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인전'서 살인마 쫓는 조폭 보스 장동수 역 열연

칸 영화제 성공적 상영 및 할리우드 진출 여러 건 확정

배우 마동석 / 사진=키위미디어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악인전'의 주연배우 마동석(49)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꽤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영화 '악인전'이 할리우드 리메이크 제작을 확정했고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 '이터널스'에 안젤리나 졸리, 키아누 리브스 등과 함께 주연 배우 물망에 올라 있으니 단연 첫 번째 키워드는 할리우드행일 것이다.

17세 연하 공개 연인 예정화와 관련된 일거수 일투족 또한 연일 포탈 실시간 이슈를 차지할 정도로 작품 외적인 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최근 '악인전'의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돼 상영을 진행한 이후 해외 영화계에서 더 단단히 입지를 다지며 174개 국에 판권을 판매하는 등 대단한 성과도 누렸다.

하지만 마동석이 최근 이룬 성과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지점은 MCU라 불리는 '마동석표 액션 영화'의 잇따른 개봉과 성공적 흥행에 있을 것이다. 진정한 주연작 '범죄도시'(강윤성 감독/2017)이 687만 관객을 모으며 메가 히트를 기록한 이후 '성난황소'의 흥행, 그리고 '악인전'의 332만 흥행까지 "마동석표 액션은 통한다"는 공식을 세우며 국내 영화계에 색다른 인장을 새기고 있다.

2005년 '천군'으로 데뷔해 14년 만에 배우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마동석을 만났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작품 출연을 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웹툰 작가, 감독, 작가 등으로 이뤄진 '팀 고릴라'를 결성해 기획에서 제작까지 다방면으로도 작품 창작을 위해 새로운 형식을 시도 중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 실베스타 스탤론의 '록키'를 보고 영화배우를 꿈꾸던 소년은 가세가 기울어 미국으로 가족 이민을 떠나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부터 트레이너까지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 영화계에서 배우로 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을 거쳐 대기만성을 이루게 됐다.

- 할리우드에서 출연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고 들었다.

▲ 배우로 일 하면서 영화의 기획도 함께 한지 꽤 오래 됐다. 배우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목적과 태도를 알고 인물에 접근하니 이전과 다른 분석이 나온다. 캐릭터에 대한 연기가 더 좋아진다고 할까. '배우나 똑바로 잘 하라'는 편견이 있을까봐 그동안 별로 이야기를 안했다. 정식으로 회사를 만든 건 5년 전이다 작가들과 함께 프로듀싱을 하고 있다. 형사 액션물을 하고 싶었는데 책이 나에게 안오더라. 그래서 이러면 직접 만들어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획부터 시나리오까지 모두 참여한 '범죄도시'를 하게 된 거다. 액션 장르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해외에서도 그걸 좋게 봐주셨다. 스코어가 별로 안 나온 영화들까지 관계자들이 찾아 보고 연락을 준다. '부산행'과 '범죄도시' 이후 제가 프로듀싱한 영화까지 보시고 할리우드 에이전트들에게 연락이 왔다. '존윅'의 무술 감독인 채드를 통해 '존윅' 출연 제안도 받았었다.

- 배우의 꿈을 꾸게 해준 실베스타 스탤론의 회사에서 '악인전' 미국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어떤 기분인가.

▲ 이런 저런 제안을 받다가 저희가 '악인전'을 제안했다. 콘셉트와 클립 예고편을 보고 관심을 가지더니 오퍼가 왔다. 영문 대본도 다 보여드리고 '악인전'의 제작자인 장원석 대표가 글로벌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실베스타 스탤론 형님이 영화사 대표에게 듣고 관심을 보이셨던 거다. 그 분 때문에 영화의 꿈을 꾸게 됐고 '록키'때문에 제 삶이 통ㅇ째로 바뀌었다. '챔피언'도 '오버더탑'의 영향으로 만들었다. '악인전' 리메이크에 그 분이 출연할지는 미정인데 앞으로 한참 시간이 걸릴 거다. 색다르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콘셉트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의 코워크가 이야기되고 있다.

- 마블의 '더 이터널스'에도 출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확정인가.

▲ 제가 아직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거론된 것만 해도 너무 영광이다.

- 할리우드에서 왜 마동석을 이리 찾는건가.

