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 커스텀 옥토퍼스 8현 기타 [사진=AJ 기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한국의 일렉트릭 기타 제작 수준은 이미 세계 정상에 와 있다. 펜더, 스타인버거, 아이바니즈 등등 세계 최고의 일렉트릭 기타들을 도맡아 제작했던게 한국의 콜텍(콜트)이란건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콜텍(콜트)은 해외(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기 전까지, 즉 90년대까지의 콜트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견지했다는 게 뮤지션 및 기타 산업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콜트 생산기지가 해외로 바뀌며 예전같은 퀄리티를 쉽게 찾기 힘들어지는 와중에 여타 회사들이 약진하며 K 기타 기술력의 또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1순위는 스윙(Swing) 기타였다.

스윙 기타는 헤비메틀 그룹 제로지(Zero G)의 기타리스트였던 김태영이 설립한 회사다. 일렉트릭 기타만을 놓고 볼 때 스윙기타는 그 규모 면에서 한때 '콜트' 다음으로 평가받을만큼 막강했다. 기타 성능도 출중했고 영화/방송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 브랜드가 등장하며 대중적 관심도도 높았다. 스윙기타의 '커스텀 샵' 모델은 특히 많은 기타리스트들로부터 외국의 명기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물론 기타
스윙 기타에 대해 기타리스트 안회태 는 "현대적 느낌의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에 특히 강하다"며 "네크 감촉도 훌륭하고 그립감 역시 손에 착착 감겨 연주하기에 매우 편하게 최적화됐다"고 말했다. 또한 안회태는 "스윙기타는 베이스 기타 제작에서도 돋보였는데 기능은 물론 특히 디자인의 탁월함은 감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25년이 넘는 역사의 월드악기는 인천을 베이스로 해서 꾸준히 저변을 확대하고 있으며 연 매출 300억(2018년 기준) 대의 강소기업이다.

무엇보다 제작 기술력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OEM 제작의 PRS(폴 리드 스미스) 퀄리티는 자타가 공인하는 악기다. 안회태는 "월드악기에서 OEM으로 만드는 100만원대의 PRS SE 모델은 그 가격대에선 결코 찾기 힘든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며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에 설립된 데임(dame) 기타도 국내 일렉트릭 기타 시장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회사 설립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뮤지션 출신이라 현역 음악인들과의 교감도 활발한 편으로 이태윤, 이현석, 박영수 등 기타리스트들의 시그니처 모델도 선보인 바 있다. 기타리스트 박영수(지하드)는 "데임 기타를 처음 접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소리의 울림 등을 비롯한 성능 면에선 결코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일렉트릭 기타 이펙트 제작에 일가견이 있던 박영준이 설립한 '물론 기타'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초기엔 알루미늄 등등 색다른 소재를 기타 제작에 응용하며 국내에서 주목받았고 이후 스트라토캐스터/텔레캐스터 스타일로 다양화하며 기타씬에서 탁월한 퀄리티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수많은 기타와 이펙트 섭렵으로 유명한 안회태는 "빈티지 펜더같은 느낌을 잘 살려 특히 바디의 울림이 좋고 탁월하다"고 물론 기타를 평했다.

경기도 양평에 근거를 둔 윌로스(윌로우즈, Willows) 기타도 100% 주문에 의한 핸드메이드를 고집한다. 다양한 컬렉션의 '선셋(Sunset)' 모델이 특히 유명하다. 윌로우즈 기타를 연주해 본 국내 기타리스트들은 그 퀄리티에 엄지척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월로우즈는 서(Suhr) 기타에 버금갈 정도로 탁월하다."(안회태)

AJ기타도 국내 핸드메이드 기타계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돋보이는 그래픽으로 여타 브랜드와 비주얼부터 확연히 구분된다. 정성유 AJ기타 대표는 "새로운 제작 기법과 특이한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AJ기타 제작 모토를 밝혔다.

안회태 는 "AJ기타는 여타 기타회사에선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진취적으로 행하는 등 남다른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며 "특히 나무 하나만을 통채로 사용해 기타로 만드는 기술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이런 방식의 기타 제작은 많은 공이 들어가야하고 매우 어려운 고난이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회태는 또한 이젠 사라진 은성악기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은성악기는 최고의 하이엔드 기타 중 하나인 영국의 핸드메이드 브랜드 제마이티스(Zemaitis)와 관련이 있는 회사다. "은성악기가 만든 제마이티스(일본) 제작 기술력은 정말 너무 깊은 인상을 줄만큼 퀄리티가 압도적이었다. 은성악기 고유의 브랜드였던 실버스타 역시 그 가격대에선 갖출건 다 갖춘 작품이었다." (안회태)

방탄소년단(BTS) 밴드 리더인 베이시스트 김기욱은 "국산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는 낮은 가격대로도 값비싼 해외 유명 브랜드에 견줄 만큼 소리의 울림을 비롯해 핵심적인 부분들의 기술력은 뛰어나다"며 "눈을 감고 들으면 외국의 유명 브랜드와 구분이 안될 정도다. 그럼에도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네크의 미묘한 감촉 등등 디테일적인 면"이라고 말했다.

기타리스트 박영수 역시 "성능 면에선 탁월하지만 이제 디테일한 면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했다.

기타리스트 안회태 는 "그간 국내 회사들은 기타를 잘 만들어 왔지만 가끔 2% 부족한 게 노출되곤 했다. 예를들어 브릿지를 좀더 뒤로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안하거나 하는 등등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발생하는 미묘한 피치의 정확도, 또한 기타의 볼륨을 1에서 2로 올릴 때의 미세한 컨트롤 시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약간 빡빡한 느낌이 나는 볼륨 노브의 문제 등등이 대표적이다. 펜더나 깁슨 등등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들은 a커브 볼륨을 사용하는 반면 국산 기타는 b커브를 주로 사용해서 생기는 결과였다. 이런 문제들은 제작자가 기타리스트들과 협조해 충분히 귀를 기울이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근래엔 국산 기타도 a커브 볼륨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디테일한 면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지만. 이제 제작 기술의 탁월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체 브랜드가 좀더 왕성하게 선보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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