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격자'서 연쇄 살인마 태호 역 열연

전체 출연 분량 중 대사가 총 다섯 마디 이내

영화 '목격자'에서 연쇄살인마 태호 역을 연기한 배우 곽시양./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15일 개봉한 영화 '목격자'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한밤중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와 그 목격자와 눈이 마주친 살인범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렸다. 시작부터 살인범의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내기에 어떻게 공포심을 끌어올릴까 의문도 들지만 곽시양이 연기한 연쇄살인마 태호가 자아내는 공포감은 이전 추격 스릴러 흥행작들 못지 않게 강력하다.

곽시양은 이송희일 감독 연출의 영화 '야간비행'으로 첫 데뷔해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 '오 나의 귀신님' '마녀보감'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시카고 타자기' 등을 활발한 활약을 보여왔다. 출연 영화로는 '로봇, 소리', '방 안의 코끼리' '굿바이 싱글'이 있다. 잘 나가는 실장님에 어울릴 법한 잘 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의 매력을 지녔지만 악역으로 활약할 때 팬과 평단의 큰 호응을 얻어왔다.

'목격자'에서 연쇄 살인범 태호 역을 맡아 체중을 무려 13kg이나 불리며 극한의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성공한 곽시양을 지난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남자 배우로서는 최고의 자산인 중저음의 나긋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태호를 연기해간 과정을 풀어 나갔다.

- 극 중 태호의 대사가 열마디가 채 안된다. 대사 없이 동작만으로 표현한다는게 어려웠을텐데.

▲ 대사가 있었다면 캐릭터를 전달이 수월했을텐데 대사가 없다 보니 섬세한 디테일로 연기해야 했다. 조규장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태호의 눈빛꽈 손의 떨림, 호흡 등을 만들어 갔다.

- 상업 영화 첫 주연작인데 연쇄살인마 역이라니 선택하게 된 계기는.

▲ 저에게 큰 도전이다. 그동안 달달하고 애절한 역을 많이 했다. 짝사랑하는 남자 역을 많이 했다. 그동안 갈증이 있었다. 이런 역할도 좋지만 어떤 낙인이 찍힐까봐 걱정이 있었다. 항상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굉장히 큰 도전이기도 한데 이미지 변신을 펼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곽시양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 태호 역을 연기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 '가장 무서운게 뭘까' 또는 '섬뜩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과 행동을 고민했다. 등장만으로 위화감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강한 몸짓보다 몸에서 힘을 빼는게 더 맞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우리 영화는 현실감을 주는게 중요했기에 진짜 연쇄살인마인 태호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굉장히 평온하고 가장 평범한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봤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서 쾌락을 느껴서라기 보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로 여기는 인물로 설정했다.

- 태호는 망치를 항상 상비하고 있고 망치를 무기로 이용한다.

▲ 처음에는 망치를 휘두르는게 어색했다. 익숙한 도구도 아니니 휘두르는데 문제가 있었고 다른 무엇보다 무거웠다. 항상 현장에서 망치를 들고 다니며 내 팔과 같다는 생각을 하려 했다. 망치를 휘두를 때 어색하면 안되었기에 익숙해지려 항상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 안에서 크게 휘둘러야 무자비하고 와일드해 보일텐데 쉽지 않더라. 결국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은 모형 소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연기라 해도 소품으로 맞은 분들이 정말 아프셨을 거다. 내 몸의 온 힘을 다해 내리 찍었으니까. 상대 배우들이 고생이 컸다.

- 연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성민과의 호흡이 좋아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 이성민 선배와는 특히 상훈이 경비실의 전화기를 찾아서 신고하려던 장면에서 태호와 가족들과 맞닥뜨리는 그 장면이 최고다. 아내와 딸 옆에 내가 서있고 상훈은 그런 나와 눈이 마주친다. 성민 선배는 그 장면의 촬영 당시 숨조차 쉬기 어려운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하시더라. 나 또한 네가 그 수화기로 전화를 거는 순간 너의 가족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심경을 연기했다. 그 때 선배와 서로 느낌이 통한 부분이 있다.

- 엔딩신에서 상훈과 태호의 막싸움도 볼 만 하다. 너무 리얼해서 고개가 돌려질 지경인데.

▲ 엔딩신 촬영 때도 서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작정하고 찍었다. 흙탕물 장면은 그동안 합을 많이 맞췄기에 그렇게 생생한 장면으로 나올 수 있었다. 체육관을 빌려서 회의도 하고 연습하며 합을 맞춰다. 성민 선배님이 개싸움 같지 않냐며 유튜브에서 정말 개싸움을 찾아서 보여주셨다. 어떤 개가 정말 다른 개를 물고 아무리 사람들이 때리고 말려도 안 놓는 영상이었다. 그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에도 반영했다.

- 진흙탕 속 싸움이라 고생이 말이 아니었겠다.

