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무열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참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이미 수많은 작품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무열에게도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악인전’에서 그는 집요하게 범인을 쫓는 강력반 형사 정태석 역을 맡았다.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K(김성규)를 잡기 위해 중부권을 접수한 조폭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기묘한 공조를 시작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김무열은 인터뷰 시작부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형사 캐릭터란 게 이미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많이 다룬 부분이잖아요. 개인적으로 연기할 때 레퍼런스를 집요하게 연구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예전에 박중훈 선배님 출연작부터 웬만한 형사물은 다 보고 또 봤어요. 아무래도 전형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형사의 생활감, 전문성 있는 모습, 그 안에서 인간적인 갈등에 직면했을 때 모습, 그 모든 게 다 고민이었어요.”

김무열은 이번 영화를 위해 체중 15kg을 불렸다. 조폭 보스 마동석, 연쇄살인범 김성규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역할인 만큼 덩치도 포스도 밀릴 수는 없었다. 할리우드 배우 톰 하디의 묵직한 존재감을 떠올리면서 정태석 캐릭터의 외형부터 차근히 구현해갔다.

“정말 열심히 먹고 운동하면서 목도, 팔뚝도 두껍게 만들고 어깨도 키웠어요. 저는 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평소에 다이어트를 달고 살거든요. 밤에 잠들기 한 시간 전까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챙겨먹었더니 속이 부대껴서 잠을 잘 못자곤 했어요. 정태석은 닭가슴살만 먹고 만든 몸이 아니라 국밥, 햄버거 이런 거 잘 먹고 덩치도 좋고 힘도 좋은 인물로 그리고 싶었거든요. 처음 한 달 정도는 신났었죠. 그동안 먹고 싶었던 감자튀김, 치킨, 달달한 군것질거리를 신나게 먹었는데 그것도 점점 못 먹겠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어쨌거나 정태석은 경찰이고 기본적으로 시민의 편인 사람이니까 깡패랑 같이 있을 때 최소한 밀려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형사 정태석의 외형을 만든 다음부터는 그의 내면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김무열은 현직 형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최대한 현실적인 형사의 느낌을 살려내려 공들였다. 그는 “형사님들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제일 주안점을 둔 건 범인을 쫓을 때 형사들의 심리였어요. 이분들이 누군가 추적할 때 진짜 병적으로 쫓는다고 해요. 막 헛것이 보인다고 하고요, 지나가는 사람이 갑자기 범인 얼굴로 보이고 꿈도 그런 꿈만 꾸신대요. 그 얘길 하시는 형사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또 힘들게 범인을 잡아서 경찰서 계단을 올라가면서 ‘잡았슈!’ 할 때가 제일 후련하고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느낌이 정태석을 연기할 때 크게 자리잡았어요. 개인적으로 등산복 같은 걸 입어야 하나 했는데 요새 젊은 형사님들은 다 몸도 좋고 옷도 멋있게 입고 다니시더라고요. 생각했던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죄송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정태석은 형사 티는 나지 않으면서도 좀 멋진 캐릭터로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사진='악인전' 스틸
‘악인전’의 가장 큰 특징은 범죄액션물의 전형적인 구조를 살짝 비틀었다는 점이다. 흔히 봐온 선악대결, 권선징악 구조가 아닌 악과 악이 만나 더 큰 악을 잡는다는 설정으로 관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연쇄살인범을 잡는 영웅과 절대적 악인 사이 그 어디쯤엔가 있는 마동석과 김무열의 대립은 ‘악인전’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 김무열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마동석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영화 ‘인류멸망보고서’(2012)에서 인연을 맺은 적 있다.

“동석이형이랑 10년 전에 단역으로 만난 적 있어요. 누가 봐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이잖아요. 너무 무서운 얼굴인데 고등학생 역할인 거예요(웃음) 그러다가 좀비가 되고 저를 찢어죽이는 역할이었는데 지금도 그 촬영장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때부터 알던 형이라 지금 이렇게 둘이 주연으로 만나서 작품을 한 게 감회가 새로워요. 동석이형은 잠을 안 자는 것 같아요. 매일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번뜩 나오는지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훨씬 신선한 생각을 많이 하고요. 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몰입하기 좋았고 형의 존재감만으로도 관객들한테 다가가는 데 크게 유리할 것 같아요.”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악인전‘은 개봉 전부터 경사를 맞았다. 14일 개막한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액션 스릴러, 누아르, 판타지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수의 작품을 초청하는 섹션이다. 김무열은 마동석, 김성규와 함께 칸 레드카펫을 밟고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악인전‘을 소개할 예정. 그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설렘과 긴장 섞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 지인이 지금 칸에 가 있는데 우리 포스터가 걸렸다고 사진을 보내줬어요. 그걸 보고도 실감이 안 나요. 놀라운 건 칸에서 ‘악인전’ 상영하는 날이 제 생일이에요. 그 날 만큼은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즐겨보려고요. 영화에 자신이 없었다면 거기서 박수를 받아도 마음이 비어있었을텐데 이번엔 정말 자신있다보니까 어떤 반응이든 당당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외 반응도 중요하지만 한국영화니까, 무엇보다 국내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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