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정준영. 사진=윤수정 기자 pic@hankooki.com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성접대부터 마약, 경찰 유착 의혹까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로 불거진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성접대 알선에 마약 투약 의혹까지 받는 가수 승리와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정준영이 같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속한 사실이 알려지며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이들의 왜곡된 성(性) 인식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 '짠내투어'서 여후배에 "술 따라 달라"한 승리, 방심위 중징계

사진=tvN
승리는 지난해 8월 방송된 tvN '짠내투어'에 출연해 그룹 구구단 세정에게 "지금 남자가 5명 있다. 남자가 눈을 감고 있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의 잔을 채워 달라)"며 술을 건넸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세정은 결국 남성 출연자의 맥주 잔을 채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장면이 성희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으며 방송사 자체심의 과정에서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를 여과 없이 방송해 제작진의 성 평등 감수성 부재를 드러냈다고 판단, 법정제재 경고(벌점 2점)를 내렸다. 방송사의 젠더 감수성 부재는 승리와 같은 남성 패널의 부적절한 유머를 정당화하고 힘을 실어준다. 결국 해당 소재가 지속적으로 웃음 포인트로 쓰이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 '아는 형님', '야동'으로 돈독해지는 선후배 사이?

사진=JTBC
최근 '남탕 예능'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JTBC '아는 형님'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승리는 지난해 2월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 아이콘과 함께 출연해 '야동'('야한 동영상' '포르노'를 뜻하는 은어)을 소재로 장시간 설전을 벌였다. 승리의 숙소로 이사를 가게 된 아이콘이 그의 이름이 적힌 외장하드를 발견했고, 그 안에 셀 수 없는 '야동'이 담겨있었다는 것.

출연진들은 일제히 "100개의 폴더가 ('야동') 배우 별로 분류돼 있더라" "승리의 이상형을 볼 수 있었다" "너희들에게 주는 선물" 등 설명을 이어갔다. 제작진은 한 술 더 떠 '야동으로 돈독해지는 선후배 사이' '환상의 세계' 등의 자막을 넣었다.

국내에 유통되는 '야동'의 상당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이다. '야동'을 단순히 예능 소재로 소비할 수 없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몰카는 악성범죄로, 중대 위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는 형님'의 도를 넘어선 '섹드립'(성적인 농담을 담은 애드리브)은 불쾌감을 유발한다. 여성 패널만 출연하면 '담배 드립'을 일삼는가 하면, 한 남성 아이돌 그룹에게는 성기 크기를 암시하는 듯한 질 낮은 개그로 억지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자정 작용이 절실하다.

# 클럽 파티 미화+황금폰 논란의 '라디오스타'

사진=MBC
MBC 간판 예능 '라디오스타' 역시 승리, 정준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16년 빅뱅이 출연했을 당시 승리를 '승츠비' '진정한 셀럽'이라 치켜세우는가 하면, 클럽에서 노출 있는 산타 복장을 한 여성들에 둘러싸인 승리의 사진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같은 해 지코와 정준영이 출연한 방송분은 '황금폰' 논란으로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당시 지코는 정준영의 황금폰'에 대해 "정식으로 쓰는 폰이 아니고 카카오톡만 하는 폰"이라며 "도감처럼 많은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준영은 "(지코가) 저희 집에 오면 갑자기 '형 황금폰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다"며 "침대에 누워서 마치 자기 것처럼 정독한다"고 응수했다. 정준영 논란 이후 일각에서는 '황금폰'이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기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지코는 "정준영이 영화 시사회 같은 데 가서 여배우가 나오면 '내 거다'라고 말한다"며 "마주치면 다 이상형(이라고 한다)"고 폭로를 이어갔다. 여기에 "'야동'에 대한 지나친 억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사기도 했다. 가수 헨리 역시 "'야동'을 못 보게 하면 성범죄 같은 게 늘어나지 않겠냐"며 동의했다.

사진=MBC
# 정준영 복귀 도운 '1박 2일', 방송 및 제작 잠정 중단

정준영은 지난 2016년 전 여자친구 신체 부위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무혐의 처분과 함께 3개월의 짧은 자숙기를 가진 정준영에게 면죄부를 준 건 KBS 2TV '1박 2일'이었다. 자숙 중인 정준영을 '그 동생'으로 지칭하며 개그 소재로 삼은 제작진과 출연진은 눈물로 '막둥이'의 재기를 환영했다.

하지만 최근 정준영이 동료 연예인과 지인이 속한 단체방에서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 및 유포했다는 의혹과 함께 과거 '전 여자친구 불법 촬영' 사건 당시 휴대폰이 고장났다는 거짓 진술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범죄 미화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1박 2일' 제작진은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방송 및 제작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여기에 차태현, 김준호의 '내기 골프' 논란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프로그램 존폐 여부조차 불확실해졌다.

이들의 발언도 문제지만, 방관한 방송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짠내투어' 김종훈 CP는 승리 논란 이후 "예능 PD들이 재미에 대한 욕심 때문에 사회의 트렌드나 양성평등의 가치를 깜빡 잊을 때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크게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웃음과 재미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정작 중요한 도덕적 가치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