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 1, 2편으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가 싶더니, '공작'으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고 또 곧 '암수살인'으로 평단의 호평까지 얻었다. 이제 좀 쉬어 가겠거니 싶었지만 국내 최초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왕세자 역으로 국내 안방 극장 시청자를 비롯해 전세계 190개국 시청자들을 만났다. '킹덤' 시즌1의 6편 방송과 더불어 시즌2의 촬영도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해 흥행과 비평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주지훈의 해'를 살았던 주지훈을 최근 만났다. 주지훈은 이날 인터뷰에서 모델로 최고의 주가를 구가하던 시절 갑작스레 황인뢰 PD 앞에서 정우성의 '유령' 속 대사를 읊으며 오디션에 임해 '궁'에 전격 캐스팅된 이야기부터 '킹덤'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류승룡, 배두나 등과 호흡하며 느낀 에피소드,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접하면서 느낀 소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잠 잘 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가운데에 있었지만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고민이 그의 관심사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함은 여전했다.

- 시즌1 방영이 시작되고 곧 이어 2부 촬영이라니 감회가 어떤가.

▲ 감독님과 어제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이 안 든다. 김성훈 감독님, 김은희 작가님 그리고 류승룡, 배두나 선배 등 같은 팀과 촬영이니 촬영을 한 일주일 정도 쉬고 다시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마치 어제 찍던 작품에 다시 들어가는 것처럼 신기한 느낌이 든다.

- 평소 공포물이나 좀비물을 좋아하는 편인가.

▲ 전혀 못본다. 박성웅 형이 출연했던 '오피스'에 초대돼서 갔다가 엄청나게 큰 소리를 지르고 나왔다. '월드워Z'나 '웜바디스', '좀비랜드' 등을 보기는 했다.

- '킹덤'은 어떻게 택했나.

▲ '킹덤'은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정서적 공포감이다. 부모가 아이를 해하려고 할 때 커트한다. 직접적으로 물어 뜯고 하는 장면은 없다. 김성훈 감독님이 원하지 않으신다. 서스펜스를 전해야 하지만 그들은 불쌍한 존재다. 먹을 게 없어서 오죽하면 인육을 먹게 됐겠다. 엄마가 아이를 지키려다 오히려 역병에 걸려 자식을 덥치고 하지 않나. 살아서도 배고프고 죽어서도 배고픈 크리처들이 불쌍했다.

- 극 중 세상 밖으로 나와 역병의 근원을 파헤치기 시작한 세자를 연기했다. 어떤 심경을 주되게 연기했나.

▲ 국왕은 아니지만 제가 잘 이끌어서 백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거다. 평소 우리 삶에서 소식을 오래 못나누고 지내는 지인이 힘들면 마음이 아프잖나. 세자의 마음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국민을 향한 마음의 크기가 더 크지 않을까. '나는 왕이로소이다' 때 세자 역을 해봐서 그 때도 세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었다. 세자는 궁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 국민들이 배를 곯는 소식이 고위층까지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궁 안에서 본 것이 전부였을테니 아마 궁 밖 세상은 충격이었을 거다.

- 김은희 작가와는 처음 작업을 했는데. 무엇을 느끼고 얻었나.

▲ 김은희 작가님은 글이 쉽다. 플레이어도 쉽고 보는 사람에게도 쉽다. 그건 정말 엄청난 능력이다. 전문 분야일 수 있는 이야기가 전문 지식이 없어도 문맥이 이해되고 감정이 공유가 될 수 있게 글을 쓰신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신다.

- '킹덤' 촬영 후 김성훈 감독에 대해 여러 차례 극찬한 걸로 안다.

▲ 김성훈 감독님은 선비이자 양반이다. 극장점만을 모은 이미지랄까. 자분자분하고 큰 소리 없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다 이뤄내신다. 공감 능력 좋다. 상대를 불쾌하지 않게 하면서도 필요한 걸 다 끌어내는 엄청난 힘이 있다. 힘들고 고생스러운데 밉지 않고 잘 해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굉장히 젠틀하다. 그런 점이 신기하다. 인간적으로 따라해 보고 싶은 부분이다. 친구 또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득과 실을 따질 때가 있잖나. 불편한 이야기도 해야 하고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뻘쭘해도 이야기 해야만 할 때가 있는데 보통은 말을 못해서 불만이 생기는데 감독님과 있으면 편하게 불만도 이야기할 수 있다. 대단한 스타 감독님인데도 말이다. 감독님께 '그 장면 아까 찍었잖아요, 또 찍어요'하고 물으면 "지훈씨, 아까 장면은 이 방식으로 쓰고 다음 건 저렇게 쓸 거니 한번만 부탁드릴게요"라고 하신다. 그러면 또 감독님 말씀대로 움직이고 있다.(웃음)

- 그런 점들이 김성훈 감독이 최고의 배우들과 연이어 호흡하게 하는 힘일 수 있겠다.

