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소상공인들, 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야!”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속 고반장(류승룡)의 이 대사는 악당 이무배(신하균)와 대치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토해내듯 터져나온다. 형사든, 치킨장사든, 아니 어떤 일이든 목숨 걸고 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가장의 숙명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대사가 유독 굵게 남는 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나 다름없기 때문일 테다.

영화는 마약사범을 쫓는 마약반 5인방의 출동 장면으로 시작한다. 익히 봐온 형사물이라면 멋지게 나타나 순식간에 소탕해야 하는데 검거현장 기물파손이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어딘가 2% 부족하다. 이에 따라온 건 참담한 검거 실적 뿐. 결국 윗선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마약반은 해체 위기에 놓이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고반장은 퇴직금을 탈탈 털어 위장창업이라는 기막힌 잠복 수사에 나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창업한 치킨집이 핫한 맛집이 되면서 치킨이 먼저인지, 수사가 먼저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닭은 잡았으니 범인도 잡아야 하는데. 형사들의 뜻밖의 이중생활은 과연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우선 이병헌 감독의 전작 ‘스물’, ‘바람바람바람’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이번에도 크게 만족할 확률이 높다. 이 감독은 잠복수사를 위해 위장 창업한 형사들이란 기발한 설정으로 또 한 번 기상천외한 재미를 안긴다. 귀에 쏙쏙 박히는 중독적인 대사를 활용한 감독 특유의 필살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중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처럼 배우들은 자칫 유치하고 썰렁할 수도 있는 대사들을 전혀 그렇지 않게 만드는 힘으로 코미디영화의 본분에 충실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사진='극한직업' 스틸
배우 류승룡의 코믹한 변신 역시 기대 이상이다. 직장에서는 서장에게 깨지고, 집에서는 아내에게 바가지 긁히고 치킨집에 잠복수사까지 그야말로 극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캐릭터를 현실에 착 달라붙은 연기로 그려내며 웃음, 공감을 완벽하게 챙겼다. 아무리 힘들어도 목숨 걸고 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애환, 매일 생존경쟁을 벌여야하는 자영업자 등 시대 풍자적인 요소를 명랑하게 풀어내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워낙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준 덕에 이번 작품은 그에게 전작들의 부진을 완벽하게 털고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오합지졸 마약반을 구성한 배우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도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다섯 캐릭터 모두 선 굵고 색깔도 뚜렷한데,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캐릭터를 살려내 힘 있는 전개를 가능케 했다. 여자형사 캐릭터의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한 이하늬, ‘범죄도시’ 악역에 이어 코미디라는 장기를 추가한 진선규, 능청스러운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이동휘, 뜻밖의 존재감이 돋보였던 공명 등 배우들 모두 고른 활약으로 극의 밸런스를 탁월하게 맞췄다.

무엇보다 ‘극한직업’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뜬금없이 진지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100만 폐업 시대, 한국의 아픈 사회상을 뼈 있는 웃음으로 콕콕 짚어내지만 절대 구구절절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분명한 메시지를 세련되게 전달했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전개, 빠른 속도감을 택해 엔딩까지 깔끔하다. 다가오는 설 연휴 국내외 대작들이 버티고 있지만 매력적인 작품은 관객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 흥행 맛집으로 소문날 ‘극한직업’의 인기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영화는 1월 23일 개봉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