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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도경수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건 조인성 주연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장재열의 또 다른 자아 한강우 역을 맡은 그가 뛰어가는 장면이었다. 당대 최고 인기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가 아닌 신인 배우 도경수로서 그를 처음 인지했던 순간이었다.

'저렇게 맑은 눈을 가진 신인 배우는 대체 어디서 혜성처럼 등장했을까'하고 궁금해 하던 사이 금새 궁금증은 풀렸다. 그 뒤로 도경수가 엑소의 무대에 등장해 춤추는 모습도 여러 차례 접했지만 첫 대면의 '맑은 눈을 가진 신인 배우'의 이미지는 쉽게 가시질 않았다.

엑소는 이후로도 승승장구했고 도경수는 가수와 배우의 영역을 조화롭게 오갔다. 영화 ‘카트’의 반항기 넘치는 고등학생 태영, ‘순정’의 순박한 시골소년 범실, ‘형’의 시각장애를 가진 전직 유도선수 두영, ‘7호실’의 비밀을 숨긴 알바생 태정, '신과 함께' 1, 2편의 원동연 일병 등을 통해 배우로서 한 계단씩 차분히 오르며 성장해 갔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으로 10대 소녀부터 중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큰 사랑을 받더니 12월 초성수기에 원톱 주연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를 내놓으며 겨울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도경수는 '스윙키즈'에서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의 북한 포로로 지내던 중 우연히 보게 된 탭댄스에 반해 미군 측이 만든 탭댄스 팀에 들어가게 되는 로기수(도경수)를 연기했다. 이념 대립이 극에 달한 시대지만 자다가도 탭댄스 리듬의 환청을 들으며 몸짓으로 동작을 펼칠 정도로 춤을 향한 열망으로 들끓는 로기수는 세상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순진 무구해 보이는 외모로 어떻게 저런 강렬한 눈빛 연기를 펼쳐낼까 늘 궁금해지는 배우 도경수와 몇몇 지점에서 꽤 닮아 있는 캐릭터다.

- '스윙키즈'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하게 됐나.

▲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이상과 현실이 다른 어려운 상황 안에서 '스윙키즈'팀 다섯 명 젊은이들의 춤에 대한 열정이 좋았다.

- 겨울 대작인데다 로기수는 극 전체를 이끄는 메인 캐릭터라 부담도 됐을 것 같다.

▲ 제가 생각한 건 그동안 마음에 상처 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 호기롭고 말썽꾸러기에 장난기 많은 골목대장 같은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탭댄스라는 신선한 요소가 있었고 북한어 사투리 도전도 해야 됐다. 그런 것에 많이 끌렸다. 부담도 많이 되기는 했지만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셨다. 촬영하며 즐거웠던 점이 제가 평소 할 수 없었던 말썽장이 역할이어서 제 안의 장난스러움을 극대화시켰다. 제가 혼자 작품을 이끄는 메인 캐릭터라 생각한 적은 없다. 5명이 모두 주인공이라 생각했다.

- '백일의 낭군님'도 제대로 된 주연작으로는 처음이다.

▲ '백일의 낭군님'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처음 해보는 사극이었고, 대사량도 많고, '스윙키즈'보다 선배들도 많이 나오신다. 드라마에서 어떻게 하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지 선배님들과 감독님께 도움을 받았다. 남지현은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이 너무 많은 선배여서 지현이에게 많이 기댔다.

- 탭댄스에 빠져 드는 기수의 심정이 엑소의 멤버인 디오로서 이해가 잘 갔을 것 같다.

▲ 기수가 탭댄스 생각하면서 잠 못드는 장면은 정말 공감이 많이 되더라. 제가 엑소를 처음 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 탭댄스를 처음 배울 때 루틴과 리듬을 생각하며 잠 들었다. 그런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됐다. 반면 가수로서 춤 춰온 사람이라 도움이 된 것은 맞지만 탭댄스를 처음 배울 때는 몸치나 다름 없었다. 전혀 못췄다.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 생각은 했지만 안되더라. 다른 배우들과 똑같이 꾸준히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 엑소 활동을 통해 춤이라면 원없이 춰봤을텐데 탭댄스가 어떤 점에서 어려웠나.

▲ 만약 탭댄스를 5개의 소리를 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저는 4개의 소리만 나는 거다. 그 하나를 채우려 노력했는데 선생님 왈 연습한만큼 결과물이 나온다고 하시더라. 그 하나를 채우기 위해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엑소 춤과 병행하고 있었는데 엑소 안무를 연습하는 기간 동안 쉬는 시간 10분이 생기면 바로 탭댄스 연습을 했다. 발이 땅에 붙어 있는 한 탭댄스를 연습했다.

- 이념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로기수 캐릭터를 구현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시나리오 안에 있는 사건사고를 생각하며 로기수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저에게는 그 당시가 공감이 쉽게 되지 않는 시대여서 감독님이 준비해준 자료를 열심히 봤다. 종군 기자가 찍은 사진들이 도움이 됐다. 당시 포로였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얼굴을 가리고 춤 추는 분의 사진이나 교복을 입었는데 모자를 비뚫게 쓰고 가방 걸쳐 맨 모습들이 기수에게 가장 어울려 보였다. 그런 모습들을 표현하려 했다.

- 자레드 그라임스와의 댄스신은 관객의 심장을 뛰게하는 하이라이트 신이다. 대화도 통하기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이런 뛰어난 춤 호흡을 이뤘나.

▲ 자레드 그라임스씨와 현장에 있을 때 말은 통하지 않지만 바디 랭귀지로도 충분히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기수가 너무 춤을 추고 싶어하는 감정을 그라임스씨와와 충분히 소통했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의 둘의 감정을 서로 느꼈다. 영화에서도 양판래가 소통을 시켜주는 것처럼 평소 박혜수가 영어를 잘 하기에 우리 사이에서 소통을 잘 시켜줬다. 자레드 그라임스와 나 둘이서 호흡하는 장면에서는 서로 몸을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바디랭귀지도 잘 통했다.

- 양판례 역의 박혜수와 멜로 감정 연기도 해야했는데 어렵지 않았나.

▲ 멜로 연기는 '백일의 낭군님' 때 오히려 걱정이었다. 판례는 귀여운 인물이기에 만약 로기수와 멜로 라인이 더 깊어졌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주요 캐릭터 5명의 이야기가 더 깊게 다뤄져서 좋았다. '백일의 낭군님'의 남지현과 멜로 라인 또한 작품으로서 소화해내야 했기에 별로 곤란하지 않았다.

- '스윙키즈' 촬영 중 가장 성취감이 높은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에 맞춰 로기수가 춤을 추는 장면이다. 감독님이 디테일에 대한 디렉션을 주셨지만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라'고 하셨다. 촬영할 때는 제가 그리 밝게 웃은지 몰랐다. 그 때 스트레스가 엄청 풀렸다. 춤이 이렇게 행복한 건지 처음 알았다. 항상 짜여져 있는 군무나 안무 위주로 췄고 멋있는 모습만 보여드려야 했다면 그 장면에서는 진짜 하고 싶은대로 했다. 어떤 해방감 같은 걸 표현하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그렇게 밝게 웃고 있는지 몰랐다. 춤으로 해방감을 느꼈다고 할까. 추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 속 표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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