▲ 초겨울 촬영이었는데 입만 열어도 입김이 나오던 계절이었다. 진흙탕 개싸움 신을 4일 정도 촬영했다. 땅이 비에 젖어 있어야 해서 매일 살수차가 비를 뿌렸다. 하지만 액션 사인이 들어오는 순간은 하나도 안춥고 그 상황에 몰입이 됐다. 성민 선배님과 치열하게 그 장면을 촬영했다. 컷 사인이 나면 서로 대피실에 가서 구멍이라는 구멍의 흙은 다 털어주면서.(웃음) 세트 촬영이 아닌 야외 촬영이었다. 실제 산자락이었는데 스태프들이 다치지 말라고 땅을 고르게 해줬다. 나무와 돌을 다 제거해줬는데 물이 흐르면서 돌이나 나뭇가지들이 그득해졌다. 상훈을 발로 밟는 장면에서 나뭇가지 올라온 걸 너무 세게 밟는 바람에 발 근육을 다친 적은 있다. 몸에 기스 나는 건 그냥 다반사였다. 그런데 그런 촬영을 하고 나니 희열이 느껴지더라. 이 한 장면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며 촬영을 하니 '내가 살아있구나' '연기를 하면서 정말 숨을 쉬고 있구나'하는 고생하긴 했지만 희열이 느껴졌다.

- 촬영 중 찌운 살은 다 뺐나.

▲ 지금 76kg인데 3kg 더 빼야 한다. 운동하면서 서서히 살을 찌웠으면 괜찮았을텐데 급작스럽게 체중을 찌워 많이 아팠다. 제가 살을 뺄 때는 극단적으로 빼는 편이어서 안 먹고 운동을 심하게 한다. 몸이 남아나지를 않는다.(웃음) 촬영을 다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려 잠이 많아졌다.

- 태호 역이 실제 연쇄 살인범 정남규를 모티브로 했다던데.

▲ 정남규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갔다. 촬영을 할 때면 '내가 정남규다. 태호다'라고 생각했지만 컷을 하고 나면 그 인물에게 사고를 당한 유가족이나 피해자 생각이 안들수 없더라. 미안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촬영할 때는 잘 못느끼지만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무기력하고 외롭고 우울한 생각도 많이 났다. 그럴 때면 성민 선배가 마치 인형 뽑기를 하듯 저를 쑥 뽑아 올려 주셨다. 수다도 많이 떨어주셨고 저를 우울에서 건져내 주셨다. 실제 곽시양으로 만들어주셨다.

- '굿바이싱글' 때 김혜수를 울리는 연하남 탤런트 역도 너무 잘 소화했다.

▲ 제 친구의 어떤 특성을 따라 했다. "사랑해"라고 할 때 말투 같은 것 말이다. 대구에서 무대 인사를 하다가 어떤 관객에게 심한 욕도 들었다. 그 때 혜수 선배님이 "네가 잘 해서 그런거야"라고 해주시더라.

- 악역의 후유증은 걱정 안되나.

▲ 대중들이 무서워하거나 하신다면 그건 일시적 현상 아닐까. 다른 작품들을 하다 보면 그런 이미지는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큰 걱정은 없다. 오히려 다른 작품이 빨리 안들어온다면 그게 불안하면 모를까.

- 차기작 계획은.

▲ 드라마 '사자'의 촬영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 최근 '바다경찰'이라는 예능도 찍었던데.

▲ 3박 4일간 현지에서 촬영 하며 먹고 자고 실습을 했다. 경찰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경찰이 절도범, 마약범 잡는게 일인 줄 알았더니 아침에 순찰 도시며 동네 모든 분들과 인사를 나누시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수사와 구조 뿐만 아니라 훈련도 병행을 하시고 정말 감명 받고 왔다. 우리 주위 가장 가까이 있는 분들이 경찰분들이더라.

- 어떻게 배우의 길에 이르게 됐나. 단국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던데.

▲ 아버지께서 늘 '육군사관학교에 가라' '공무원이 되라'고 하셨는데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니고 그냥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연예인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대학교는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중퇴했다. 그 후 군에 갔고 제대할 무렵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내가 카메라 앞에 서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유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제대 후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돌리고 다니다가 광고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게 됐고 지금 소속사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 학교에서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하지 않은 것에 후회는 없나.

▲ 지금도 연기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학교도 다시 다니고 싶다. 하지만 학교 공부보다 중요한게 있더라. 작품을 촬영하는 현장에서 선배들이 너무 잘 가르쳐 주신다. 현장서 열심히 연기해서 차근차근 제대로 된 배우가 되려 한다.

- 본격 데뷔는 2014년인가.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데뷔가 늦은 편이다.

▲ 데뷔가 늦은 만큼 조급한 마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운 좋게 작품을 쉬지 않고 해왔다. 너무 급하면 체한다. 한 단계씩 성장해서 꾸준히 오래 배우 활동을 하고 싶다.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다.

-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장르나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 진한 느와르 장르에 출연해보고 싶다. 감독님들 뵐 때마다 "상남자입니다"라고 말씀 드리는데 대답은 "대형견 같다"거나 "스윗해보인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조규장 감독님은 제 얼굴에 두 가지 이면이 있다고 하시더라. 왼쪽 얼굴은 선한데 오른쪽은 차갑고 날카로운 면이 있어서 태호 역에 저를 캐스팅했다 들었다. 이런 제 장점을 잘 살려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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