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친구는 김옥빈, 8시간 내내 수다 떨기도"

"모든 여배우 롤모델, 김혜수·김성령·김남주 선배 존경해요"

배우 서지혜. 사진=문화창고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서지혜와 3분만 이야기를 해보면 알 수 있다. 꾸밈 없고 솔직하면서도 신중하다. 평소 성격은 밝은 편이지만 연달아 차분한 캐릭터를 연기한 탓에 그 정도가 덜해졌다고 너스레를 떤다.

조심스레 '예능 프로그램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묻자 "거부감은 없는데 예능 울렁증이 있다"고 말한다. "판 깔아주면 못하는 스타일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긴 하더라. 그런데 짧은 시간 안에 날 보여준다는 게 쉽지 않다. 예능에 몇 번 나가긴 했는데, 출연자분들의 에너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제가 낄 틈이 없었다. '나는 예능 체질이 아니구나' 싶었다."

순간 '인생술집'에서 빵빵 터뜨리던 서지혜의 모습이 생각나 물었더니 "그때는 좀 편했다. 술이 들어가니까. 하하. 일 끝나고 딱 맥주 한 잔 하는 기분이라 좋더라"며 웃는다.

현실 술친구는 배우 김옥빈. 시간 맞을 때마다 만나 회포를 푼다. "'여고괴담' 팀이 정기적으로 자주 만난다. 옥빈이랑은 집에서 7-8시간을 수다 떨면서 마신 적도 있다. 술 마시는 양이 많은 게 아니고 할 이야기가 하도 많다 보니까. 윤소희씨랑도 친한데 소희는 술을 못 마신다. 신소율은 술 마시다 잔다.(웃음)"

댓글 하나하나 신경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팬들의 응원을 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고. 가장 좋았던 댓글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좋다. 일할 때 가장 행복하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내 노력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싶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믹 연기도 좋다. 망가질 준비도 돼 있다. 이제 예쁜 건 재미없다."

사진=문화창고
서지혜는 남다른 팬사랑을 가진 배우로도 유명하다. 매번 든든한 서포트로 응원을 보내는 팬들에 대해 서지혜는 "워낙 예쁘게 봐주셔서 깜짝 놀랐다. 챙겨주시는 게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2-30대 여자 팬들이 모인 팬덤이 있더라. '언니를 보면서 힘을 내요', '에너지예요' 이런 말들을 해주시는데 뿌듯하고 고맙다. 감동이고, 행복하고,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내 원동력이다. 기회가 되면 팬미팅도 하고 싶다."

"팬분들이 앨범을 하나 만들어 주셨는데, 초심 찾고 싶을 때마다 본다. 어릴 때 스쳐지나가듯 나온 장면부터 최근 작품까지 하나하나 캡처해서 책을 만들어 주셨더라. 심지어 내가 잊고 있던 캐릭터까지 다 담겨 있다. 오랜만에 보니까 재미있었다. 앞으로 또 필모가 쌓여갈 거 아니냐. 10년이 지난 후에는 지금의 나를 보면서 '이때 내가 참 잘했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른다섯 서지혜가 그리는 40대의 서지혜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스스로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연기에 대한 확신 없이 보고 있다면, 40대의 나는 조금 더 여유로운 배우였으면 좋겠다. 40대 모든 여배우가 롤모델이다. 김혜수, 김성령, 김남주 선배 등.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지 않냐. 나도 저런 라인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톱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게 목표고 꿈이다. 그게 가장 어렵더라. 한 선배님이 이순재 선생님 얘기를 하면서 '저 나이 되도록 연기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없다. 저렇게 긴 시간을 벼텨오신 자체로 대단하신 분'이라고 하셨다. 같은 생각이다. '잘한다' 보다는 '꾸준하다' 소리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사진=문화창고
그런 서지혜를 보며 모친은 '너는 욕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는 단지 억지로 욕심을 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제 욕심은 딱 하나다. 분량, 주연 이런 게 아니라 캐릭터를 잘 살리냐 아니냐가 첫 번째다. 물론 큰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겠지만 나서서 욕심낸 적은 없다.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까지는 아니어도 신뢰감 있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시상식의 꽃, 연말 연기대상이 코 앞이다. 짓궂은 질문이 나왔다. 'KBS, SBS 연말 시상식이 같은 날 열리는데 알고 있냐'는 물음에 화들짝 놀란다. 올해 드라마만 두 작품을 한 덕에 서지혜도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감사한 일 아니겠냐.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어느 상이든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 어우, 그런데 진짜 생각도 못해봤다. 고민을 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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