▲ 제가 동양인 중에서도 우월한 유전자가 아니고 열등한 유전자다.(웃음) 그들이 처음 저를 좋아해준 이유는 제 액션 연기에 있는 것 같다. 저는 복싱부터 시작해서 배우가 되기 전 운동을 한 사람 아닌가. 운동을 안하던 사림이 배워서 촬영하는 것과 애초 운동하던 사람이 찍는 건 차이가 있다. 액션 영화에서는 제가 유리한 면이 있다. 배우가 다채로운 연기를 하는 건 중요하다. 저도 다니엘 데 루이스 같은 위대한 배우를 좋아한다. 하지만 저 같은 배우도 있다. 자기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배우 말이다. 오락적, 상업적으로는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배우가 필요하다. '액션이 가능한 아시아권 배우를 찾고 싶은데 너가 적역이다'라고들 이야기해준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고등학교 때 이민 가서 살아서 언어적으로도 그들과 직접 소통이 되니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 요즘 MCU가 두 가지 의미가 있더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말이다.

▲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쑥스럽다. 과찬이시다. 저는 횃불을 드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마동석의 브랜드화 된 캐릭터는 다들 원하신다. 얼마 전 잘 안된 영화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마동석을 다양한 곳에서 원하신다. 그에 걸맞게 저도 노력하고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배우들은 감독이 원하는 걸 드려야 한다. 저는 맡은바 열심히 배우로서 또 프로듀서로서 일할 뿐이다.

- 조직폭력배와 형사가 등장하는 액션 장르에 연달아 등장해 이미지가 겹친다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 배우는 악기와 비슷하다. 남의 몸을 쓸 수가 없다. 다양한 연주법을 쓸 수 있겠지만 어차피 한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다. 저도 변신에 능한 다니엘 데 루이스 같은 배우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내년이면 제가 50세가 된다. 4년에 한 편씩 색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3편을 찍고 죽고 싶지는 않다. 제가 스무살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단독 주연에 나선지 이제 2년 밖에 안됐다. 형사 역으로 주연을 한 번했고, 악당 역으로 주연을 한 번 했다. 야구 선수도 매 타석에서 홈런을 치려고 폼을 바꾸지 않나. 한 번 스트라이크글 당했다고 다음 타석을 포기할 수는 없잖나. 저 또한 매타석에서 폼을 바꿔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 진심만은 알아 주시면 좋겠다.

- 연쇄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는 악덕 조폭 보스 역이다. 차별화를 어떻게 하려했나.

▲ '범죄도시' 때 격렬한 불 같은 연기를 펼쳤다면 이번에 화법을 바꿨다. 힘을 빼고 느리게 갔다. 그동안 경쾌하고 조급한 성격을 많이 나타냈는데 이번엔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도 위압감 있고 살벌하게 표현하려 했다. 액션도 급하게 동작을 하기보다 극단적으로 폭력성이 있어 보이게 하려 했다. 빗속에서 케이(김성규)와 싸울 때 테크닉적으로 액션을 펼치기보다 칼을 뺏는 장면처럼 리얼하게 표현하려 했다. 영화 전체적으로 정적인 느와르 풍이기에 전체 톤에 튀지 않는 액션들을 펼치려 신경을 썼다.

- 촬영 중 가장 힘든 장면은 무엇인가.

▲ 이원태 감독님이 소설도 쓰시고 작가로도 유명한 분이어서 문어체 대사가 많았는데 문어체 대사로 말하는게 어렵더라. 예를 들면 '사내 셋이서 목숨걸고 게임을 했는데 끝은 봐야지'같은 대사나 "형사가 못하는 걸 하는게 우리 일이잖아" 같은 대사들 말이다. 저는 연기를 할 때 리얼함을 추구하는 편이다. 임팩트 있는 걸 보여주는 것보다 리얼하게 보이는게 중요하다. 연기력을 뿜어낸다고 하잖나.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저 그 상황안에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 이원태 감독은 '마블리', '마요미'의 마동석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 이 감독님은 평소 알고 지낸지 오래된 친한 형이기도 하다. 감독님과는 삶을 같이 살아오며 밝은 모습도 서로 봤지만 또 어떤 일을 겪고 하면서 저의 다른 모습도 보셨지 않겠나. 귀엽고 러블리한 면이 전혀 없는 내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어 하셨다. 제 작품 중 코믹이 기반이 될 때가 있는데 반대의 면을 보여주고 싶어 하시더라.

- 마동석의 액션 영화에서는 여타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액션 명장면이 두세 장면 이상 등장하는 것이 공식화 돼가고 있다.

