린 인물의 갈등을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미지로 그렸다. 클라이맥스신에서 실제로 실핏줄이 터졌을 만큼 몰입도 높은 연기가 심장을 조인다.

이성적이고 차분해보이지만 누구보다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민태를 연기한 배우 유재명의 흡입력도 굉장하다. 그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고 의뭉스러운 민태의 이중적 면모를 서늘한 연기로 그려냈다. 여기에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쥔 마약 브로커, 춘배 역의 배우 전혜진의 변신 역시 놀랍다. 화려한 피어싱, 온몸을 뒤덮은 문신, 거친 욕설, 불안한 눈빛으로 완성한 춘배는 굵직한 남성캐릭터들 사이에서 근사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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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인물들의 심리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지만, 범죄 형사물답게 묵직하고 시원한 액션 시퀀스도 ‘비스트’의 매력이다. 형사들과 범죄조직 간의 싸움이 벌어지는 낡은 아파트, 캐릭터들의 욕망이 선명히 드러나는 오마담(김호정)의 레드 바 등 공간을 활용한 연출 역시 장르적 쾌감을 더한다.

특히 '비스트'는 이 같은 스타일의 범죄스릴러는 세고 통쾌한 액션이 전부라는 편견도 깨게 만든다. 스릴러의 기본 구조 위에 희비가 교차하는 두 남자의 극단적인 감정을 진하게 얹는 등 액션과 드라마를 절묘하게 이어 붙여 재미를 더한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꼬인 플롯이 주는 당혹감, 인물들의 행동과 사건이 벌어지는 데 설명이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15세 관람가 등급인 만큼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관객의 상상에 맡겨버린 탓에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일부 설정이 다소 불편할 여지도 있다. 영화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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