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우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주)쇼박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니들 하는 짓이 도둑질이랑 뭐가 다른데? 일한 만큼만 벌어”

영화 ‘내부자들’의 극악무도한 조상무로 확실한 인상을 남긴 배우 조우진이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돌아왔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돈’은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류준열)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된 후 엄청난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우진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수사국 수석검사 한지철로 분했다. 부당한 작전의 낌새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아 업계에서 사냥개로 불린다. 그는 번호표와 조일현의 주변을 맴돌며 점차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

“눈 앞에 보이는 목표물이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면 더 잡고 싶어지는 게 인간 본능이잖아요. 한지철도 처음부터 사냥개는 아니었을 겁니다. 갈수록 금융범죄가 지능화되고 세상이 나빠지니까 본인의 포부나 집요함도 극에 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혼남이라는 설정을 넣었어요. 가정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일에 미쳐있다는 전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딸이랑 통화하면서 ‘어 태블릿은 네 엄마한테 사달라고 해. 잘난 새 아빠가 돈 많이 번다며’라는 대사가 나왔죠.”

한지철은 번호표의 실체를 캐내기 위해 오랜 시간 그를 쫓아 달려온 인물이다. 그리고 번호표 옆에 새롭게 등장한 조일현에게 수상함을 감지하고 그의 모든 것을 추적하면서 점점 파고든다. 영화 속 한지철의 모습은 단순히 직업적인 신념이 강한 사람일뿐이라고 설명하기엔 이해되지 않을 만큼 집요하고 지독하다. 조우진은 “한지철은 정확하게 일한 만큼만 버는 보통 사람이다. 그래서 생긴 분노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주)쇼박스
“생각해보면 울분이 터지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한 만큼만 버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니까 얼마나 화가 나요. 본인 스스로도 그들을 쫓아다니면서 생긴 콤플렉스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한지철이 ‘야 일한 만큼만 벌어! 누군 더 벌기 싫어서 이러냐? 딸 영어 유치원도 못 보내는데?’ 그런 대사들이 돈에 대한 울분이나 분노가 터져나온 장면을 표현한 거예요. 서민적인 시선이 한지철에게 주어지면 어떨까 싶었어요.”

특히 조우진은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 ‘동명증권’ 사무실 장면들을 꼽았다. 조일현이 입사한 동명증권 사무실은 제작진의 피땀이 서린 공간이다. 제작진은 서울 시내 오피스 타운 한가운데 비어있는 600평 공간의 빌딩 한 층을 동명증권 사무실로 만들었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 빽빽하게 쌓인 서류, 믹스커피가 반쯤 담긴 종이컵 하나까지 관찰하다보면 제작진의 섬세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동명증권 사무실에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시잖아요. 그분들이 분위기를 딱 펼쳐놓으니까 후배들이 막 돌아다니면 그림이 나오는 거예요.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 사무실은 직접 꾸민 건데 사실 촬영 때 엄청 더웠어요. 근데 에어컨을 틀면 대사가 안 들려서 에어컨도 틀지 않고 찍었어요. 입구에서 자동문이 딱 열리면 사무실 열기가 확 느껴져요. 땀냄새도 장난 아니었죠. 그런 가열찬 에너지와 열정이 있는 현장이었어요.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사진='돈' 스틸
데뷔 20년차를 맞은 조우진은 지난해 11년 간 만난 연인과의 결혼으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 배우이자 세 살배기 딸의 아빠이기도 하다. 결혼, 그리고 첫 딸의 탄생은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배우로서, 또 40대 가장으로서 목표에 대해 묻자 “큰일났네, 원대한 목표가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가정이 생긴 사람으로서 ‘돈’을 찍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났어요. 누구나 돈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겠지만 저는 이제 마흔살도 넘고 가정도 생겼으니까 돈에 관심 좀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동안 너무 돈도 모르고 철없이 산 것 같아요. 돈 관리도 통장만 나한테 있지 아내가 다 관리해요. 결혼 이후로 이젠 어른 노릇을 해야하니까 좀 달라져야죠. 말하자면 행복한 무게감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쯤 한국영화계의 거목이 되겠다는 포부를 얘기해야할 타이밍인 것 같은데(웃음) 제 목표는 단순해요. 단지 오늘의 태도와 생각이 바뀌지 않았으면 해요.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고 올곧게 뻗어 가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이번 주에 행복한 주말을 보내는 게 진짜 목표에요. 이제 가족의 구성원이라서(웃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