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반항기 서린 듯 날카로운 눈매도 탁 터트린 웃음 한 번에 금세 장르가 바뀐다. 주특기는 변신, 취미는 ‘열일’인 배우 박정민이 영화 ‘사바하’로 또 한 번 ‘인생 연기’를 보여줄 전망이다.

박정민이 처음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건 영화 ‘파수꾼’이었다. 극단 차이무 출신인 박정민은 지난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알렸다. 한 고교생의 자살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희준 역으로 신예답지 않은 존재감으로 언론과 평단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유의 담백한 생김새가 갖는 강점은 어떤 이미지로도 정형화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런 이미지만큼 정형화되지 않은 그의 필모그래피는 더욱 흥미롭다. ‘감기’, ‘들개’, ‘피끓는 청춘’ 등 크고 작은 작품에서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갔고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독립운동가 송몽규 선생의 젊은 날을 그려내며 제37회 청룡영화상,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또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의 성공한 갤러리 대표, ‘그것만이 내 세상’의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피아노 천재, ‘변산’의 무명 래퍼에 이르기까지 장르불문,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흥행까지 보증하는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최근작에서 박정민의 과감한 변신이 크게 주목받았다. 그간 꾸준히 써온 글들을 묶어 에세이집 ‘쓸만한 인간’을 펴낼 만큼 일찌감치 작문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변산’에 등장하는 랩가사를 직접 쓰는 등 프로 래퍼 못지않은 열정을 녹여냈다. 뿐만 아니라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피아노 천재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악보도 볼 줄 몰랐지만 5개월 동안 하루 6시간씩 맹연습하며 수준급의 연주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박정민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올해도 박정민의 종잡을 수 없는 변신은 계속된다. 먼저 오는 20일 개봉하는 ‘사바하’에서는 데뷔 후 가장 다크한 캐릭터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한적한 마을의 정비공 나한이다. 냉정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는 남자이자, 극 중 터널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자살하던 날 그와 함께 있었던 장본인으로 실체가 베일에 가려진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박정민은 낮게 깐 목소리, 노랗게 탈색한 머리, 위태롭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각 영화 스틸
또 개봉을 앞둔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는 도일출로 ‘타짜1’의 조승우, ‘타짜2’의 탑(최승현)에 이어 ‘타짜’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다. 앞선 시리즈에서 섯다와 고스톱이 메인이었다면, 이번엔 포커가 주 종목이다. 박정민은 다소 소극적인 성향을 가졌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전무후무한 타짜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짝귀의 아들, 도일출을 연기한다. 박정민이 구현할 새로운 색깔의 ‘타짜’에 많은 기대가 쏠려 있다.

무엇보다 박정민의 이 같은 도전은 배우 개인의 성취 뿐 아니라 30대 남자배우로서 가능성을 스스로 대폭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배우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이미지 소모를 감수하면서도 다작 중인 그가 진부하지 않은 건 매번 말뿐인 변신이 아닌, 치밀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덕분일 것이다. 우직한 행보로 자신만의 길을 내고 있는 박정민의 향후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