▲ 샌드백 장면의 아이디어도 함께 냈고 사람을 잡아서 오락 기게에 집어 던지는 장면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액션은 아무리 콘티를 짜도 소용이 없다. 무술팀이 디지털 콘티를 찍어와도 막상 촬영 장소에 가보면 애초 기획과 달라잘 수밖에 없다. 유리를 뚫고 나가야 하는데 막상 가짜 유리가 준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제가 많이 액션을 찍어 보고 워낙 큰 부상도 많이 입었기에 잘 안다. 액션 장면에서 상대 배우가 입은 가죽 자켓 지퍼에도 손이 찢어질 수 있다. 뺨을 때릴 때도 항상 손사락을 벌리라고 조언해준다. 잘못하면 고막이 나간다.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 한 번은 문을 주먹으로 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문의 테두리 마감이 쇠로 돼 있었다. 그 때 손을 심하게 빈 적도 있다. 무술 감독이 모든 안전 사고를 다 미리 예상할 수는 없다. 모두가 초집중해서 한 방에 찍어내야만 한다. 제가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건 싸우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액션 장르 특유의 드라마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드라마가 잘 구축됐을 때 오는 액션 장르 특유의 시원하고 통쾌한 매력이 있다.

- 배우 생활을 관둘 고민을 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당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 10년 전 드라마 현장에서 6m 높이의 세트가 무너져서 척추 2개와 오른쪽 어깨, 가슴뼈가 부서졌다. 당시 대소변을 받아내고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지금도 무릎 연골이 없다. 당시 근육량이 적었다면 불구가 될수 있던 상황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당신 다시는 배우 못할 수도 있다. 체중을 빼고 액션을 하면 너무 위험하다"고 진단했었다. 지금두 중간중간 관절 주사를 맞는다. 체중을 늘려서 사이즈를 갖추고 있어야만 액션을 계속 할 수가 있다. 지금 몸에서 30~40kg을 빼고 마른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다른 배우들과 상황이 다르다. 배우 생활을 계속 하려면 제 살길은 제가 찾아야 한다. 체중과 근육량을 꾸준히 유지해야만 액션을 계속 할 수 있다.

- 이병헌, 하정우와 '백두산' 촬영을 하고 있고, 염정아·정해인과 '시동'도 촬영 중인 걸로 안다.

▲ '백두산'은 대부분 제 분량이 세트에서 촬영하는 분량이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 별로 없다. '백두산'에서 화산 전문가이자 지구물리학 교수를 맡았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교수 역이라 영어 대사도 있는데 발음은 별로 안 좋았던 것 같다.(웃음) '시동'은 한창 찍고 있다. 그렇게 큰 분량들은 아니어서 큰 부담은 없다.

- 올해 이후 해외에서의 활동이 대폭 늘어날 것 같은데 부담은 없나.

▲ 부담은 당연히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나 영화계는 다 비슷할 것 같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연기해 나가면 되지 않겠나. 제 베이스는 당연히 한국 영화다. 해외에서 불러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이 곳에서 영화를 할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범죄도시2'도 한창 준비 중이고 3편의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 배우 데뷔 이전이나 초창기 시기에 대해 별로 알려진게 없다.

▲ 너무 일이 없어서 영화를 못할수도 있겠다 생각한 시기가 있다. 오디션을 봐도 늘 떨어져서 '내가 연기로 안되나 보다' 생각한 시기도 있다. 저는 생활 전선에 다른 배우들보다 빨리 뛰어들었다. 설거지 일도 하고 공사장 땅 파는일도 해보고, 불량 계란 걸러내는 일도 했다, 식당 일도 많이 했다, 경찰이 되려고 준비한 시기도 있다. 경찰을 준비하면서도 이런 저런 어려운 일 있었고 차별도 많이 당해 봤다. 그런 시기가 지금 힘든 일을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일이 고되도 잘 버텨보자'라고 늘 다짐한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이기거나 올라 갈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 제 스스로 그저 잘 버텨보려 했다. 그런데 제 자리에 서있으려면 그냥 가만히 서있으면 안 버텨지더라. 계속 걸어가야만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늘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저 같이 재능 없고 가진게 없는 사람도 됐는데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 영화적 목표를 새롭게 세운 지점이 있나.

▲ 제가 흥미를 가지고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의 영화를 만들어가겠지만 의미가 담긴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저는 할 줄 아는 일이 영화 밖에 없다. 직업이 배우인 저에게는 생명과 같은 게 영화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액션을 많이 찍는 배우이기에 나이에 따른 한계가 분명히 올 거다. 앞으로 10년을 더 배우로 일한다 했을 때 그 때 액션을 찍을 수 있을까. 액션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열심히 해두고 이후 장르를 다양화 시키고, 프로듀서로서도 활약을 하고 싶다. 70대가 됐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그랜 토리노' 같은 작품을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노년에도 액션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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