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안아줘’서 주연 신고식 성공적

삼성 직원서 기자, 모델까지 성장통 겪어

“늘 연기 고민…빠른 시일 내 차기작 하고파”

진기주가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윤소영 기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배우 진기주를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2015년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최지우의 학과 동기 중 한명으로 등장했던 그는 MBC ‘이리와 안아줘’(극본 이아람, 연출 최준배)에서 주인공을 꿰차며 차세대 여배우로 떠올랐다. 불과 3년 전 상상만 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리와 안아줘’ 종영 이후 휴식 중인 진기주를 만났다. 2014년 제23회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에 빛나는 만큼 늘씬한 몸매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그는 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미소로 스포츠한국을 반겼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연기를 논할 땐 누구보다 당당하다. 짧은 시간에 주연 배우로 성장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처음 시작할 땐 걱정도 많았고 겁도 많이 났어요. 지금은 종방을 해서 괜찮은데 준비하던 시기에는 불안했어요. 제가 서정연 선배님 말 한마디에 울었던 적이 있는데 첫 방송 일주일 전에 선배님이 ‘내는 걱정 안 한다’ 하시는 거예요. 순간 무방비 상태에서 울컥했어요. 선배님도 울고 저도 울고 그랬는데 그 말씀으로 끝까지 촬영했어요. 다행히 드라마 마무리도 좋게 흘러갔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 기분 좋아요.”

그만큼 ‘이리와 안아줘’는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작품이다. 매 순간 열과 성을 다해 연기했으나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진기주는 최준배 PD를 붙들고 대사 한 마디, 눈빛 하나까지 의논했다. 때문에 평소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까지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단다.

“제가 소심해서 질문하는 걸 쉽게 용기내지 못해요. ‘감독님 한 번 더 할게요’ 이런 걸 쭈뼛거리다가 삼켜버리는데 이번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이번 현장에서는 깨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제가 감정을 컨트롤하는 부분이 약한 걸 매번 느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완급조절을 감독님한테 말씀드리고 모니터를 보면서 조절했어요. 제가 좀 참아야 할 땐 말씀해주시고 감독님 도움이 컸어요.”

연기 호흡을 맞춘 ‘신예’ 장기용은 누구보다도 고충을 이해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며 든든했다고. 살인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한재이와 살인자 자식이란 주홍글씨를 떠안은 채도진로 분한 진기주, 장기용은 서로를 신뢰하고 배려하며 자칫 통속으로 흐를 수 있는 난제를 아름답게 채색해나갔다.

“늘 촬영할 때는 저를 친구처럼 대해주더라고요. 기용이가 장난꾸러기이기도 하고 세 살 차이가 전혀 안 느껴지게 친구처럼 대해줘서 저도 편안했어요. 둘 다 처음이다 보니까 제가 느끼는 부담감을 그 친구도 똑같이 느끼잖아요. 피부로 와 닿더라고요. 그 친구 표정을 봤을 때 힘이 필요한 거 같으면 제가 열심히 웃겨주고 제가 피곤하다 하면 와서 웃겨주고 그랬어요. 그런 면에 있어서 잘 통했고 되게 편안한 상대였어요.”

장기용, 최준배 PD의 응원 속에서 진기주는 한재이를 정성껏 빚어냈다. 채도진의 유일무이한 사랑이자 윤희재(허준호)에게 희생된 모친의 뒤를 잇는 여배우가 그의 캐릭터. 피는 못 속이듯 배우가 되고 싶어 혈혈단신으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인물로 그 역시 신인 시절을 겪었기에 남달랐겠다고 말하니 “촬영할 때 재밌더라”며 호호 웃었다.

“얼마 전까지 겪었던 것들을 표현해 재밌었어요. 저도 처음 시작할 때 오디션 계속 보러 다니고 그때 겪었던 설움이랑 현장에서 쭈뼛거렸던 것들, 기를 못 폈던 것들이 똑같이 겪었던 것들이라 재밌더라고요. 사실 제가 낯을 가리고 유리멘탈인데 그동안 혼자 겪었던 성장통 덕분에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탄력성을 가진 인간이 된 거 같아요. 그때 느꼈던 고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요.”

