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EN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강호의 고수가 지상에 내려온 느낌이었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 제작 ㈜영화사두둥) 개봉 직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진경은 첫인상이 예상대로 '강렬했다. 가만히 아무 말 안하고 서 있어도 단단한 내공이 물씬 느껴질 정도. 최근 인기리에 끝난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러블리한 나홍주보다 이제까지 많이 연기한 걸크러시 캐릭터들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온화하고 소탈한 매력이 가득했다. 다양한 얼굴을 지닌 ‘천생배우’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렸다.

진경의 첫 상업 영화 주연작인 ‘썬키스 패밀리’는 금슬이 유별나게 좋은 준호(박희순)-유미(진경) 부부 앞에 섹시한 준호의 여사친 미희(황우슬폐)가 이사와 부부 사이에 위기가 다가오자 막내딸 진해(이고은)가 가족의 평화를 찾기 위해 펼치는 유쾌한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진경은 남편 앞에서는 늘 사랑스러운 연인, 아이들 앞에서는 억척 엄마, 학교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생님으로 사는 유미 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낸다. 진경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첫 상업 영화 주연이라는 타이틀보다 독특한 영화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전 역할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지 비중은 염두에 두는 편이 아니에요. 주연이냐 조연이냐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어요. 이게 첫 상업 영화 주연이라는 것도 개봉을 앞두고 깨닫게 됐어요.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읽고 정말 독특한 캐릭터와 설정들에 반했어요. 시나리오를 직접 쓴 감독님이 누구인지 궁금하더라고요. 엄청 카리스마 넘치고 센 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미팅에서 소녀 같은 분이 나타나 ”내가 김지혜 감독“이라고 말해 깜짝 놀랐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매력적이더라고요. 진짜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어요. 희순 오빠랑 호흡이 잘 맞고 막내딸 (이)고은이가 정말 사랑스러워 진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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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은 ‘썬키스 패밀리’에서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던 파격 변신을 시도한다. 가족영화이기에 수위가 높지 않지만 박희순과 키스신과 스킨십을 쉬지 않고 선보인다. 또한 수준급 웨이브가 눈길을 끄는 춤솜씨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키스신과 베드신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이 영화가 온가족이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로 기획됐기에 수위가 높지 않을 걸 이미 알았거든요. 그러나 성적으로 왕성한 대학생 이들 철원 에피소드는 좀 그렇더라고요.(웃음) 고은이는 보여줄 수 없을 정도였어요.(웃음) 그러나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그리 야한 느낌은 아니에요. 온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정도인 듯해요.(웃음) 춤은 왈츠는 좀 연습했어요. 그러나 초반부 계단에서 준호와 유미가 흐느적거리며 흔드는 거나 생일파티신은 그냥 막춤이었어요. 웨이브는 좀 민망해요. 그 장면은 이틀 밤새우고 제정신이 아난 상태에서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 좀 다른 걸 추지 뭘 그리 웨이브만 계속 탔는지 몰라요.(웃음)”

진경은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인기리에 끝나고 마침 ‘썬키스 패밀리’가 개봉을 앞둬 KBS2 ’해피투게더‘에 난생 처음 예능 나들이를 감행했다. 방송 직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나뿐인 내편‘으로 쌓인 호감형 이미지에 솔직하고 털털한 본인의 성격이 더해져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예능은 이제까지 저와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어요. 내 자신을 드러낼 생각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희순 오빠가 ‘썬키스 패밀리’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예능을 해야 한다고 후배들을 세뇌시키시니 후배로서 따라야지 어쩌겠어요?(웃음) 그런데 막상 녹화장에 가니 본인이 긴장하셔 말씀을 못하시더라고요. 저라도 나서서 분위기 잡아야만 했어요. 다행히 MC를 맡은 유재석 전현무씨와의 일화가 있어 말문이 열리니 의외로 술술 풀리더라고요. 실제 성격요? 상황 따라 다르지만 활달한 편이에요. 그러나 뭔가 잘못 된 게 보이면 참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바로잡는 편이에요. 깐깐하다고요? 그래도 나이 들면서 많이 밝아지고 순해진 거예요.”

진경은 요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하나뿐인 내편’의 나홍주 덕으로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팬 층이 넓어졌다. 대학로 연극판에서는 내로라하는 스타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족했던 그는 2011년 SBS 아침드라마 ‘’장미의 전쟁‘을 시작으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한 계단씩 올라가 정상급 연기자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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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촬영할 때 설경구 선배님이 반가워해주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설경구 전도연 선배님이 출연한 2001년 영화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에 단역으로 출연했거든요.(웃음) ”너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는데 뭉클하더라고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매력 있는 것 같아요. ‘하나뿐인 내편’에 출연하면서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주말극이다 보니 반응이 다른 작품보다 엄청 크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저희 드라마가 요즘 사는 낙이라고 말씀하시며 나홍주가 예쁘다고 말씀해주시니 연기하는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진경의 차기작은 큰 변수가 없는 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가 될 전망이다. 또한 쏟아져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을 묻자 여자배우들이 마음껏 뛰어놀 작품이 부족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여자배우들이 연기할 만한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늘 남자들 중심으로 작품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대본에 여자 캐릭터들을 이해할 만한 소스가 안 그려져 있어요. 그러니까 여자배우들은 항상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뭔가를 만들어내야만 해요. 감독들에게 물어봐도 여자를 잘 모르니 대답을 못해줘요.. 오히려 묻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정말 잘 차려진 밥상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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