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규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배우로서 연쇄살인범을 연기한다는 건 시험대에 오른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악당이라기보다 악마에 가까운 연쇄살인범은 영화 캐릭터로서 굉장히 매혹적이다. 관객들은 상식과 이성이 통하지 않는 기묘한 인물에 열광하곤 한다. 영화 ‘범죄도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김성규에게 ‘악인전’(감독 이원태)은 도전이자 기회였다.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연쇄살인마 K를 쫓으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김성규는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 강경호, 일명 K 역을 맡았다. “K는 끝까지 어떤 동기나 이유를 드러내지 않아요. 마치 과시하듯이 범행을 저지르고 삶에 대한 욕구나 두려움도 없는 사람 같죠. 관객들에겐 좀 공허한 인물로 보였으면 했어요.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이미지적으로 충격과 공포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K는 언뜻 감정이 없는 인물 같아 보인다. 누군가에게 칼을 휘두를 때 가장 의욕적으로 보일만큼 비이성적이고 세상에 미련이 없다는 듯 거침없이 돌진한다. 극 중 어른들로부터 학대당해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을 것이라 짐작케 하는 대목이 등장하지만, 그런 성장환경이 그의 잔혹한 범행에 완벽한 동기가 될 순 없고 누구라도 K의 날선 감정과 잔혹한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김성규 역시 K의 모든 행동이 물음표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가장 먼저 외딴 섬 같은 K의 외견을 그리기 위해 7kg정도 체중을 감량하고 피폐한 모습을 만들었다. 일부러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들였다가 손톱의 절반이 없어지기도 했다.

“K가 의도적으로 자기 지문을 약품으로 지우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손이 더 망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욕심이긴 한데 그렇게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야 상대배우도 저를 김성규가 아닌 캐릭터로 볼 테니까요. 유명한 범죄자들의 이미지를 많이 찾아본 결과 건강하지 않은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악역 후유증이요? 살을 많이 빼느라 기분이 약간 다운되고 예민하긴 했는데 다행히 혼자 살아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어요.(웃음) 그 정도로 깊게 들어가진 않았답니다.”

사진='악인전' 스틸
‘악인전’의 이원태 감독은 ‘범죄도시’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김성규와 처음 만났다. 선악이 공존하는 김성규의 묘한 눈빛을 칭찬했던 이 감독은 K역에 그를 캐스팅했고 김성규는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마동석과 벌이는 액션신에서는 덩치 큰 마동석의 존재감에 밀리지 않는 섬뜩하고 압도적인 열연을 펼쳤다.

“‘범죄도시’ 때 액션스쿨에서 배운 걸 기본으로 했어요. 워낙 마동석 선배님이 리드를 잘 해주셔서 합이 잘 맞은 덕분에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선배님 액션이 정말 깔끔해요. 실제로 터치하지 않아도 타격감이 크게 보이고요. 선배님의 비주얼이나 법정 상의 탈의신을 보면서 배우로서 경이롭다고 생각했어요. 역할을 위해서 몸의 텐션을 그렇게 올리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연극무대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김성규는 ‘범죄도시’ 양태 역에 이어 넷플릭스 ‘킹덤’ 영신 역까지 흥행작들의 신스틸러로 연이어 주목받았다. ‘킹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시즌2 촬영에 돌입했고, ‘악인전’은 14일 개막한 제 72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경사를 맞았다. 김성규는 마동석, 김무열과 함께 칸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서 공연을 준비하던 몇 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요즘이다. 김성규는 “신기하다. 점을 한 번 보러가야 되나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운이 좋다고 표현해야 되나 싶기도 해요. ‘킹덤’은 처음 오디션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 플랫폼이 어떤 건지도 잘 몰랐고 ‘악인전’ 역시 그저 배우로서 아주 작은 단위의 목표, ‘연기 잘 해야지’ 딱 그것만 갖고 시작했어요. 근데 이렇게 칸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평생 한번뿐일 수도 있는 순간인데 사진을 어색하지 않게 찍을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어색하게 웃으면 큰일인데(웃음) 요즘에 느끼는 건 지금까지 인간 김성규로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걸로 연기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게 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위험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적인 경험, 더 많은 경험을 통해서 보시는 분들이 믿고 공감할 만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배우 김성규가 아닌 역할로서 기억되고 싶네요.”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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