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긍정적인 마음을 항상 갖고 있으면 일이 결국 잘 풀린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실감케 해주었다.

전국 7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엔에이)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장혜진은 그런 속설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예’였다. 개봉 직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혜진은 온몸에서 해피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오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우울한 사람도 그와 함께 있으면 10분 내에 기분이 좋아질 듯했다.

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느라 .연기를 그만두고 엄마로 살아온 8~9년의 경력 단절의 시간. 끓어오르는 열정 때문에 다시 연기를 시작했지만 레이스를 오랫동안 이탈했기에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주머니 속 송곳은 반드시 비어져 나오고 진흙 속 진주는 언젠가는 발견되는 법. 장혜진은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의 레이다망에 포착됐고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주연배우 중 한 사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큰 욕심을 내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게 최선을 다하며 배우로서 최선을 다했던 긍정적인 마인드가 이런 행복한 순간들을 만든 듯했다. 모든 경단녀들의 희망이자 롤모델이 될 만한 장혜진에게 “요즘 유명세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환한 미소로 가족들의 뜨거운 반응부터 전했다.

“영화가 상을 타고 반응이 좋다보니 주위에서 저보다 더 좋아하세요. 가족과 친척들의 반응이 진짜 뜨겁더라고요. 요즘 제 사진 기사 하나만 나와도 모두 기사 링크를 보내주시며 기뻐해주시더라고요. 또한 모니터까지 하시면서 사진 찍을 대 고개는 어떻게 하라고 조언해주세요.(웃음) 고등학생 딸은 저에게 가장 따끔한 조언을 자주 해줘요. 인터뷰를 할 때 자기와 남동생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하더라고요. ‘엄마 장혜진’이 아닌 ‘배우 장혜진’로만 대중에게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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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이 ‘기생충’에서 연기한 충숙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집안의 실질적인 대장. 개봉을 앞두고 영화가 베일을 벗으면서 송강호 못지않은 존재감을 뿜어내는 ‘낯선 얼굴’ 장혜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연극계에서는 실력파 연기자로 잘 알려졌지만 영화쪽에서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이외에는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친 적이 없다. 실력파 배우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봉준호 감독의 안목을 믿기에 장혜진이 펼칠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두 모시고 양평으로 가족여행 갔을 때 봉준호 감독님의 연락을 처음 받았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역할을 제안할 거라며 일단 만나자고 하시는데 이게 뭔지 실감이 안 났어요. 그래서 미팅을 했는데 수다만 떨고 헤어졌어요. 얼마만큼 큰 비중의 역할인지 잘 몰랐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야 큰 일 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보다 비중이 컸어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 민폐를 끼칠까 두려웠어요. 제가 긴장하니 감독님과 강호 선배님이 제 마음을 눈치 채시고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부담 갖지 말고 촬영장에 즐기러 오라며 다독여주셨어요. 감독님에게 저를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우리들’에서 평범한 엄마였다가 한순간 얼굴이 일그러질 때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캐스팅 후 비밀을 오랫동안 지켜야 했어요. 가족뿐만 아니라 캐스팅이 된 후 배우 인생 처음으로 갖게 된 소속사에도 처음에는 말을 못했어요. 확정되고 나서야 말했죠.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장혜진이 투포환 선수 출신의 ‘센 엄마’ 충숙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살을 15kg 찌워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과해야 했다. 현재 찌운 살을 다 빼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기에 무대 인사에 서면 입을 열기 전까지는 관객들이 누군지 못 알아본다고.

“무대 인사에 처음 들어가면 관객들이 누군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세요. 제가 입을 열고 충숙이라고 말하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쾌감이 좀 있어요. 살을 찌고 빼는 과정이 힘들기보다 전 재미있었어요.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역할에 대해 물으니 살을 좀 찌우라고 하시더라고요. 열심히 먹고 다음 미팅에 가 ‘이 정도면 되냐’고 물으면 맛있는 걸 더 주시며 ”좀만 더 찌우시라고“고 말씀하셨어요. 그러기를 반복하다보니 금방 15kg이 찌더라고요. 맛있는 거 계속 먹으니 좋았지만 몸이 힘들더라고요. 빵보다 나중에 살 빼기 쉬운 떡을 주로 먹었어요. 촬영이 끝난 후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해 지금은 정상 몸무게로 돌아왔어요. 살을 빼니 무릎 아프던 게 사라지고 굽었던 등이 활짝 펴지더라고요.”

장혜진이 영화 ‘기생충’을 통해 얻은 가장 수확물은 사람이다. 난생 처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고 수십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것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느꼈던 희열은 평생 잊을 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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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내내 정말 송강호, 이정은 선배님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촬영을 하다 연기에 대해 고민이 생길 때 두 분에게 도움을 구하면 정말 따뜻하게 조언을 해주셨어요. 특히 정은 언니는 평소에 팬이었는데 현장에서 만나니 정말 기쁘더라고요. 처음 만난 날 언니에게 제가 너무 많이 부족하니 날 버리지 말아달라고 빌었어요.(웃음) 정말 멋진 선배님, 후배님들과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호흡을 맞추는 순간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모든 게 꿈인 것만 같았죠. 칸국제영화제는 아직도 다녀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가기 전 감독님과 강호 선배님에께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야기를 많이 듣고 혼자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선지 예상과 달리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어요. 모든 순간이 다 가억에 나는데 현실이라기보다 꿈인 것같은 묘한 기분이에요. 칸의 정취를 즐길 시간은 없었어요. 그냥 레드카펫을 끝낸 후 드레스 때문에 못 먹었던 맛있는 걸 많이 먹었어요. 제가 원래 커피를 잘 못 마시는데 거기 커피가 진짜 맛있더라고요. 빵도 그렇고요.(웃음)”

장혜진은 ‘기생충’의 촬영을 마친 후 올 하반기에 개봉될 이동은 감독의 3번째 영화 ‘니나내나’ 촬영을 마쳤다. 아직 차기작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뭐냐”고 묻자 소박한 소망을 털어놓았다.

“큰 욕심 없어요. 그냥 제발 좀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가는 이야기, 또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가장 큰 바람은 제 연기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만큼 감사한 일은 없을 듯해요. 제 연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그 어떤 칭찬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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