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외모가 뛰어난 배우가 연기력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연기해도 외모가 평균 이상으로 뛰어나면 내면 연기에 눈길이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그런 단점이자 장점을 극복해 어느 순간 외모보다 연기가 보이게 되면 대중의 신뢰와 사랑을 더욱 받게 된다. 이제까지 김혜수 손예진 등이 이런 한계를 넘어 연기파 배우이자 불세출의 스타로 불리고 있다.

요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에인)와 최근 끝난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수, 연출 박찬홍)으로 데뷔 20년 만에 각광받고 있는 배우 조여정도 그런 경우다.

인형 같이 예쁜 외모로 주목받으며 데뷔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펼쳤지만 노력만큼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영화 ‘방자전’ ‘후궁: 제왕의 첩’에서 과감한 노출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도전에 나섰지만 평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조여정은 모든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갔고 드디어 올해 자신의 포텐셜을 제대로 터뜨렸다.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고 조여정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개봉 직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여정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요즘 기분을 환한 미소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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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든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제가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했고 그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 모든 게 꿈인 것만 같아요. 선배님들이 정말 잘하셔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제가 덤으로 이 영광을 나눠가져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예전부터 봉준호 감독님의 팬이었지만 감독님 영화에 제가 들어갈 만한 공간은 없어보였어요. 처음에 제안을 받고 정말 기쁘고 신기했어요. 저를 왜 캐스팅하셨는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묻지는 못했어요. 인터뷰를 보니 영화 ‘인간중독’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는데 그걸 좋게 보신 듯해요.”

조여정이 ‘기생충’에서 연기한 연교는 잘 나가는 사업가 남편 박사장(이선균)과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귀여운 부잣집 사모님. 그러나 남의 말을 잘 믿는 어수룩한 순진함 때문에 기택(송강호) 네 집과 연을 맺게 되고 뜻하지 않은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조여정은 다소 빈구석이 많은 연교의 귀여운 인간미를 능청스럽게 살려내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조여정은 연교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연교는 매우 해맑고 평범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중에서 유일하게 다른 얼굴이 없는 매우 심플한 성격인 게 재미있었어요. 이제까지 전작들에서 매우 사연 많고 여러 얼굴을 가진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서 연교가 더욱 흥미로웠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고민이 더 많고 연기하기가 어려웠어요. 의도치 않게 ‘기생충’과 ‘아름다운 세상’에서 연달아 부잣집 사모님을 연기했어요. 두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은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는 않다는 거예요. 지켜야 할 게 많기 때문에 더 전전긍긍하며 살죠. 박사장네 집과 기택네 집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전 기택네 집을 택하겠어요. 아무리 가난해도 콩 하나라도 나눠 먹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런 게 가족이죠.”

조여정은 ‘기생충’을 촬영하며 만난 선배 송강호, 이선균, 이정은, 장혜진에게는 존경심, 후배 최우식, 박소담에게는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팬이었던 송강호와는 몇 장면 호흡을 맞추지 않았지만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단다.

“첫 촬영이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하는 장면이었어요. 긴장을 정말 많이 하고 갔는데 선배님이 정말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이선균 오빠는 겉으로는 엄청 무뚝뚝하지만 뒤로 챙겨줘 사람을 감격시키는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촬영장에서 간식을 맛있다고 먹으니 다음날 똑같은 걸 사다주시더라고요. 마음이 진짜 따뜻하세요. 전 어떤 선배냐고요? 글쎄요. 전 격의 없이 친구처럼 대하려 하는데 후배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선배님이라고 부르려고 하면 그냥 ‘언니’라고 불러라고 말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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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의 나이도 내년이면 마흔. 그러나 여전히 데뷔 때 깜찍한 미모를 유지하고 있다. 얼마나 자기관리에 철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불확실성이 가득한 연기 생활에서 오는 불안감을 이겨낸다고. “여전히 10대 때 미모다”라고 농담을 건네자 “나이는 절대 속일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정말 화사한 젊은 기운이 있더라고요. 사라진 그 모습이 아쉽기는 하지만 전 지금이 훨씬 편안하고 좋아요. 지금 제 나이가 훨씬 더 좋아요. 누가 20대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여행을 제안해도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요? 20대 때 모든 게 미지수이고 불안했어요. 그 시기는 다시 겪고 싶지 않아요. 평소에도 과거를 돌아보지 않아요. 앞으로 일어날 미래만 생각하죠. 늘 지금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요. 제가 20년 동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인 것 같아요. 거창한 약속 같은 게 아니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청소하기, 독서 등과 같은 소소한 약속이에요. 그런 마인드가 절 유지해준 것 같아요. 결혼요? 아직은 생각이 없어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참 예쁘지만 내가 그 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일이 아직도 정말 재미있어요.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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