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GV아트하우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여기 스스로 우상이 되고 싶었던 남자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핏줄이 우상이었던 남자도 있다. 서로 다른 우상을 가진 두 남자의 운명은, 그리고 우상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영화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내로부터 심상치 않은 연락을 받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들이 사고를 쳤다는 다급한 연락이다. 서둘러 집에 도착한 그는 주차장 구석에서 정신없이 피를 닦는 아내와 비닐을 뒤집어쓴 시체를 발견한다. 뺑소니 사고를 내고 사람을 친 아들. 정치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한 구명회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그리고 또 다른 아버지가 있다. 사는 건 팍팍해도 정신지체를 앓는 아들 하나만큼은 지극정성으로 키운 유중식(설경구)이다. 그는 아들의 죽음을 온몸으로 부정한다. 결혼 후 신혼여행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왜 차에 치어 죽었는지, 며느리 련화(천우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뿐이다. 뭔가 석연치 않은 비밀이 있다.

‘우상’은 지난 2014년 영화 ‘한공주’로 뼈아픈 메시지를 던진 이수진 감독이 13년 전에 쓴 시나리오다. ‘우상’은 앞서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세계의 주목을 먼저 받았다. 이수진 감독은 저마다 다른 우상을 가진 세 사람의 맹목적인 폭주를 예측하기 힘든 전개로 풀어나간다.

사진='우상' 스틸
먼저 구명회는 차기 도지사 후보에 거론될 만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이다. 탄탄대로의 인생만 남은 그에게 아들이 낸 교통사고가 걸림돌이 된다. 그 동안 쌓은 힘과 눈앞의 권력을 놓칠 위기에 처하자 그는 곧바로 냉정한 판단을 한다. 유중식의 우상은 자신의 핏줄이다. 몸이 아픈 아들은 정상적인 가정을 가지길 바랐던 마음에 ‘유부남’이라 지었을 만큼 희망으로 키운 자식이다. 그런 아들이 갑자기 죽고 사라지자,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며느리 련화다. 아들 부부의 호텔방에서 태아 사진을 발견한 이후, 유중식의 집착은 점차 뒤틀린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제 더 이상 그 아이가 진짜 핏줄이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눈에 띄는 건 련화다. 련화는 우상이 없다. 그저 오늘도, 내일도 필사적으로 생존할 뿐이다.

영화는 저마다 다른 우상을 향해 폭주하는 세 사람을 통해 우상의 허상을 단도직입적으로 꼬집는다. 우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계속 의존하는 이들의 모순과 맹목적인 신념이 위험한 우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치열한 그림으로 그려냈다. 영화적인 메시지와 별개로, '우상'의 약점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초반부 핵심 사건이 벌어진 후 세 사람의 이야기가 한 데 모이는 듯하다 결국 따로 떠돈다. 극단적인 상황을 겪는 세 사람 중 누구의 감정을 따라가야 할지 혼란스럽고 여기에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대사들이 자꾸 걸린다. 영화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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