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선생님, '청룡' 신인상 수상 직접 칭찬해주셨다"

"연기력 성장? 한 순간도 쉽게 생각한 적 없어"

"아직도 성장하는 중, 공감 주는 작품 하고파"

배우 남주혁. 사진=드라마 하우스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눈이 부신' 성장세다. 영화 '안시성'으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남주혁이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통해 제대로 물오른 연기를 선보였다. 인생작·인생캐를 동시에 경신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평 받았지만, 정작 남주혁 자신은 그런 칭찬조차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모처에서 진행된 JTBC '눈이 부시게' 종영 인터뷰에서 남주혁은 "(신인상 수상 후)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더 많은 부담감이 생겼다. 신인상 수상 당시 '눈이 부시게' 촬영 중이었다. 시상식 다음날 현장에 갔는데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연기를 못 하겠더라. 너무 감사하지만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좋은 상을 받은 만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런 순간이 있기 때문에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다.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촬영장에서도 축하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축하 받는 게 세상에서 제일 부담스러웠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축하 받을 때마다 쭈뼛쭈뼛거렸다. 창피해서 숨게 되더라. 김혜자 선생님께서도 정말 많이 칭찬해주셨다. 선생님과 연기하면서 제게 이런 순간이 다시 올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영광이었다. '눈이 부시게'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 선배들도 다들 '혜자 선생님과 한번 촬영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제가 해볼 수 있어 행복했다."

호흡을 맞춘 또 한명의 배우 한지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남주혁은 '눈이 부시게'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혜자(김혜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한지민과 절절한 사랑을 그려내며 애틋함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남주혁은 "한지민 선배님께서 제가 처음 촬영을 하는 날 함께 찍는 장면이 아닌데도 와주셨다"고 회상했다.

"첫 촬영이다 보니 긴장했다. 한지민 선배님께서 제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에 와 이야기도 많이 걸어주셨다. 제게 있어서는 긴장감이 많이 풀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 역시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눈이 부시게'를 하면서 '연기가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몰입했다."

그래서였을까. 남주혁은 유독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는 평을 받았다. 친할머니를 잃고 알코올 중독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지닌 기자지망생부터 25살 혜자의 연인 이준하,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노년 혜자의 주치의 등 다양한 캐릭터로 분했다.

"연기력이 늘었다는 칭찬을 요즘 많이 듣고 있다. 그 말을 듣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처음 드라마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연기를 쉽게 생각한 적은 없다. 매 작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 동시에 제 자신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매번 같은 마음으로 노력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연기가 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며 "무슨 계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내 그만의 소신을 드러낸다. "그냥 열심히 한 거다. 다음 작품 들어갔을 때는 또 '쟤 연기 못하네' 소리 들을 수도 있다. 모든 작품과 캐릭터에서 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배우라면 당연히 많은 이들에게 공감되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대중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 더 노력할 거다. 감히 연기를 논하기에는 제가 모르는 게 많고 아직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해보겠다."

섬세한 감정 연기, 눈물 연기가 많았던 것에 대해 남주혁은 "마지막 촬영도 우는 장면이었다. 자연스럽게 울면서 작품을 마치게 됐다(웃음). 드라마가 끝나서 아쉬운 감정과 행복했던 마음, 모든 감정이 한번에 다 올라오더라. 눈물이 많이 흐른 상태여서 더 울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화제가 된 장면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불 꺼진 마루에서 오열하는 신. "준하 자체가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캐릭터였다. 우는 장면이 많아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다. 준하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고 많이 몰입했다. 우는 장면 같은 경우에도 감정이 많이 쌓여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평소에 눈빛이 슬퍼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눈이 부시게'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눈이 슬퍼보인다, 안타깝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드라마 촬영 중 해외 스케줄이 있어서 공항을 갔다. 사진을 찍혔는데, 주변 분들이 제 모습을 보고 '눈이 왜 이렇게 슬퍼?' 하시더라. 하하. 다행히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빨리 벗어나려 노력했다."

모든 순간이 애틋했다. 그 중에서도 남주혁의 가슴에 가장 깊게 박혀있는 장면은 그간 억지로 감정을 억눌러 온 준하가 김혜자에게 쏟아내듯 속내를 드러내는 신이라고.

"골목길에서 김혜자 선생님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있다. '안그래도 죽지 못해 겨우 사는데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냐'고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런 마음을 속으로만 가지고 있지 내뱉지는 못하지 않냐. 그 장면을 찍으며 속이 후련했다. 준하는 참 대단한 아이구나 싶었다. '잘하려고 하는데 왜 나한테 이러냐'는 느낌으로도 다가왔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기도 했다. 내뱉어야만 하는 감정, 순간까지 왔다는 게."

"샤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 혼자 앉아있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극 중 김혜자가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마지막 대사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 하는데 울컥했다. 앞으로도 제 인생을 애틋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이렇듯 가슴 울리는 이야기가 시청자의 눈물, 콧물을 쏙 뺐지만, 손호준의 코믹 연기로 '단짠 드라마'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손호준은 '눈이 부시게' 제작발표회에서 "너무 슬픈 드라마"라고 말한 남주혁과 달리 "너무 웃긴 드라마"라고 말해 웃음을 안긴 바. 평소 손호준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남주혁은 "손호준 형과 촬영장에서 만난 적이 3~4번도 안 될 거다. 저는 슬픈 부분을 찍고 있고, 형은 밝고 재밌는 포인트를 담당하고 있지 않냐. 첫 방을 보고 나서야 왜 손호준 형이 '너무 웃긴 드라마'라고 했는지 알겠더라. 저는 '형 왜 이렇게 웃겨요' 하고 손호준 형은 '너 왜 이렇게 슬프냐' 하셨다(웃음). 서로 전혀 다른 드라마를 찍고 있는 느낌?"

2-30대 시청자의 가장 큰 공감을 산 취준생 준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주혁은 "취준생으로서 이해를 하려고 하기 보다는 20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청춘이라면 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냐. 꿈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도 많고, 잘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젊은 친구들이 많다.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저 역시도 그래왔다. 제 경험을 캐릭터에 많이 투영했다."

어떤 20대를 보냈길래 준하라는 캐릭터에 이토록 공감할 수 있었던 걸까. 남주혁은 유독 '꿈' 이야기를 자주 입에 올렸다. "배우이긴 하지만 똑같은 20대를 보내고 있는 청춘으로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 중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같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어려움들을 생각하며 연기한 덕분에 준하라는 인물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가 이야기한 꿈은 다름 아닌 '배우라는 꿈'이다. "제 최종 목표이자 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제 꿈이었다.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영화, 드라마. 그 꿈을 위해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작품으로 꿈을 이룬 것 아니냐'고 물으니 "어느 정도는"이라면서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이내 겸손한 태도를 취한다.

남주혁은 아직 성장통을 겪고 있다. 스스로도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라 말한다. 그럼에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답한다. "요즘 들어 많이 느낀다. '눈이 부시게'를 하면서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잘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란 걸 깨달았다. 그 시간을 더 이상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혜자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다 해도 아직까지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언제나 그랬듯, 쉴 틈 없이 대중과 만난다. 차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정유미와 함께 퇴마를 해나갈 한문 선생 홍인표 역을 맡았다.

"다음 작품에서도 저만 잘하면 된다(웃음). 깊게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공감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