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서 지적 장애인 동구 역 열연

"'런닝맨' 광수와 '연기자' 이광수 모두 사랑해주셨으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주연배우 이광수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이광수에 대한 단상은 꽤 여러 가지 측면으로 다채롭게 존재한다.

10년 넘게 방송되는 동안 한국 초중고 학생들이 사랑해온 대표 예능 프로그램 SBS '런닝맨'의 배신의 아이콘이자 기린으로 통칭되며 코믹한 웃음을 유발하는 이미지가 첫 번째라면(데뷔작인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광수 또한 코믹 캐릭터였다), 노희경 작가와 함께 한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속 연민을 자아내는 요즘 청년의 모습이 두 번째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기자와 마주한 자리라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런닝맨' 속 활기차고 스스럼 없는 모습을 기대했다가는 당혹감으로 낭패감을 느끼기 쉽상이다. 이제는 꽤 알려진 것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는 숫기 없고 내성적일 뿐만 아니라 특히 출연작이나 캐릭터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한없이 진지하고 신중한 발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연출한 육상효 감독도 이광수와의 첫 만남에서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에 당황해서 맥주 한 잔을 혼자 시켜 마시며 캐스팅과 관련해 대화를 풀어나갔다고 전했을 정도로 그의 수줍음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겪은 이광수에 대한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5~6년 전 수많은 기자들과 함께 했던 현장에서 주고 받았던 대화의 내용 일부를 토씨 하나 까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던 모습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특성이나 특색을 관찰하고 뇌에 새겨 그들이 표현하는 캐릭터의 행동이나 표정으로 사용하는 배우들의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배우들이 지닌 비상한 기억력에 놀라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광수가 그 중 한 명이다.

이광수가 신하균과 함께 주연을 맡은 '나의 특별한 형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머리 좀 쓰는 지체장애인 형 '세하'(신하균)와 몸 좀 쓰는 지적장애인 동생 '동구'(이광수) 두 남자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린 영화다.

대부분의 규모 있는 국내 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피해 개봉을 미룬 5월 유일하게 대항마로 나선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이광수는 5세 지능을 지닌 지적 장애인 동구 역을 열연했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억지 웃음과 눈물을 유발했던 과거와 달리 '나의 특별한 형제'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며 가족, 연인보다 더 뜨거운 우정과 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는 두 남자와 선한 이웃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달픈 삶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단비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놀라울 정도로 담백하고 정제돼 있지만 적재적소의 유머와 힐링까지 겸비한 이광수와 신하균의 연기는 착한 영화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도덕 교과서적 교훈을 던지는 오류에 빠지지 않고 관객을 재미와 공감의 세계로 안내한다.

- 지적장애인 동구 역을 선택하는데 갈등은 없었나.

▲ 시나리오를 다 보고나서 기존에 없던 소재는 아니지만 새로운 이야기여서 좋았다. 이전 작품들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거나 위로 받는 역할 위주였다면 우리 영화는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선택할 때도 촬영할 때도 조심스럽고 걱정도 됐지만 육상효 감독님이 첫 미팅부터 계속 저에게 자신감을 주셨다.

- 처음 캐릭터 설정을 할 때 세웠던 원칙은.

▲ 제가 맡았기에 희화화 됐다고 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았지만 그런 우려를 깨고 싶었다. 캐릭터가 희화화되거나 신파적으로 흐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진정성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 제가 연기할 때 지적 장애인의 특성적 부분을 재미의 요소로 이용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첫 촬영 때 감독님이 "오늘 연기한 톤으로 끝까지 가면 되겠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을 믿고 스스로 확신 속에 연기했다.

- 처음 호흡해본 신하균은 어떤 배우였나.

▲ 신하균 형은 낯가림도 심한 성격이라고 하던데 형이 촬영 전부터 관계를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셨다. 저 또한 하균이 형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여서 형과 꼭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통화도 많이 하며 대본 이야기를 나웠다. 형이나 저, 이솜 모두 말수가 적어서 얘기를 많이 나누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도 스스럼 없이 동작 등의 합을 맞추며 리허설도 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형이 맡은 세하 역도 내가 연기한 동구도 한 번 연기한 내용을 똑같이 재현하기가 어려운 역할이다. 표정이나 행동을 미리 디테일하게 준비할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현장에서 최대한 집중해서 여러 테이크를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세하와 동구의 관계가 20년된 사이임을 표현해야 하다보니 초반 분량부터 가깝게 지내는 걸 표현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그런 점이 잘 묻어난 것 같아 형에게 감사하다.

- 실존 인물이 존재하는 스토리여서 캐릭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 육상효 감독님이 동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함을 가져가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 장애를 표현하기 위해 뭔가를 더하거나 눈물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라셨다. 실제 인물(박종렬씨)을 만나뵙지는 않았다. 육감독님이 두 분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가져오긴 했지만 연기까지 그 분들처럼 하지는 않으면 좋겠다 하셨다. 기존 다큐멘터리나 다른 영화들을 참고했고 제가 시나리오를 보며 상상한 모습을 인물로 표현했다.

