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2' 해원맥·'공작' 정무택 역으로 여름 관객 만나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올해는 과히 주지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극장가 여름 초성수기 시장에 일주일 단위로 주연작 두 편 '신과함께-인과연'(감독 김용화/이하 '신과함께2')와 '공작'(감독 윤종빈)을 연달아 내놨다.

개봉 12일만에 10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무서운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는 '신과함께2'의 해원맥 역을 능청스럽게 선보이고 해원맥의 1000년 전 과거 시절 '하얀삵'이라는 놀라운 카리스마의 캐릭터 소화로 "1부에 김동욱이 있었다면 2부는 주지훈의 하드캐리가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8일 개봉한 '공작'에서 연기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으로는 '북한 고위직의 젊은 엘리트 역을 황정민, 이성민 등 연기파 선배 배우들과 대등한 에너지로 소화해냈다'는 호평도 이어진다.

폭염이 이어지는 8월 초입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주지훈을 만났다. 영화 속 칼날처럼 주름잡힌 인민 군복이나 새하얀 여우 목도리를 휘날리며 칼과 창으로 적들을 단숨에 제압하던 모습과 달리 흰 색 티셔츠에 카키색 바지에 노메이크업의 자연스러운 차림으로 기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30대 초반 각잡힌 모습으로 인터뷰에서 모범 답안만을 이야기하던 모습은 간 데 없고 자연스러운 유머와 위트로 즐겁게 대화를 주도해 나가면서도 배우로서 연기관, 인생관을 매력있게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도 사람도 인생도 즐길 줄 알게 된 그가 이후 펼칠 매력적 캐릭터들이 궁금해진다.

인터뷰①에 이어서 계속
▶▶ [인터뷰①] 주지훈 "주지훈 시대? 나는 아직 스타트에도 못섰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인 주인공을 쭉 맡아 왔잖나.

▲ 제 나이대가 그렇게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제가 극을 끌고 가는 역할을 많이 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예전에 극을 끌어가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어른 쪽으로 다가가는 시점에서 어른들과 함께 가는 막내 역할로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된 전환점과 같은 작품이 언제였나.

▲ 그런 단어는 못 쓸 것 같다. '탁'하고 된 게 아니라 '쓱'하고 됐달까. 제 마음 속에는 영화 '좋은 친구들' 같다. 하지만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니고 배우는 자의보다 타의적인 입장에서 평가 받으니까. 언론이나 제작자, 감독들이 바라 볼 때 '주지훈이 저런 모습이 있었어'라고 느낀 작품은 뭘까. '좋은 친구들'로 느와르에 대한 관심을 처음으로 표현했다. '좋은친구들'같은 톤앤 매너의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가진 반대편에 대한 욕심 같은 거다. 제가 드라마 '궁'으로 시작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여러 번 했으니 반대편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 '궁' 이전의 모습에 대해 알려진 게 많지 않다.

▲ 고등학교 때까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12평 집에 8명의 가족이 함께 살았다. 제가 6학년이 될 때까지. 주위에 독특한 친구들도 많았다. 느와르 장르나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를 볼 때 별로 거부감이 없다. 특이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제 주위에 너무 많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감사하다. 제 배우 생활의 자양분이 됐을 수 있다. 남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상황에 대해 쉽게 받아 들이고 이해력이 있다. 어릴 때 어머니께 두드려 맞고 자랐다. 예의범절을 늘 강조하셨다. 부모님이 고학력이 아니셨고 가정 형편도 어려웠다. 그래서 더 자식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셨던 것 같다. 공동공간에서의 예절 등 많이 가르쳐 주셨고 그걸 어기면 많이 혼이 났다.(웃음)

- 30대 중반 배우로서 일상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 삶을 즐기려 노력을 한다. 남들이 볼 때 저의 배우로서 성장 과정은 정말 축복받은 상황이지 않나. 데뷔작 '궁'으로 엄청난 관심 속에 배우 데뷔를 했다. 행복해서 미쳐 날뛰어야 되는 상황인데 사실 저는 그 때 되게 불행했다. 제가 존경하는 배우들처럼 되고 싶었다. 실력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선망하는 사람들을 목표에 두고 있으니 정말 힘들었다. 그 이후 정말 열심히 했다.

- 여러 차례 당신과 인터뷰를 했지만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는 걸 대놓고 말하는 걸 별로 못들어봤다.

▲ 지난 10년 동안은 이러저러하게 어렵지 않았냐고 물으시면 "그냥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돌아보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감독 민규동/2008년)를 찍을 때도 대본을 150번씩 봤다. 나중에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읽었다. 지금은 현장에서 변주해야 할 부분이나 현실적 반영을 하지만 예전엔 무조건적이었다. 어떤 DVD 서플먼트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대본을 200번씩 본다는 이야기를 봤다. 그래서 따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한 대본을 200번 못보면 '아,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허들이 굉장히 높았다. 남들이 볼 때 노력했다 보여도 제 입장에서는 당연한 걸로 생각했다.

- '공작'의 액션은 40도 날씨에 촬영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 '공작'의 의상이 고증이 제대로 됐기에 군복의 모피 코트 소재가 너무 좋다. 또 가죽으로 된 총집을 항상 매고 하다보니 무겁기도 했다. 나웅에는 열사병도 걸리고 하체도 풀리더라. 그런데 황정민, 이성민 선배들 계신데 그 분들 앞에서 "더워서 고생했어요"라는 소리는 절대 안나온다. "그냥 했어요"하고 답하게 되지.(웃음)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일일히 말씀드려야겠다.(웃음)

- 어릴 때 모델 데뷔는 어떻게 했나.