진기주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불과 얼마 전까지 진기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남다른 스펙이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가 삼성SDS 직원이었던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여기에 방송 기자, 슈퍼모델 등 한 사람이 소화해내기 힘든 다채로운 직업을 고루 거친 진기주다. 이 이야기를 꺼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 같아 놀랐다”며 술술 과거를 회상했다.

“연기자 하고 싶어서 삼성을 그만뒀어요. 3년 다녔는데 연기자는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해서 접어뒀던 거였어요. 그런데 삼성을 다니면서 점점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그 생각 때문에 그만뒀거든요. 기자는 자유의 몸이 됐는데 어느 길을 가야할지 모르니까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거라 생각해서 시험을 보고 수습기간만 짧게 거쳤어요. 처음 삼성을 그만둘 땐 고민만 반년 했는데 또 고민하다 보니까 결정이 빠르더라고요.”

또 다시 갈림길에 선 진기주는 곧바로 배우가 아닌 슈퍼모델을 택했다. 대회 출전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그의 모습은 방송에서 수차례 회자되기도. 그가 촬영장이 아닌 스테이지를 선택한 것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것도 있었다. 돌고 돌아간 길이 힘들지 않았느냐 물으니 “인생을 살면서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만뒀으니까 뭔가 시작해야 하는데 경력이 없잖아요. 제가 관련된 경력이 없으니까 백날 서류를 넣어봤자 아무도 나를 안 만나주겠구나 해서 고민하던 차에 (슈퍼모델) 모집공고가 떴어요. 뭐라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나갔던 거였는데 그때 상을 타게 됐거든요. 끝까지 갈 거라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상을 탄 친구들을 대상으로 소속사 미팅을 시켜줬어요. 그래서 지금 회사를 미팅하고 들어오게 됐어요.”

그 후 ‘두번째 스무살’ ‘달의 연인’을 만난 그는 올 초 ‘미스티’를 내놓았다. 위기에 놓인 고혜란(김남주)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진기주는 아홉시 뉴스 앵커를 두고 다투는 라이벌이자 옛 연인 케빈리(고준)을 유혹하는 팜므파탈 한지원으로 분했다. 배우로서 작품 메인에 나서는 것도, 그로 인한 무거운 책임감도 처음이었다.

“‘미스티’ 때 (김남주) 선배님은 완벽 그 자체고 신기했거든요. 보면서 나도 경력이 생기면 잘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혼자 위로했어요. 슛 들어가기 전에 불안할 때가 있는데 집중할 수 있겠지 그런 마음 졸임이 있었어요. 테크닉이 부족하다 보니까 본능적으로 하는데 노련하지 못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 보면 이게 맞나 생각도 들고 저는 그게 늘 고민이에요.”

고민 속에서 ‘미스티’ ‘이리와 안아줘’까지 필모그래피는 성공적으로 쌓였다. 데뷔 후 쉬는 날 없이 촬영장을 오갔던 날들의 값진 결과다. 때 마침 여름이고 휴식 중 휴가 계획이 있는지 물으니 빨리 차기작을 하고 싶단다. ‘이리와 안아줘’를 촬영하며 애정신도 단련됐고 로맨스, 스릴러, 코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환영이란다. 단, 공포는 사절이다.

“오는 거 뭐가 됐든 다 좋고 빨리 작품 하고 싶어요. 지금은 로맨스만 해보고 싶기도 하고 스릴러만 해보고 싶기도 해요. 귀신만 안 나오면, 공포물만 빼고 다 좋아요. 저는 공포물을 무서워서 못 봐요. 제가 공포물을 못 보는데 촬영장에서 어떻게 할지 그게 확신이 없잖아요. 제가 어떤 배역을 한다고 했을 때 보시는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고, 궁금해서 보게 만드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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