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쇼박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부자가 되고 싶었다!”

류준열의 강렬한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 ‘돈’은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류준열)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된 후 엄청난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류준열은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으로 분했다. 작은 복분자 농장을 하는 부모님, 빽도 줄도 없는 그에게 실적이 계급인 증권맨의 세계는 낯설기만 하다. 사무실 커피 심부름, 선배들의 배달음식 메뉴만 줄줄 외우던 그에게 클릭 한 번에 일확천금을 보장하는 기회가 찾아온다.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의 손을 잡은 일현의 꿈은 과연 실현될까.

“일현이란 인물에 공감이 갔어요. 나이대도 비슷하고. 돈이 있을 때, 없을 때 인간관계에 극명한 변화를 겪는 모습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고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가장 고민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누구보다 일현이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조일현은 실적 ‘0원’에 괴로워하다 우연히 번호표와 함께 일을 하게 되고 단숨에 큰 돈을 벌게 된다. 류준열은 갑자기 큰 돈을 만지게 된 사회초년생의 모습이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지길 바랐다고. 실제로 영화 속 일현은 씀씀이보다 인간관계에 더 큰 변화를 겪는다. 손에 쥐는 돈의 액수가 커질수록 가까운 사람들과는 멀어진다.

“돈도 써본 놈이 쓴다고 일현이가 갑자기 돈이 생겼다고 해서 팍팍 쓸 수 있을까요? 일현이는 돈 앞에서 약자에요. 막 쓰지도 못하죠. 그게 더 현실적일 것 같았어요. 실제로 저희 영화에 돈을 시원하게 팍팍 쓰는 장면은 크게 없어요. 한없이 자극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일현이는 좋은 시계, 좀 더 넓은 집, 어머니한테 ‘택시 타고 다니라’고 말하는 정도죠. 돈을 벌었을 때 가족, 연인, 동료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더 보여주고 싶었고 그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거라 생각했어요. 데뷔 전부터 고민하던 부분인데 잘해주는 사람한테 잘해주는 게 정말 힘들어요. 대표적인 예가 부모님이죠. 가족들만큼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없는데 그렇게 버릇없게 굴고 꼭 후회하거든요. 영화에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익숙하고 당연한 관계가 돈 때문에 무너지는 것, 그런 면에서 ‘돈’은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된 작품이에요.”

사진='돈' 스틸
영화 속 일현은 끊임없이 시험에 들고 위험한 유혹에 사로잡힌다. 살면서 누구나 비슷한 류의 유혹에 휘말리고 고민하겠지만 특히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 삶을 사는 연예인의 경우, 다른 직업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유혹에 휘말린다. 류준열은 “어둠의 유혹까진 아니어도 여러 유혹이 있긴 하지만 성격상 그런 일에 휘말릴 수가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간이 되게 작아요.(웃음) 수습할 걸 생각하면 너무 어려워요. 어릴 때부터 그런 건 경계하라고 배우기도 했고 제일 정직한 길이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번 돈은 쉽게 잃는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또 보람 있게 써야 행복하지 않나요? 제가 예전에 영화 ‘글로리데이’를 찍을 때 촬영 때문에 구치소에 잠깐 들어가 봤거든요. 아주 잠깐 있었지만 정말 사람이 살 곳이 아니에요. 그 공간이 주는 중압감이 어마어마해서 ‘와 정말 나쁜 짓 하면 안 되겠다’는 당연한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일현이었다고 해도 애초에 번호표랑 같이 일을 안 했을 거예요. 제안이 와도 ‘저는 못 해요’하고 집으로 도망갔을 것 같아요.”

특히 류준열은 돈만 보고 달렸던 조일현과 완벽히 다른 꿈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제적인 성과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삶은 원치 않는다고. 실제로 그는 맛집에 가서 방문 기념 사인을 남길 때도 웬만하면 ‘대박나세요’라는 문구를 적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의 꿈이 대박이나 경제적인 성공, 그런 느낌은 아니었으면 해요. 식당에 ‘대박나세요’라고 하는 게 보통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지 훌륭한 요리사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잖아요. 부자가 되는 것, 물론 중요할 수 있죠. 돈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순수한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 진짜 꿈은 좋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좋은 배우일 것 같아요.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면 재밌고 행복한 사람, 어떤 작업을 할 때 ‘아 그래, 그 사람이랑 하면 좋겠다’ 하고 저를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요. 배우란 직업이 공동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배웠거든요. 인간관계가 배우에겐 큰 덕목이고 중요해요. 오래오래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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