▲ 모델이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고등학교 때 엄마 지인 분이 '모델 한 번 해봐'라며 제안하셔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뒀다. 어느날 짝에게 그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 친구가 잡지사에 보내서 19세에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다. 모델로 활동할 때 포즈가 많은 모델이기도 했고, 회사에서 연기 학원에 보내줬다. 그러던 어느 날 '궁'의 황인뢰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제가 19세에 모델을 시작해 24살에 '궁' 출연 제안을 받았는데 첫 2주는 무조건 안한다고 버텼다. 당시 너무 무서웠다. 장성한 청년에게 교복 입으라는 것도 낯간지럽고, 왕자님 역할이라는 것도 그 때는 왜 그리 부담스러웠는지 모르겠다.

- 드라마 '궁'(2006) 제작발표회 때 굉장히 당당하고 차가웠던 모습이 기억난다. 모델계 톱에서 배우로 데뷔했던 첫순간 말이다.

▲ 그 때가 25살이었다. 어릴 때니까 낯을 어마어마하게 가렸다. 인터뷰라는 게 연습해야 하는 일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는 일도 정말 연습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릴 때 모델계에 데뷔했다. 여러 직업 중 정말 소수가 하는 일이고 그 무리 안에서만 5년 넘게 생활했다. 대학도 안갔다. 작은 집단의 무리에 속해 있다가 갑자기 너무 큰 물로 가니 꿈도 한 번 안꿔 본 사람인데 알몸처럼 까발려 지게 되더라. 그걸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이 안됐다. 지금은 잘 버티고 있다.(웃음) 정말 순한 사람인데 제 외관의 룩이 키가 크고 눈 찢어지고 또 까맣다 보니 오해를 많이 샀다.

- 인간 주지훈에 대해 설명한다면.

▲ 미지근한 사람이다.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어디에 흘러가도 잘 섞인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요즘 사진 보니 소프트해졌다. 피부도 많이 흘러내리고.(웃음) 이제는 극단의 역할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기쁘게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성과 유연함도 생겼다. 작품이나 성공에 대한 열정은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한다. 이 영화에 이런 포지셔닝이면 만족한다. 멜로를 안하려고 안하는게 아니다. 또 감정이 짙은 작품만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른 욕심이 있었다면 옛날에 가졌을 거다. 그렇다면 나중에 더 뭘 할 수 있을까. 제게 들어오는 작품이 고르게 분포된 상황에서 잘 고른다면 나중에 10년 뒤에 더 중후해진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게 더 많지 않을까. 순차적으로 나에게 오는 것들을 다 받아들이려 마음먹고 있다. 어릴 때 교복을 좀 더 입을 걸 하는 후회는 있다. 그 때 아니면 못하는 거니까. 관객들은 살아 움직인다. 관객들을 따라 가려면 나 또한 귀와 마음을 열고 유연해져야 한다.

- 187cm의 독보적 키에 연예계 대표 몸짱 배우다. 몸매 관리의 원칙이나 비법이 있다면.

▲ 술을 매일 먹다가 요즘 자제 중이다. 술을 먹을 때는 근육이 풀려도 아픈걸 못느끼는데 요즘 술을 안 먹으니 근육통이 느껴져서 좋다. 내 신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은 매일 2시간 이상씩은 꼭 한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전날 술을 함께 마셨어도 트레이닝 센터에 가면 하정우, 정우성, 이정재 형을 다 만난다. 날씬한 몸매를 관리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건 잘못된 거다. 나도 배가 나와있다. 체력을 잘 관리해서 다음 역할에 맞는 몸이 되게 하려고 준비하는 거다. 후배 배우들이 너무 말라야 한다는 것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 '신과함께2'의 김용화 감독과 '공작'의 윤종빈 감독 모두와 절친해 보인다. 두 감독이 배우 주지훈에게 미친 영향은.

▲ 김용화 감독님이 더 형 포지션이신데 김 감독께는 가끔 말을 놓게 되고, 윤종빈 감독님과 친한 정도면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꼭 감독님이라 부른다. 김용화 감독님과는 말도 더 편하게 나누지믄 큰 어른 같다. '신과함께'를 먼저 찍기도 했고. 김 감독님은 저에게 은인 같은 사람이다. 1000만 이라는 엄청나게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게 해줬고, 영화라는 장르,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 삶을 살아가는 방식 이 모두를 하정우 형과 더불어 어마어마하게 깨 준 분이다.

윤종빈 감독님과도 모두 친한데 하정우 형과 워낙 친해서 모두 함께 만난다. 형과 동생 같은 사이다. 윤 감독님이 좀 더 친구 같다. 작품만 보면 굉장히 세보이고 말 표현도 세지만 소년 같고 여리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뭔가 윤 감독을 생각하면 애처롭다고 할까. 어려 보이는 뭔가가 있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공작' VIP 시사회 때 울먹울먹 하시기에 조진웅 형이랑 같이 안아드렸다. 윤 감독님은 관객과 너무너무 소통하고 싶어하는 감독인데 '공작'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고 작업 과정도 너무 힘들었으니 지난 4~5년의 부담과 손님들에 대한 감사함이 몰려오셨나 보다. 저도 짠해서 같이 눈물이 나더라.

- 차기작 계획은.

▲ 우선 10월에 김윤석 선배와 함께 한 '암수살인'을 선보이고, 12월에 김성훈 감독님이 연출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공개한다. 차기작 두 편 정도를 80~90%의 가능성을 보고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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