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서 강력반 곽형사 맡아 전석호·조병규와 호흡

'백두산'서 김상사 역 맡아 촬영 중

영화 '걸캅스'에 출연한 배우 한수현 /사진=워크하우스컴퍼니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한수현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감독 윤종빈·2005)의 능청스러운 악역 심대석 상병, '577프로젝트'(감독 이근우)에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은 몰래카메라의 주역 성천, 독특한 개성으로 시선을 강탈한 '롤러코스터'(감독 하정우)의 한기범 기장 역을 연기했던 배우라고 하면 '아'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시작해 15년동안 본명 한성천으로 활동해온 배우 한수현은 중앙대학교 연극과 동창이자 22년지기인 배우 하정우가 몇 해 전부터 "활동명을 한수현으로 바꿔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해 준 제안을 받아들여 올초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한수현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라미란, 이성경과 함께 한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의 크레딧에 처음으로 한수현이라는 이름을 올리며 147만 관객에게 소개된 그는 지난 2월 개봉한 김동욱, 고성희 주연의 '어쩌다, 결혼'(감독 박호찬, 박수진)의 각본을 쓰고 동시에 고성희 큰 오빠 역으로 출연했는가 하면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주연의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에서도 김상사 역을 맡아 촬영에 한창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한수현을 만났다. 한성천으로 활동할 당시 '577 프로젝트'와 '어쩌다, 결혼', 주연작 '소시민'에서 보여줬던 그의 대표적 이미지는 짠내와 연민이었다. 다소 강렬해 보이는 외모에도 그에게는 소름 돋는 악역이나 남을 괴롭히는 캐릭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일반적인 30대 청년이나 40대 가장의 역할이 주어지곤 했다. 한성천은 이날 인터뷰에서 데뷔 15년차가 아닌 1년차의 마음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수현'으로 출발선에 다시 선 그가 배우로서 동시대인들의 삶의 애환과 희로애락을 어떻게 표현하며 성장할지 관심을 끈다.

영화 '걸캅스'에 출연한 배우 한수현 /사진=워크하우스컴퍼니
- '걸캅스' 출연 과정이 궁금하다.

▲ 제작사 대표인 변봉현 대표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변 대표님이 '걸캅스'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형에게 부탁을 드린게 아니고 1차 오디션부터 시작해서 최종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다. 재미있는게 저와 최종 캐스팅 경쟁을 벌였던 배우가 '롤러코스터'에 나왔던 임현성 배우다. 현성이와 최종 오디션까지 가서 제가 됐다.

- 강력 3팀 곽형사 역을 맡았다. 전석호, 조병규와 함께 극 초반 이성경과 소소한 대립 구도를 이루지만 결국 힘을 합쳐 디지털 성범죄를 일망타진하는 구조다.

▲ 이번에 이성경 배우와 함께 처음 호흡을 맞췄다. 회식만 하면 먼저 노래방에 가자고 하고 현장에서도 쉬는 시간에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정말 밝고 쾌활한 배우더라. 현장에서 막상 호흡을 맞춰보니 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충분히 나설만한 자질과 노력이 함께 하더라. 현장에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지냈다. 전석호, 조병규 배우와는 말할 것도 없이 즐겁게 호흡을 이뤘다. 전석호의 캐릭터가 좀 더 감정적으로 업되는 인물이어서 저는 전체 극의 톤과 맞는 방식으로 연기를 펼치려 했다.

- 소녀시대 출신의 최수영이 맡은 장미 캐릭터가 의외의 복병이던데.

영화 '577 프로젝트' 한 장면
▲ 최수영 배우가 정말 짧은 촬영기간 동안 애를 많이 썼다. 처음 해보는 역이라 고민도 많았을텐데 감독님과 함께 고민하며 열심히 했다. 라미란 선배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가 연차가 많은 분이시기에 후배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툭 던지실 법도 한데 똑같은 동료 배우로 생각하시며 연기에 대해 지적하시거나 조언을 주는 부분도 극히 조심하시는 모습을 봤다. 오히려 현장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는 방식으로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한수현 배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고 '롤러코스터'에서도 보기 드문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의외로 작품 수가 적다. 다작을 꺼리는 편인가.

