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픽사의 한계는 과연 어디쯤일까. ‘토이 스토리3’의 레전드 엔딩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또 한 번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영화 '토이 스토리4'(감독 조시 쿨리)는 9년 전 보핍과 헤어지는 우디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앤디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후 새로운 주인 보니의 방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우디. 보니의 곁을 살뜰히 지키는 우디 앞에 새 친구 포키가 등장한다. 보니가 유치원에서 쓰레기를 모아 만든 포키는 장난감으로서의 운명을 거부하고 호시탐탐 탈출을 감행한다. 포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애쓰던 우디는 예기치 않은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러던 중 오래전 헤어진 보핍과 재회한다. 스탠드를 박차고 나와 드레스를 벗고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며 살아가던 보핍은 우디를 적극적으로 돕는 한편 자신이 경험한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모두의 행복을 위한 우디의 여행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주인이 없는 동안 장난감이 살아 움직인다면?'이라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토이 스토리’(1995)는 꼬마 주인 앤디와 장난감들의 유대를 그려내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토이 스토리3’(2010)에서 “잘 가, 파트너”라는 우디의 마지막 인사는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그보다 완벽한 엔딩은 없을 거라 생각한 관객이라도 ‘토이 스토리4’를 보고 난 다음엔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토이 스토리4’의 가장 큰 매력은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돌아온 장난감들이다. 보니가 유치원에서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장난감 포키, 인형뽑기 부스의 솜인형 더키와 버니, 골동품 상점의 불량소녀 개비개비, 으스스한 벤슨 등 새로운 캐릭터들의 깜찍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 관객들까지 홀딱 반할만하다. 특히 허세 넘치는 듀크 카붐의 목소리는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맡아 중저음의 목소리로 코믹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중후한 저음에서 쏟아지는 의외의 매력이 폭소를 안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생동감 넘치게 구현해낸 기술적 완성도 역시 눈에 띄는 장점이다. 스크린 속을 헤집고 뛰어다니는 보니와 장난감들의 면면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차원을 달리했다. 펠트인형 돌리와 일회용 숟가락으로 만든 포키, 도자기 인형 보핍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실물의 장난감을 그대로 옮겼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질감 표현을 자랑한다. 장난감들의 유연한 움직임, 알록달록한 카니발과 골동품 상점 등을 환상적으로 담아낸 이미지 역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사진='토이 스토리4' 스틸
이 같이 생생한 캐릭터들의 힘으로, 깊은 메시지와 스펙터클한 모험 등 픽사 애니메이션의 기조도 살리고 재미요소도 확보한 '토이 스토리4'가 완성될 수 있었다. 덕분에 영화는 예상 가능한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100분의 러닝타임이 굉장히 짧게 느껴질 만큼 내내 흥미롭다.

무엇보다 ‘토이 스토리4’가 반가운 건 9년이란 긴 세월에도 변함없이 탄탄한 이야기와 뭉클한 화법의 힘 때문이다. 영화 속 장난감들은 천진하게 놀다가도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기쁨, 헤어지는 슬픔, 또 자기 삶을 찾아 떠나야 할 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억지스럽게 어떤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것보다 일상에 발을 붙인 세련된 유머로 어른들에게도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픽사는 누구나의 마음속에 영원히 늙지 않는 추억이 하나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호흡으로 관객들의 감성과 기대를 톡톡 건드린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토이 스토리’의 메인 주제곡인 ‘난 너의 친구야’(You've Got a Friend in Me)가 한동안 마음에 남아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6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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