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우식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가족과 성공한 IT기업 박사장(이선균) 가족이 우연한 기회에 서로 얽히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일을 그린다. 배우 최우식은 대학 입시에 수차례 실패한 기택의 아들, 기우로 분했다. 계층 상승의 욕망을 위해 기우는 영화 내내 처절하다. 남들처럼 잘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노력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결과들이 연속될 뿐이다.

“기택네 가족이 전원 백수이지만 이 사람들이 뭔가 부족해서 일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기우도 대학교 입시에 실패했지만 실전에 약한 타입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우는 성격도 둥글둥글하고 옆집에 있을 법한 사람이잖아요. 저도 평범한 편이고 기택 가족처럼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어요. 계획이 어긋나면 멍해지는 스타일인 것도 저랑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또 저도 배우 활동을 하면서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니까. 공감대를 형성하는 폭이 넓은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 속 기우는 전혀 접점이 없던 두 가족을 만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영화의 강렬한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그는 “기우의 말투나 톤, 미묘한 얼굴색의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가장 먼저 보는 건 말투에요. 말투를 파악하다보니까 기우는 정말 매력이 많더라고요. 스토리 자체도 감정이 막 극으로 달리니까 너무 재밌었고요. 봉준호 감독님이 ‘거인’(2014)의 영재, ‘옥자’(2017)의 김군이 가진 불안 초조함, 그리고 제가 풍기는 안쓰러운 이미지가 좋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꾸며도 안쓰러워 보인대요.(웃음) 왜소한 체격도 마음에 드셨다고 해요.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배우일 뿐인데 캐스팅해주셔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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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최우식은 ‘옥자’에 이어 ‘기생충’까지 두 번 연달아 봉준호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흡입력 있는 연기로 기대에 부응한 덕분에 배우 송강호를 잇는, 봉준호 감독의 ‘차세대 페르소나’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비중에 상관없이 맡은 역할의 200%를 해내는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이 나오자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봐주시면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죠. ‘옥자’ 때는 연기적으로나 현장에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제가 너무 떨고 긴장해서 말도 잘 못했죠. 근데 지금은 편해졌어요. 전주에서 합숙하면서 ‘기생충’을 촬영했는데 감독님이 정말 포근한 분이시더라고요. 또 이번 현장엔 기댈 수 있는 가족들도 있었고 다들 친해서 배우들끼리 대화도 많이 하고 운이 너무 좋았죠. 감독님은 정말 모든 계획이 다 머릿속에 있어요. 그림도 너무 잘 그리셔서 콘티를 직접 그리시는데 그만큼 역할, 장소, 동선을 확실하게 그려두셔서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도 더 빠르고 수월했어요. ‘옥자’, ‘기생충’ 전 둘 다 정말 좋은데, 두 작품으로 얻은 경험이 완전히 달라요. 너무 크고 좋은 수업을 마친 느낌이에요.”

특히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의 목소리를 담은 노래 ‘소주 한 잔’으로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완성했다. 생활고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기우의 모습을 차분한 음색으로 불러주는 최우식의 목소리와 그와 달리 리드미컬한 분위기의 기타 선율의 ‘소주 한 잔’은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기생충'만의 분위기를 가늠케 한다. 봉준호 감독은 직접 "엔딩곡 '소주 한 잔'을 끝까지 듣는 것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팁"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후시작업 끝마칠 무렵에 감독님이 ‘노래 부르자’고 하시더라고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감독님이 작사도 하시고 준비를 하셨어요. 사실 제가 어디 가서 마이크 잡고 ‘저 노래할게요!’하는 성격이 아니에요.(웃음) 노래는 진짜 다른 분야인데다가 자신도 없었는데 막상 영화에 삽입된 노래를 듣다보니 행복했어요. 제가 불러서가 아니라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기우에 대한 애착, 여운이 남은 분들에게 기우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아서요. 왠지 슬프기도 하고. 에필로그 같은 느낌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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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상업적인 성취도 이뤄냈다. 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기생충’은 개봉 11일째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보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천만 돌파를 향한 기대 섞인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감사하지만 기대도 올라갈텐데 그 모든 분들의 기대에 충족할 수 있을까 가끔 바짝바짝 입술이 말라요. 저는 막 떵떵거리고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어떻게 만족시킬까’, ‘내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건 아닐까’ 계속 걱정해요.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았지만 어떤 배우라도 자기 장면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거예요. 시사회 때 어머니가 오셨는데 저희 어머니가 칭찬에 후한 분이 아닌데 되게 좋아해주셨어요. 부모님께 처음으로 칭찬받은 영화라 기억에 남을 것 같기도 해요.(웃음) 다른 직업이라면 또 다를 텐데 연기라는 게 관객이 10명이면 10명 다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가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데 이제 좀 확실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면서 연기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정말 즐길 수 있을 때, 좀 더 나은 배우가 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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