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첫 눈에 봐도 잘 생긴 외모, 188cm의 장신이라는 타고난 매력 덕분에 배우 남주혁(24)에 대해 어디선가 뚝 떨어져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고 오해한 것이 사실이다.

2013년에 모델로 데뷔해 2년 만에 '후아유 -학교 2015'에서 드라마 주연을 꿰차더니 '치즈인더트랩'(2016), '달의연인-보보경심 려'(2016), '역도요정 김복주'(2016), '하백의 신부2017'(2017)까지 줄줄이 주연 드라마를 선보이며 또래 배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공중파 드라마의 특성상 달콤한 멜로 드라마의 잘 생긴 남주 위주로 활약했다면, 올 추석 연휴 대작 전쟁의 선두 주자이자 220억 예산의 '안시성'에서 조인성과 투톱 주연을 맡아 맹활약을 펼쳤다.

5천 명의 안시성 군사들과 20만 당나라 대군의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영화 '안시성'에서 남주혁이 연기한 사물 역은 연개소문의 비밀 지령을 받고 안시성으로 잠입하는 태학도 수장 역할이다.

남주혁이 연기한 태학도 수장 사물은 영화 초반 등장하는 주학산 전투에서 당나라 군대와 과감히 맞서 싸우다가 친구를 잃고 연개소문으로부터 특별 임무를 부여받아 안시성에 잠입하는 인물.

남주혁은 '안시성'에서 전쟁의 참상에 고뇌하며 눈물 흘리는 어린 학도병부터 연개소문에게 지시 받은 임무와 양만춘에 감화되어 갈등하고, 양만춘을 비롯한 안시성민들의 전투에 함께 하면서 양만춘의 뒤를 이을만한 전사로 거듭나는 사물 역을 통해 소년에 가까운 청년이 진짜 남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안시성'의 홍보에 한창인 남주혁을 만났다. 1시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첫 주연 영화의 개봉을 앞둔 그가 가지는 긴장감이 오롯이 전해졌다. 질문 하나에도 숨김없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려고 단어를 고르는 그의 태도에서 직진, 패기, 정직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 요즘 심정이 어떤가.

▲ 잠 못자며 부담 속에 살아가고 있다. 대중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주실지 긴장이 많이 된다.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영화 전체를 봐야 하는데 저밖에 안보이더라.

-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초반 전투신인 주필산 전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시작이기도 하고 선배님들 없이 제가 앞장 서서 전쟁을 치루는 신이다. 가장 많이 걱정도 했고 다양한 생각도 한 장면이다. 크랭크인하고 나서 중반부 쯤 찍었는데 주필산 전투 촬영을 마치고 나서 몸을 막 떨고 있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한 장면이다. 며칠 후 조인성 형님이 전화하셔서 "주혁아, 현장 편집본 봤는데 긴장 내려놓고 해도 될 것 같아. 자신감 있게 해"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씀에 힘을 얻었다.

- 조인성이 현장에서 많은 조언을 해줬나.

▲ 인성이 형님은 제가 걱정하고 고민할 때 항상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가 어떤 장면을 찍고 나서 한 번만 더 찍고 싶어할 때 감독님께 말씀 못드리고 쭈뼛거리면 형이 감독님께 이야기해 주시곤 했다. 연기적인것 뿐만 아니라 연기 외적으로도 잘 챙겨주셔서 긴장감을 내려놓고 잘 적응할 수 있었다.

- 같은 모델 출신 배우이기도 한데.

▲ 그 이야기는 한 번도 나눠본 적이 없다. 배우로 일하는 동생에게 많이 알려주시고 또 영화를 처음하는 동생이라서 많은 걸 알려주셨다.

- 사물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을 장식한다. 내레이션까지 맡고 있고 양만춘 만큼이나 중요도를 점하고 있다.

▲ 사물은 관객이 이 영화 속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 관찰자라고 생각한다. 관찰자 시점으로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들을 바라보고 있다.

- 드라마 속 캐릭터만 생각하면 '안시성'에서의 남성적 매력은 놀랄 정도인데.

▲ 아마 다들 저에 대한 우려가 있으셨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 촬영 전 선배들을 뵐 때마다 "저는 잘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어요"라고 항상 말씀 드렸다. 현장에서 김광식 감독님이 많이 믿고 맡겨 주셨다. 제가 연기하는 부분에 대해 크게 따로 디렉션하지 않으셨다. 제가 내는 의견들도 잘 받아주셨다.

- 예를 들면 어떤 장면인가.

▲ 사물이 연개소문에게 지원군을 요청하러 가는 장면에서 이전의 사물이라면 눈물을 흘렸겠지만 저는 울고 싶지 않더라. 충분히 눈물이 날 것 같은 신이었지만 사물이 청년으로 이미 성장한 뒤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이 장면에서는 사물이 똑바로 말을 전달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 '안시성'으로 올해 신인 남우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를 것 같다.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지만 신인 남우상에 큰 욕심이 없다. 저보다 잘 하시는 분들 있다면 그 분들이 받으시는 게 맞다. 상에 대한 욕심을 크게 가지고 있지 않다. 초등학교때도 거의 상을 못받아봤다.

- 캐스팅 당시 오디션 과정을 거쳤나.

▲ 대본이 저한테 들어왔고 흔쾌히 하고 싶다고 이야기 드렸다.

- 김광식 감독이 사물 역으로 남주혁을 택한 이유를 이야기해 주던가.

▲ 학도병의 이미지와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사물과 잘 어울리겠다고 보신것 같다.

- 전쟁 영화이다 보니 대부분 액션이 칼싸움이고 말 타는 장면도 수시로 등장한다. 말타는 것이 어색해 보이지 않던데 사전 연습은 얼마나 했나.

▲ 액션 스쿨도 오래 다니고 말타기도 계속 연습했지만 역시 현장에서 합을 맞추며 더 많은 걸 배웠다. 현장에서 실력이 더 늘었다.

- 연개소문에게 지원군을 요청하고 지원군과 함께 돌아올 때 긴 망토를 휘날리는 장면에선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멋있던데. 망토는 어떤 의미인가.

▲ 태학도의 유니폼이라 보시면 되겠다. 교복의 의미라고 할까.

- 갑옷의 무게만 해도 상당해 보이던데.

▲ 그나마 저는 반갑옷이라 가벼웠다. 제 갑옷은 15~16kg정도 무게가 나갔다. 조인성, 배성우, 박병은 형님들은 허벅지 아래까지 가려지는 갑옷이라 아마 20kg이 넘었을 거다.

- 극 중 사물이 유약한 모습에서 양만춘과 여러 차례 전쟁을 거친 후 진정한 청년으로 거듭난다. 남주혁 또한 기존 멜로 드라마의 남주인공 이미지를 벗고 강한 남성적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 제가 어떤 일이든 어렵게 생각하는 성격인데 이번엔 어려울수록 더 내려놓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처음 맡아보는 어려운 캐릭터라도 쉽게 생각하고 대본에 있는대로 흘러가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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