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15일 개봉하는 이성민, 곽시양 주연의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는 올여름 유일한 추격 스릴러 장르를 표방했다. 여름 시장을 겨냥한 빅4 영화 중 체급이 작은 듯 보이지만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 더위를 오싹한 공포감으로 단숨에 날려줄 만큼 충분히 강한 한방을 지니고 있다.

'목격자'는 첫 시작부터 누군가를 뒤트렁크에 싣고 이동 중인 차가 주유를 하는 장면으로 충분한 음산함과 긴장감을 조성하며 장르를 드러낸다. 부상당한 채로 차 트렁크에 갇혀 있던 한 여성은 필사의 힘을 다해 도망치지만 망치를 무기로 든 가해자 태호(곽시양) 또한 사력을 다해 여성을 쫓는다.

같은 시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상훈(이성민)은 얼큰하게 술에 취한채 얼마 전 새로 장만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오른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아랫층 여자는 '어디서 여자 비명 소리를 듣지 못했냐'며 공포에 질려 한다.

집에 도착한 상훈은 갑작스레 아파트 중앙 광장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 소리에 창 밖을 내려다 보게 되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게 된 상훈은 즉시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살해 현장의 범인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베란다에 불이 켜진 상훈의 집 층수를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세고 있던 살인범의 눈을 본 상훈은 신고하려던 마음을 이내 접어 버리고 만다.

도심의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이내 톱뉴스 감이 되고 경찰 또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연일 수색을 진행하지만 단 한 명의 목격자도 나오지 않는 바람에 사건 해결에 애를 먹는다. 목격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경찰의 속타는 답답함과는 상관 없이 아파트 부녀회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며 주민들의 입단속에 나서고 사건을 목격한 세 명 중 한 명인 상훈은 키우던 개를 잃어버리면서 살인범이 자신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굳게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마는데….

영화 '목격자'는 특별한 장소가 아닌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언제든 나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며 관객을 극단의 공포로 몰아 넣는다.

또한 정의감을 택하기 보다는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인사건을 못 본 척하는 쪽을 택한 목격자 상훈의 고군분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에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살인범 태호와의 쫓고 좇기는 사투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대형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폭행신과 추격전이 주는 공포감은 그 체감의 차원이 다르다. 상훈과 태호가 벌이는 긴박한 추격신은 주먹을 꼭 쥐고 스크린을 응시하게 하는 놀라운 서스펜스가 있다.

'목격자'는 또한 대형 쇼핑센터 주차장이나 아파트의 주차장, 엘리베이터, 대로변 등에서 극단적 폭행 사건 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수시로 방송 뉴스 등에서 접하지만 내 일이 아닌 남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쉬운 현대인들의 이기심과 개인 주의에도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에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첫 번째 힘은 단연 단단한 내공의 연기력을 지닌 이성민에게서 나온다. 가족과 단란한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평범한 가장 상훈 역을 맡은 이성민의 추격전에는 손에 주먹을 쥐고 응원하게 되고, 그가 체험하는 공포감에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특히 그가 경비실에서 전화로 목격담을 신고하려던 찰라 연쇄살인마 태호와 가족을 동시에 맞닥뜨리는 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감초 배우 김상호 또한 베테랑 형사 역을 맡아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묵직한 의지를 잘 표현해냈고, 연기 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진경 또한 가정을 지키려는 아내 역을 이성민과 찰떡궁합으로 잘 소화해냈다.

로맨스 드라마의 실장님 역이 딱 제 격일 것 같은 외모의 곽시양은 대사가 총 10마디도 안되는 연쇄살인마 태호 역을 맡아 심장이 조여오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외모만 가지고 배우를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입증시킨다. 태호 역에 곽시양을 캐스팅 한 것은 이 영화의 신의 한수로 보여진다.

현대 사회에 암처럼 존재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와 내 일이 아니면 철저히 외면해 버리는 개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주제 의식은 '목격자'의 최고 장점이다.

다만 15세 관람가인 이 영화에서 범인이 즐겨 사용하는 무기인 망치를 어린이와 여성을 향해 휘두르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