▲ 어떤 역할에 캐스팅되려면 '저 친구 아니면 안돼'라는 느낌을 주는게 중요한데 대학 시절(중앙대학교 연극과)부터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 스스로는 연기가 절실하고 삶이 힘든 경우도 있지만 어디 가서 그런 내색을 하거나 티 내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런 상황을 극복한 뒤에 '나 그 때 꽤 힘들었어' 한 마디 툭하고 던지는 성격이랄까. 일상에 있어서는 더 웃고 더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는 편이다. 지난해에 캐스팅이 구두로 확정된 작품이 있었는데 통보도 없이 어느 순간 다른 배우가 그 역할로 촬영을 하고 있더라. 정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정도로 마음이 안 좋았지만 한강을 매일 걸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배우들에겐 캐스팅과 관련된 비화들이 무궁무진하다.

- '577프로젝트'를 보면 하정우를 비롯한 동행 멤버들이 한수현의 천재적 연기력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학창 시절 연기 실력에 대한 미담이 많던데.

▲ 안양예고 시절 연기 선생님들도 "성천이가 제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중앙대 시절 연극 공연을 하면서도 연기의 진정한 짜릿함을 많이 느꼈다. 1학년 때 '토마토 여인'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 신입생이 주인공이 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더라. 어릴 때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주인공을 맡고 하면서 오히려 자만심이 들었던 건 아닌가 반성도 된다. 자존심도 센 성격이기에 겸손해지고 나를 밑바닥까지 낮게 내려놓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 '어쩌다, 결혼'은 기획 초안부터 각본까지 참여하며 배우 뿐만아니라 작가로서도 참여해 눈길을 끈다.

▲ 당시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해야만 해서 하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 그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놉시스와 초고를 썼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내가 출연할 작품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막 마치고 군에 다녀온 후 2009년 경 '낮 병동의 매미들'이라는 연극에 출연했다. 그 연극을 하고 나서 슬럼프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하정우가 '글 한 번 써보는 건 어때. 맷 데이먼도 그렇게 성공했다'고 권유를 해주더라. 그게 처음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가 됐다. 마동석 형이 소속돼 있는 팀 고릴라에도 저도 속해 있다. 제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 중 김윤석 선배님과 꼭 한 번 같이 연기를 펼쳐 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

-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아주 잘 생기지도 않았고 못생기지도 않았다. 몸매가 근육질 몸짱 몸매도 아니지만 엄청나게 뚱뚱한 것도 아니다. 감독님들이 가끔 '조금만 더 강하면 캐스팅할텐데'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약점이지만 나중엔 분명 강점으로 통할 거다. 어떤 역할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나 자신을 단련시키려 한다.

- 지난해 말 하정우가 수장으로 있는 워크하우스 컴퍼니의 창립과 동시에 합류했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친구이자 배우 동료로서 지내온 하정우는 한수현에게 어떤 의미인가.

영호 '롤러코스터' 스틸
▲ 정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표정 하나만 봐도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다. 둘이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도 서로 신경쓰지 않고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 배우로서는 하정우를 보면서도 느끼는 거고 국내에서 1등으로 주인공을 하는 선배들께도 느끼는 건데 연기를 할 때 카리스마가 있는 건 다들 비슷하다. 그런데 그 지점 외에도 현장의 모든 것을 쓱하고 한 번에 끌어 주는 에너지들이 있다. 이 부분은 연기만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제가 당장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모습은 정말 배우고 싶다.

- 하반기 최고 기대작 '백두산' 촬영에 한창이다. 맡은 배역은 뭔가.

▲ '백두산'에서 백두산의 폭발을 막으려는 남측 특수 부대 폭발물 처리반 김상사 역을 맡았다. 덩치가 좋아야 한다는 감독님들의 제안에 이번 역할을 위해 12kg을 찌웠다. 최근까지 광양, 서천, 인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 중인데 인천 세트는 정말 놀랄만큼 잘 만들어져 있어서 촬영할 때마다 놀란다. 하정우가 이끄는 8명의 대원 중 한 명이다. 이병헌 선배와는 대립각을 이루는 그룹이다.

- 배우로서 목표한 지점의 어느 정도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 어릴 때 기관지 천식이 심해서 늘 화단에 앉아 있는 아이였다. '577 프로젝트'에도 낙오하는 모습 등이 나오지 않나. 체력적으로 약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할 정도로 건강해졌다. 예전엔 생각도 못한 일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하게 지내고 싶고 내일은 더욱 건강하고 싶다. 지금 연기자로서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그래프가 있다면 앞으로 한창 길을 가야 하겠지만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한수현이라는 배우가 있었다' 정도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내 분야에서 최고로 기억되고 싶다. 느리게 걷더라도 걷고 또 걸으며 이 길을 올바르게 걸어가고 싶다. 제 연기에서 연민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들의 삶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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