▲ 좋았던 작품은 항상 그랬다. 사람이 신기한게 고된 여행길인데 좋아하는 사람과 갔다면 좋게 기억되고 안맞는 사람과 가면 초호화 여행도 지옥 같다. 김성훈 감독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그렇게 하는 사람이다. 윤종빈 감독님의 '공작'도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서 인터뷰할 때 어떤 점이 힘들었냐고 굳이 질문을 들어야 힘든 점이 떠오른다. '공작'은 집중도와 이해 할 수 없는 긴장감 때문에 헛구역질까지 할 정도였는데 말이다.

- '킹덤'에서의 연기는 스스로 만족하는 편인가.

▲ '킹덤'의 유일하게 억울한 부분은 그렇게 최선을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번 뛸때마다 대자로 쓰러질만큼 열심히 뛰었는데 내가 키가 크다 보니 휘적휘적 걷는 것처럼 보이더라.(웃음) 뛰는 말 위에 타는 것만도 힘든데 저는 말과 함께 달리는 장면들이 있지 않나. 현장에 산소호흡가 있을 정도였다.

- 국내 배우 중 넷플릭스 시스템을 처음 경험했는데 어떤 차이를 느꼈나.

▲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간섭을 거의 안한다고 말들을 하지만 20억 대 작품에 40억을 주지는 않는다. 대본을 검토해서 예산이 보이는 만큼 준다. 광고가 없고 어느 거대기업에 소속된 부속 기업이 아니기에 PPL등으로부터 자유롭다. 또 전세계 문화권의 드라마를 전혀 다른 국가들에서 볼 수 있기에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관점이 관용적이라고 할까.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이해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 시즌1의 해외 시청자 반응들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

▲ 특별히 '한국적인 것을 해외에 알리겠다' 그런 생각은 없었다. 넷플릭스에 대한 큰 이해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오픈하고 '한국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한국의 의복이 너무 예쁘다' 등 좋은 피드백들이 오고 좋은 반응을 보다 보니 특별히 목적하지는 않았지만 뿌듯함과 자긍심이 든다.

- 이전에도 한류 배우였지만 '킹덤'이전과 이후 차이가 클 것 같다.

▲ BTS의 지금 성과가 정말 놀랍다. 해외에서 그들의 수상들이 정말 엄청난 홍보와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 같다. 이병헌, 배누나 선배도 계시지만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도 지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행'·'신과함께'가 아시아에서 큰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제가 제작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우리의 것을 잘 만들 때 더 널리 뻗어 나갈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저 또한 그 흐름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얼마전 인도네시아 발리에 촬영을 갔는데 공항에 제 팬들이 나와 계시더라. 처음엔 저 때문에 나와있는지 몰랐다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한결 같이 생각하는 건 그저 내 자리에서 잘 하자는 거다.

- 조선시대와 좀비 장르의 결합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에 대해 호기심 반 의심 반의 시선들이 공존했었다.

▲ 좀비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다는 것에 사실 의혹의 눈초리가 많지 않았나. '부산행'까지는 재미있게 봤는데 '사극에 좀비가 말이 되나'하는 시선도 있었다는 걸 안다. 마치 '매트릭스'에 처녀 귀신 나오는 것과 똑같으니까. 저 또한 김은희 작가님이나 김성훈 감독님을 워낙 신뢰하니까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촬영장에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괜찮더라. 외국 좀비처럼 창백하고 서양 특유의 질감이 아니라 설정부터 고심을 했다. 역병에 걸리면 새까매지고 또송곳니 설정도 없잖나. '월드워Z' '28일후' 등은 좀비가 느리잖나. 그런데 우리만의 좀비의 리얼리티가 피부와 와닿을 정도로 잘 설정된 것 같다. 연출가가 좀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우리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김성훈 감독은 좀비를 괴물로 보지 않는다. 우리 이웃이고 부모이고 하는 모습이 잘 드러났다.

- 시즌2에 대해 넌즈시 말해 줄 수 있는게 있나.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 시즌1의 엔딩에서 당혹스러웠다는 반응들도 봤는데 시즌2 대본을 보자마자 저랑 류승룡 선배가 "어어?"하고 동시에 놀랐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 해외 유명 시리즈물에서는 시즌1에서 주인공을 죽이기도 하잖나.

- 시즌3도 함께 할 의향이 있나.

▲ 대중들이 사랑해주신다면 안 할 이유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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