-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첫마디가 '이광수가 이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인지 몰랐다'이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쳤음에도 '런닝맨'의 이미지 탓에 배우로서 평가 절하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 물론 '런닝맨' 속 제 이미지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속 역할이 몰입이 안된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반대로 '런닝맨' 때문에 제가 했을 때 더 슬프고 재미있다고 말씀해주는 분들도 계신다. '예능인이냐? 배우냐?'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초반에는 부담스럽기도 했고 신경도 많이 쓰였다. '내가 뭔가 보여드려서 저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런닝맨'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이후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몇몇 분들께는 '런닝맨 이광수'로 남을 수도 있을 거다. 그저 지금까지 하던 대로 '런닝맨'에서는 매주 웃음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영화나 드라마는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저의 두 가지 모습을 다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대로 예능인도 될 수 있고 배우도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너무 감사하다. 이 두 가지를 편히 오가는 사람 또한 별로 많지 않다. 지금은 두 가지 일 모두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 '나의 특별한 형제'로 이광수 최고의 연기력이라는 칭찬을 듣는 기분은 어떤가.

▲ 육 감독님이 "동구가 대사가 많지 않다 보니 그 외의 것들을 표정이나 눈빛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걸 광수씨가 잘 할 것 같다"고 애초 말씀해 주셨다. 그 말씀에 걱정했던 부분이 많이 덜어지고 함께 할 용기가 생겼다. 육 감독님이 제 작품 중 '좋은 친구들'도 좋게 말해 주셨고 드라마 '라이브'도 매회 다 챙겨보시며 칭찬해주시더라. 그런 응원이 연기하는데 힘이 됐다.

- 몇 년전 인터뷰에 비해 말수가 많아져서 놀랐다. 밝고 유쾌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 성격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모습에 만날 때마다 놀란다.

▲ 그런 말씀을 많이 들었다. 제가 가만히 있으면 '화났냐' '멋있는 척 한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 '런닝맨' 속 모습도 저이고 지금 여기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도 이광수의 다른 면모다. 평상시는 그 중간 정도다.(웃음) '런닝맨'은 첫 회부터 지금까지 그 안에서 제 행동이 그렇게 펼쳐지는게 편하고 또 그 모습들을 좋아해 주시니 그렇게 있는 것 같다. 인터뷰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편해졌다. 말 실수하거나 그럴까봐 늘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 장애인을 가장 비차별적으로 그린 영화라는 평가가 많다. 육상효 감독의 고집과 노력이 느껴진다.

▲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동구의 모습이 분명히 있어서 도움을 받고 연기했다. 어떤 선을 잡고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기가 어렵더라. 저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도 보는 분들이 부담스럽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잘못 전달될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덜어낼 것은 덜어내 주시고 더해야 할 것은 더하도록 코치해주셨다. 현장에서 굉장히 의지를 했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또 편하게 제안드리며 했다.

- 지인들 중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해 준 사람이 있나.

▲ 조인성 형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어려웠을텐데 정말 잘 했다'고 해주셨다. 역할을 소화하는게 개인적으로 부담되고 어렵기도 했는데 '어려웠을텐데'라는 워딩이 큰 위안이 됐다.

- 앞으로 가장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 안 해본 역할이 많아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 중 스릴러를 꼭 하고 싶다. 관객들이 연기적으로 늘 궁금증을 가지는 배우이고 싶다.

- 극 중 엄청난 수영 실력을 발휘했다. 얼마나 훈련 받았나.

▲ 어릴 때 배우긴 했지만 이번에 4달 동안 집중 훈련을 받았다. 이솜과 함께 배웠다.

- 아시아 프린스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 '런닝맨' 막내인 것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그동안 '런닝맨'으로 팬미팅을 간 적은 있지만 영화로 가는 건 처음이다. 국내 관객들도 공감하실 수 있는 소재지만 해외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기대가 된다. 아시아 프린스라는 표현은 늘 민망하다. 편하고 친근한 제 이미지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나.

▲ 고등학생 때는 미술을 해서 대학에 가려고 했다. 그러다 모델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연기에도 관심이 갔고 극단에서 아동극을 시작하게 되면서 입시 연기를 준비했다. 그렇게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했고 군대를 다녀온 후 '그분이 오신다'와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를 하게 됐다. 운좋게 무명 생활이 길지 않았다. 첫 데뷔는 '공대 아름이'로 유명했던 모 통신사 광고다.

- 이광수가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은.

▲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게 행복하고 감사하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걸 누군가 봐주는 것도 행복하다. 제가 좋아하고 감사하는 일이다.

- 배우로서 목표나 꿈이 있다면.

▲ 제 생각에는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는게 행복일 것 같다. 제가 책임지고 가고 있는 가족들이라든가 또 그럴 수 있는 제 힘을 유지하고 싶다. 직업적 특성상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어려운 일일수 있다. 지금의 행복감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 작품을 쉴 때 즐기는 취미는.

▲ 제가 정말 운이 좋게도 일이 계속 맞물려 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차기작 없이 쉬어 봤다. 쉬는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잘 모른다. 주로 평소 못본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최근 '캡틴 마블'과 '왕좌의 게임'을 추천 받았다.

-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 세하와 동구가 함께 살았던 '책임의 집'에 혼자 있는 장면도 좋았고 엄마와 함께 살게 된 후 식당에서 혼자 앉아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 있는 장면도 좋아한다. 하균이 형과 내내 붙어서 촬영하다가 형이 혼자 있는 장면은 영화로 보기 전에는 촬영 장면을 못봤는데 세하가 초췌해지고 초라해진 모습으로 휠체어를 혼자 모는 신도 울컥하고 뭉클하더라. 피가 섞이지 않은 두 형제가 형제 이상으로 의지하고 돌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관객들도 좋아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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