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주연 이풍상 역으로 열연

"실제로도 맏이·이른 가장, 캐릭터 공감됐다"

"막장이라는 시청자 평가 이해, 메시지 분명했다"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데뷔 24년차 배우에게도 이처럼 많은 눈물을 뺀 작품은 처음이었다. 연기를 위해 끼니를 거르는 것은 물론, 맏이로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건강을 잃어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짠내나는 시간을 보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유준상(51)의 이야기다. 작은 카센터를 운영하며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맏이 이풍상으로 분한 유준상은 인터뷰 테이블에 앉자마자 "(극 중)동생들이 벌써 보고싶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종영 이후 부산으로 포상휴가까지 다녀오고나니 동생들이 곧바로 보고싶어요. 작품을 시작할때부터 '서로 의지하고 잘해보자'며 결의를 다졌었는데 현장에서 정말로 잘 지냈던것 같아요. 저조차도 미니시리즈에서 마지막회까지 대본리딩을 했던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각별했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었죠."

그래서일까. 배우들이 제작발표회에서 걸었던 시청률 공약인 13%는 물론, 2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KBS 드라마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또 유준상 개인적으로도 시청자들로부터 연기적인 호평을 받아 뿌듯하단다.

"작가님의 의도가 정확했던게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배우들도 독기를 품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12페이지 정도되는 분량의 촬영을 한명도 NG를 내지 않고 진행한 적이 있어요. 끝나자마자 스태프들도 '연극을 보는 줄 알았다'며 박수를 쳤어요. 특히 (오)지호는 '다들 이렇게 하면 부담되서 어떻게 하냐. NG 좀 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흥행 덕분에 공약으로 걸었던 봉사활동도 하게된 것도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풍상에게 눈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매회 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물 연기는 극 내내 유준상과 함께했다. 어쩌면 캐릭터와 조금은 닮아있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 공감과 몰입을 도왔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제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셔서 20대부터 전 가장의 역할을 했어요. 풍상이처럼 맏이이기도 하고요. 연기를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 동생들만 봐도 눈물이 그냥 쏟아지더라고요. 작가님도 저를 보자마자 '넌 풍상이다'라고 말씀하면서 대본 리딩 당시 세밀한 관리를 해주셨고, 팀원들이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거죠."

'왜그래 풍상씨'는 전형적인 주말극 포맷을 띄고있다. 막장드라마라는 일각에서의 불명예를 쓰게된 요인도 여기서 기인한다. 유준상 또한 이와 같은 평가에 대해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극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마지막회 이후에 모든 것들이 해소된 것 같아요.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지만 이를 위한 과정들이 필요했고, 그런 과정들이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답답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풍상이는 생각보다 철학적인 말을 많이 던져요. 가령 미안하다는 사과를 할 때에도 동생들에게 진심을 눌러담아 이야기하죠. 진심어린 사과라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간을 누가 주고 받느냐의 것들은 흥미요소일 뿐이었다고 봐요."

이풍상을 그리면서 느낀 것도 많았다. 극중 배역에 맡는 암환자를 표현하기 위해 식사를 거르면서 몰입하기도 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기도 했다.

"서서히 덜 먹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아팠을 때에는 진짜 음식을 잘 먹지 않았어요. 스태프들이 미안해할 정도였으니까요. 3~4kg 정도 빠진 것 같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그럼에도 풍상이를 연기하면서 느낀 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아가야겠다는 점이었어요. 불편하게 있으면 편한것에 대한 감사를 느끼는 것 처럼요.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가져가고 싶어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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